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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적게 되면, 왜 안 잊어먹나

저는 잊어버리기 위해 글을 씁니다만

- 바로가기 : https://alook.so/posts/Yyt82m


- 글을 쓰게 된 목적 : 


의사소통의 기본 수단으로 사용되는 말과 글, 각각 인풋과 아웃풋으로 나누면 우리는 듣기/말하기/읽기/쓰기, 총 네 가지 방식으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한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의사소통인 생각하기까지 합치면 의사소통할 때 필요한 도구는 총 5개인 셈. 글을 쓰면 확실히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치매 예방 차원으로 캘리그라피나 손글씨를 쓰기도 하고. 글쓰기가 왜 오래 기억에 남는지 속도의 관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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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적게 되면, 왜 안 잊어먹나



쓰면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정말 많이 공감합니다. 그렇다면 왜 글로 적었을 때 안 잊어먹게 되는지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겠죠. 어떤 지식이든 배운다고 해서 아예 안 잊어먹을 순 없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지식은 당연히 망각하게 되는 법이죠. 이러한 망각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연결고리를 만들거나, 해당 지식을 반복하여 머릿속에 각인시켜야 합니다.


새로 배운 지식을 빨리 습득하는 사람은 머릿속에 연결고리를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게 관련 지식이 될 수도 있고, 왜 배워야 하는지 이유를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뭐든지 왜 해야 하는지 알면, 상대적으로 덜 잊어먹습니다. Why 자체가 지식과 지식 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만일 왜 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고통스럽지만 반복해서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방법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다들 해봐서 아시겠지만, 이 방법은 무지 고통스럽죠. 반복을 싫어하는 인간의 본능과 정반대 되니까요. 일반적으로 학창 시절에 다들 공부하기 싫은 건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뭐든지 암기 중심으로 학습하는 건 의미도 없는 데다가 누구나 싫은 법이죠. 그래서 뭐든 배울 때, 왜 배워야 하는지 이유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가 가진 소통 방식은 겉으로 드러나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와 드러나지 않는 생각하기까지 총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이걸 좀 더 세분화하면 습득하는 도구인 듣기와 읽기, 방출하는 도구인 말하기와 쓰기로 나눌 수 있겠죠. 이 중에서 생각하기가 가장 속도가 빠릅니다. 읽기가 그다음이고요. 성향에 따라 말하기가 편한 사람은 말하는 게 더 빠를 거고, 듣는 게 편한 사람은 듣는 게 더 빠를 거라 사람마다 조금 편차가 있을 겁니다. 이 중에서 쓰기는 속도 면에서 부동의 꼴찌죠. 이러한 소통 방식을 컴퓨터에 비교하자면, 생각하기는 주기억장치인 RAM(Random Access Memory)에 가깝고, 읽기는 읽기 전용 장치인 ROM(Read Only Memory)이 되겠죠. 말하기와 듣기는 데이터를 지우고 다시 기록할 수 있는 Flash Memory 정도일 거고, 쓰기는 HDD나 SSD 같은 보조기억장치로 비유할 수 있을 겁니다.


만화 슬램덩크에서 강백호가 4개월 동안 워낙 빠르게 배웠기에 배운 것을 잃어가는 것도 빠를 것이라는 언급이 있었죠. 쉽게 배운 건 쉽게 사라지는 법입니다. 생각하기나 읽기는 속도가 빠른 게 장점이지만, 그만큼 빨리 휘발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수업을 들을 때, 귀로 듣고, 눈으로 읽으면서, 생각하면 마치 다 알아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해당 지식을 물어보면 가물가물한 게 이런 이유 때문이죠. 컴퓨터에 비유하면, 정보가 그냥 램을 훑고 지나갔을 뿐이지 HDD에 저장된 게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신빙성이 있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아인슈타인이 [타인에게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없으면,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한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인용되곤 하죠. 아인슈타인이 실제로 저 말을 했는지 알 수 없고, 어떤 맥락으로 말했는지도 모르지만, 저는 저 말이 맞다고 생각하곤 있습니다. 삶의 모든 영역을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게 불편하기도 하고, 불필요하니 귀찮기도 해서 안 할 뿐이겠죠. 어쨌든 설명하기는 말하기와 듣기, 읽기와 생각하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소통 방식이기 때문에 지식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말하기보다 더 느린 게 바로 쓰기입니다. 글을 쓰는 과정이 다른 소통 방식과 비교하여 가장 느리기 때문에 모든 소통 방식을 동시에 자연스럽게 섞을 수 있습니다. 글을 쓰면서 동시에 눈으로 읽게 됩니다. 읽게 되니, 머리로 생각하기도 자연스럽게 되겠죠.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이 쓰는 글을 구조에 맞게 재배치할 수 있습니다. 다른 소통 수단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게다가 내가 쓴 말이 맞는지 확인하고자 속으로든 겉으로든 말해보기도 할 테고, 스스로 말한 것을 듣게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섯 가지 소통 방식을 동시에 반복하고 있으니, 아무래도 머리에 각인이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겠죠.


이러한 이유로 우리가 가진 소통 수단 중에서 가장 느린 소통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계속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어떤 글을 쓰게 되더라도 최초의 독자가 될 나 자신에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유익한 선물을 하고 싶을 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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