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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배워왔던 글쓰기를 정리하다

첨삭을 받아야 작문실력이 상승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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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게 된 목적 :


alookso에서 활동하면서 얻었던 몇 가지 선물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사람을 얻게 된 일이다. 자신이 가진 지식이 엄청나게 많이 있고, 그 지식을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서 쉽게 쏟아내는 데 있어서 탁월하다고 생각한 분이 있다. 글을 볼 때마다 어떻게 이런 글을 이런 속도로 써내려 가실 수 있나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분께 내 나름 감사를 표현한다고 칭찬을 드렸었는데, 그 칭찬에 대한 답변이 어마어마하게 길게 돌아왔다. 이에 질 수 없지! 싶은 마음에 더 길게 써서 보내드려 본다. 요즘 alookso에 신규 유입자가 많이 생겨서 여기가 앞으로 더 유지될 수 있을 것 같아 참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좋은 글이 읽히지도 못하고 묻혀버릴 것 같은 슬픈 마음이 든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글을 써 왔던 모든 글쓰기 노하우를 총동원해서 이 글을 남겨본다. 이 글을 읽는다고 해서 글쓰기 노하우가 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글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나름의 오아시스를 찾고 있던 누군가가 있다면, 그 누군가에게 내 글이 작은 샘물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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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배워왔던 글쓰기를 정리하다


박 스테파노 님의 글쓰기 이야기인 [글쓰기는 즐거움이다]를 읽고, 스토리 도슨트가 되시겠다는 말씀을 듣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이런 글을 쓰실 때도 깊은 내공이 느껴졌네요. 써 주신 글을 놓고 바로 답글을 달아보려 했지만, 그 사이에 박현안 님의 글쓰기 이야기인 [일상의 일탈, 글]이 올라왔죠. 그 글을 보고 또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초록창 님의 글쓰기 관련 질문 [글의 질 vs 글의 양?]의 답글에 bookmaniac 님의 글쓰기 이야기인 [적당한 양은 받쳐주는 양질의 글이요]가 올라왔습니다. 오랜만에 다들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펼치시는 와중에 기쁜 마음에 저도 함께해 보려 하였으나, 저 글을 봤을 때에는 제가 물리적으로 글을 쓸 시간이 확보가 안 되었기에 간단하게 댓글로만 제가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썼었는데요. 이제 공휴일이라 잠시 물리적인 시간 여유가 난 김에 저도 제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alookso 초창기에 비슷한 종류의 글을 썼던 것 같은데요. 어쩔 수 없이 또 제가 자기 복제를 하게 되더라도, 혹시 저 글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나시더라도 그냥 못 본 척 양해 좀 부탁드립니다.


왜 쓰잘데기 없이 글쓰기 따위를 배워야 할까?라는 질문을 저는 19살까지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멍청한 질문이었는데, 저 멍청한 질문을 던진 그때 당시의 제 입장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나름 할 말이 있었는데요. 사실 글 쓰는데 별로 소질이 없었고, 해본 적도 없었으며, 진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냥 자기가 전공하는 분야나 잘하면 되지, 굳이 글 쓰는 능력을 왜 별도로 배양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그러던 중 대학교 신입생 교양과목으로 들은 글쓰기 수업이 이런 편협한 생각을 확 바뀌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글쓰기 수업 이후로 거의 20년 가까이 취미로 글을 써 왔으니, 역시 젊은 시절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은 바뀔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는 것 같아요. 그래 봤자 그 나이 상한선은 25세 정도까지 일 것 같지만.


글쓰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시대의 변화와도 맞물립니다. 과거에는 평생직장 개념이 강했기 때문에 자신이 맡은 분야 하나만 잘하면 되었습니다. 글을 잘 쓰면 좋겠지만, 굳이 글을 잘 쓰지 않아도 별로 상관이 없었던 시절이었던 셈이죠.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시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어제까지만 해도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직업이 오늘부터 갑자기 무의미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곧 닥쳐올 직업 혁명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이 힘든 일을 대체한다고 해도, 언제나 일은 존재하니 직장이 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다만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는 많이 다른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배워야 하죠. 심지어 자신의 직장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나중에 무엇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은 초중고 시절을 포함해서 무슨 교육을 받아야 할까요? 당연히 미래에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상관없이 써먹을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체육으로 비유하자면 기초체력을 기르는 교육을 받아야겠죠. 저는 글쓰기야말로 직업과 상관없이 자신의 능력을 배양하고 성장시키는데 필요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과목이라 생각합니다.


말로 하는 소통은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휘발성이 빠릅니다. 불과 몇 분이 지나지 않아서 아까 무슨 말을 했는지 까먹는 경우가 다반사인데요.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말을 하면서 메모를 하거나 글을 쓰는 건 복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과목을 공부하거나 업무를 익힐 때, 글로 반드시 써 봅니다. 배웠던 내용을 글로 써 보고 나서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하나하나 물어가면서 글로 쓰지 못했던 부족한 내용을 채워 나갑니다. 이렇게 공부를 하거나 일을 배우면 전혀 몰랐던 생소한 분야의 일도 느리지만 차츰차츰 익혀나갈 수 있죠.


말로 하는 소통은 대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진행할 수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가끔씩 소통이 어려울 때도 생깁니다. 주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정보 차이가 원인이 되곤 하는데요. 말하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듣는 사람이 하나도 모른다면, 분명히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국어를 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 것입니다. 반대로 말하는 사람은 거의 모르고 듣는 사람이 다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 듣는 입장에서 뻔히 아는 지루한 얘기를 한다는 느낌이 들 거고요. 그래서 말을 할 때에는 대상에 따라 내용을 준비하는 게 필요합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누가 볼지 모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문가를 대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최대한 친절하게 글을 써야 합니다. 저는 제 앞에 가상으로 중학생 하나를 생각해 두고, 그 중학생이 이 글을 읽고 더 이상 질문할 게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글을 씁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제 중학생 부캐에게 하나하나 이해시키는 느낌으로 글을 쓴다고 할까요? 여기에서 참고하는 중학생 부캐란 앞서 설명했던 글을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던 제 자신이기도 합니다. 어렸을 때의 나를 소환하여 끊임없이 이해가 되는지 물어보고 설득하여 글을 완성합니다. 저 스스로도 제 글이 탁월한 수준은 아니지만, 가독성만큼은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으면, 때로는 지금까지도 책을 쓴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 문제를 스스로 규정짓기를 제 문해력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문해력에 문제가 있는 자신을 저주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몇몇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게, 작가나 번역가들이 글을 꼬아서 쓰는 게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되고 상당히 큰 충격에 빠졌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예전에 글쓰기를 배우는데 도움이 되는 책인, 박찬영 저자의 글쓰기 비결은 꼬리물기에 있다를 소개할 때 언급했던 이야기였는데요. 저는 스스로 문해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제가 책을 잘 못 읽는 병이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게 제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글을 쓸 때 부족하나마 저부터 어떻게든 읽기 쉽게 쓰자는 생각으로 글을 썼죠. 읽히지 않는 글을 쓰는 사람만큼 슬픈 사람은 없으니까요.


제가 글쓰기에 문외한이던 시절, 저는 저만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저만 못 하는 게 아니더군요. 철없을 적에는 저만 못 하는 게 아니니까 다행이고 안심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에 글쓰기가 얼마나 반영되어있는지 생각해보면, 글쓰기를 못 하는 게 비록 자랑은 아니지만 지극히 당연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글쓰기는 배운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처럼 딱 칼같이 점수를 매길 수 없습니다. 글쓰기로 성적을 매긴다는 말이 들리면, 공정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평가기준을 공개하라고 아우성을 치겠죠. 글쓰기를 예술이라고 생각해서, 지필평가가 비중이 낮은 미술 과목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데 말이에요. 글쓰기가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까닭은 글쓰기를 다루는 동아리를 지칭하는 말이 벌써 문예반이지 않습니까. 어쩌면 우리는 학창 시절 가입하지 못했던 문예반 동아리 활동을 나이가 든 채로 온라인 비대면으로 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우리나라 교육이 주는 한계를 고려했을 때, 반대로 글을 잘 쓰면 상당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분이 많습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대로 저는 대학교 때 수강한 교양수업을 통해 글쓰기의 맛을 알게 되었고, 글쓰기를 알려주는 책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글쓰기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 글을 고치는 책을 보는 건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제일 좋은 건 직접 글을 써보고, 첨삭을 받아보는 건데요. 그것도 한 문장 단위로 쪼개서 첨삭을 받아야 효과를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헬스장 가서 코치에게 PT를 받는 것과 비슷하죠. 물론 반드시 이렇게 해야만 글을 잘 쓰는 건 아닙니다. 무료로 운영하는 글쓰기 교실에 어떻게든 찾아가서 배워보는 것도 나름 좋은 방식이 될 수 있겠죠. 저도 그렇게 글쓰기를 배우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제가 지난달 참여했던 환급형 글쓰기 프로젝트가 있는데, 여기에서 배웠던 글쓰기 팁이 나름 쏠쏠했었는데요. 혹시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거나 참여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경험한 글쓰기 사교육>

글Ego 환급형 세 편 쓰기 프로젝트 : https://m.cafe.naver.com/egowriting/6189

글Ego 글쓰기 팁 모음 : https://egowriting.com/blog.php?&sca=글쓰기+팁&page=5


저는 가끔 자기소개서를 첨삭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알고 찾아왔나 싶지만, 제가 글을 고쳐주는 실력은 둘째치고 일단 무료로 해준다고 하니 싼 맛에 찾아왔겠죠. 제가 글쓰기 전문가는 아니라서 따로 돈을 받진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 자기소개서 첨삭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는 과연 제가 고쳐줄 수 있을까 싶어 걱정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나 다행인 건, 글의 상태가 너무나 엉망이라서 고쳐줄 게 너무 많았다고나 할까요. 준비와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제 실력이 드러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안심했습니다. 당사자를 옆에 앉혀 놓고 고쳐줄 때도 있고, 글만 보고 첨삭한 결과를 보내줄 때도 있는데요. 고치는 시간은 비록 더 오래 걸리더라도 당사자를 옆에 앉혀 놓고 고치는 게 훨씬 마음이 편안합니다. 써 놓은 문장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의도를 갖고 쓴 지 바로바로 물어보면서 알 수 있으니까요. 길게 쓴 문장을 둘로 자르거나, 글을 쓴 사람의 의도에 맞게 문장을 살짝 고쳐서 이 문장이 원래 의도했던 문장이 맞는지 보여줍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어? 이렇게 쓰면 되네?" 하는 식으로 눈빛이 바뀌는데요. 이렇게 모든 문장을 전부 다 고쳐주면, 자기소개서 원본과 전혀 다른 수준의 자기소개서가 나오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이 사람은 글을 잘 쓸 수 있게 되는 걸까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렇게 고쳐준 문장을 토대로 참고해서 처음부터 다시 자신의 손으로 써봐야 하는데요. 이건 마치 운전 연수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지 보여주고 나서 그 과정을 따라 해 보는 것이죠. 이렇게 글을 고쳐나가는 과정은 상당히 고통스럽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글을 고쳐다 주면, 자기가 쓴 원본과 비교해보면서 다시 글을 써 보는 사람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자기소개서란 본디 입시나 취업을 위해서 급하게 내야 하는 과제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비루한 능력으로나마 첨삭을 조금 해줬다 한들, 그 첨삭을 계기로 글쓰기에 취미를 붙였는지는 알 수 없죠. 아무튼 제가 처음 글을 고쳐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비대면으로 첨삭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많이 난감했었습니다. 그때 당시 글을 어떻게 고쳐줘야 상대방이 제 의도를 제대로 이해할까를 고민하면서 만든 틀을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이 틀의 내용 자체는 별다른 게 없지만, 이 틀을 활용해서 글을 효율적으로 고칠 수 있었고, 문장별로 왜 이렇게 고쳤는지 의도를 설명해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글쓰기란 무엇인가, 왜 글을 써야 하는가를 다뤄봤다면, 이제 좀 더 실제적인 글쓰기 방법론을 다뤄볼까요? 다른 방법론은 차치하고, 이 글을 쓰는 저는 어떻게 글을 쓰고 있는지 소개한다면 좀 더 이해가 빠르겠죠. 저는 일단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짧게 한 문장으로 씁니다. 그리고 줄을 바꿔서 다음으로 바로 이어질만한 문장을 씁니다. 첫 문장은 문장 맨 앞에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지만, 두 번째 문장 앞에는 'ㄴ'을 붙여서 마치 제가 쓴 글에 스스로 댓글을 단 것 같은 표시를 하는데요. 더 이상 문장이 이어지지 않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더 이상 문장이 이어지지 않으면 줄바꿈을 두 번 합니다. 이제 앞에 쓴 문장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그러고 나서 앞에서 했던 일을 반복하면, 제가 무슨 말을 할지 80% 정도 대략적인 틀은 다 잡게 됩니다. 서론, 본론, 결론을 구분지어서 쓰는 개요보다는 좀 말랑말랑한 수준의 초벌 작업이라고 보시면 돼요. 어때요, 참 쉽죠


뭔가 퀀텀점프가 일어난 것 같을 때, 소환하면 좋은 참 쉽죠 아저씨


이제 글을 얼추 다 썼으니 차례차례 이어 붙이면 됩니다. 그런데 이 작업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서부터 자신이 가진 역량이 나타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는 다른 건 몰라도 이 부분에 있어서 역량이 타고났다고 생각하는데요. 왜냐하면 슬프게도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제가 글을 잘 읽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방금 제가 쓴 첫 문장인데 그 문장을 읽으면서 혼자 이게 무슨 말인지를 되묻는데요. 물론 정확하게 말하면 제 중학생 부캐를 소환해서 물어보는 것이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첫 문장을 고치고 나서, 계속 뒤에 이어지는 이 문장은 또 무슨 말인지, 아까 이 문장을 왜 이렇게 썼는지 계속 물어보면서 이어 붙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기가 막힌 아이디어는 앞에서 한 문장씩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쓸 때 떠오르기도 하지만, 글을 고칠 때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러면 마치 원래부터 이런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것처럼 방향을 살짝 틀어 바꿉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벌 작업한 내용과 글을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글의 내용은 다를 수밖에 없죠.


앞서 소개했던 bookmaniac 님의 글쓰기 이야기인 [적당한 양은 받쳐주는 양질의 글이요]의 댓글을 보시면, 제가 어떻게 글쓰기를 하면 좋은지 간단히 댓글로 달았는데요. 제가 어떤 식으로 글쓰기의 초벌 작업하는지 보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나름 댓글이라서 신경 써서 쓰긴 했지만, 그래도 완성된 글의 형태로 전달하는 건 아니라서 다시 읽어보니 아쉬운 점이 좀 보이네요. 초벌작업한 내용과 실제로 쓴 글을 한번 일대일로 비교해보시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느끼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배웠던 글쓰기의 모든 노하우를 이 글에 담아내 보았습니다. 다 써 놓고 나서 생각해보니 글쓰기가 생각보다 별 거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어쩌면 글을 쓰는 것보다 오히려 고치는 게 의외로 손이 많이 가고 어려울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 기회가 된다면, 다른 사람의 글을 첨삭해 보시길 추천드려 봅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고쳐보는 과정을 통해, 그 사람이 왜 이렇게 글을 썼는지 의도를 읽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되는데요. 글을 고치다 보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독해력이 향상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이런 게 바로 예상치 못 하게 받는 선물입니다. 이제 제가 첨삭이 주는 행운을 알려드렸으니, 예상하고 받는 선물이 되겠지만 말이에요.


소설이나 시 같은 작품을 쓰는 게 아니라면, 글쓰기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돈 안 드는 취미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alookso에서는 돈까지 주잖아요. 진입장벽이 낮은 이 취미를 시작하지 않을 도리가 없기에 저는 alookso를 시작했고, 지금은 매일 어떤 글감을 써야 좋아요를 많이 받을지 생각하면서 글을 쓰는 게 즐거워진 사람이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길기만 한 제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마음에 닿아서 도움이 되길 소망하며 글을 마칠게요. 스스로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란 무엇인지 적어보려고 했습니다만, 짧게 쓰는 능력이 부족한 탓에 어쩔 수 없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p.s. 아래 내용은 제가 원래 적었던 글쓰기 입문자들에게 드리고 싶었던 이야기의 <초벌본>과 <완성본>입니다. 초벌본을 토대로 완성된 글을 한번 써 볼 테니, 제가 초벌 작업으로 쓴 댓글과 비교해서 얼마나 달라지는지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초벌본>


글쓰기 입문할 때, 무조건 많이 쓰는 게 좋아요.

ㄴ 스스로 퀄리티 있는 글을 쓸 자신 없으면 무조건 쓰세요.

ㄴ 양이 질을 압도할 때가 있습니다.

ㄴ 많이 써 보고 나서 질을 논하는 게 좋습니다.

ㄴ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하면, 아예 시작을 못합니다.

ㄴ 스스로 글을 쓴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쓰고 나서 고친다고 생각하세요.


좋은 글은 읽기 좋은 글!

ㄴ 글쓰기 수업 때 글을 배우면서 들었던 말씀 중 가장 오랫동안 머리에 남는 말입니다.

ㄴ 일단 뭐라도 글을 써놨다면, 고쳐나가야 합니다.

ㄴ 이제부터 작가가 아니라 독자가 되어야 합니다.

ㄴ 쉽게 말해서 내가 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고치세요.

ㄴ 마치 또 다른 부캐를 소환해서 읽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ㄴ 한 문장 한 문장 따져가면서 이 사람(이 글을 원래 썼던 자기 자신을 지칭함)은 이걸 왜 이렇게 썼지?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지? 를 하나하나 물어보세요.

ㄴ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하면 어려워요.

ㄴ 부캐 1이 부캐 2에게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ㄴ 그렇게 자신이 쓴 글을 읽으면서 가독성이 좋아졌는지 판단해 보세요.

ㄴ 저는 가독성 원툴(One-tool)을 가진 사람이라 다양하게 문장 어미를 써보거나, 문단 나누기 등 어떻게든 덜 지루하게 가독성을 높이려고 애씁니다.


가장 좋은 글은 간명한 글!

ㄴ 아직 저는 이 단계에 놓여있다고 생각합니다.

ㄴ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글을 쓴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죠.

ㄴ 저는 간명 중에서 명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ㄴ 굳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명확한 긴 글이 흐리멍덩한 짧은 글보다 낫겠더라고요.

ㄴ 명확함을 추구하다 보니, 글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ㄴ 언젠가 제 글의 길이도 짧아질 날이 오길 바랄 뿐이죠, 뭐.


<완성본>


글쓰기에 입문할 때, 양과 질 중 무엇이 중요한지 묻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글쓰기에 입문한 지 오래되었지만, 비루한 실력을 가졌기에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단정 짓기 어려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질보다 양을 추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스스로 퀄리티 있는 글을 쓸 자신이 있다면,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게다가 때로는 양이 질을 압도할 때가 있습니다. 일단 많이 써 보고 나서 질을 논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잘 쓰려고 하면 아예 시작을 못 합니다. 스스로 글을 쓴다라고 생각하면 마치 잘 써야 할 것 같아서 부담스러우니까 아예 쓰고 나서 고친다고 생각하시면 좀 부담이 덜 하죠.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도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큰데요. 제가 대학생 때 교양과목으로 글쓰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들었던 주옥같은 말씀 중에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말인데요. 바로 좋은 글은 읽기 좋은 글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작가가 아니라 독자가 되어야 하는데요. 보잘것없어 보이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뭐든 써놓았다면, 글을 쓰면서 고쳐나가면 됩니다. 쉽게 말해서 자신이 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고쳐보세요. 마치 또 다른 부캐를 소환해서 글을 읽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 문장, 한 문장 따져가면서 읽어보는 방식인데요. 이 글을 원래 썼던 자신을 탓하면서, 이 사람은 이 문장을 왜 이렇게 썼지? 이 문장은 도대체 무슨 말이지? 를 물어보는 겁니다. 이게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거라서 많이 어려운데요. 글을 읽는 부캐가 글을 썼던 본캐에게 질문을 던진다고 생각하시면 좀 더 이해하기 좋으실 것 같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가독성이 좋아졌는지 판단해 보세요. 저는 가독성 원툴(One-tool)이라 가독성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다양하게 문장의 어미를 바꿔서 써보거나, 적당하게 문단을 나누는 방식을 써서 어떻게든 글이 덜 지루하게 읽히도록 애쓰는 편이에요.


좋은 글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읽기 좋은 글이라면, 가장 좋은 글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간명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직 이 단계를 앞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명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면서도 짧게 쓸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간명 중에서 명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굳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명확하게 쓴 긴 글이, 흐리멍덩하게 쓴 짧은 글보다 낫겠더라고요. 명확함을 추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이 길어지게 되었는데, 언젠가 제 글의 길이도 짧아질 날이 오리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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