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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독성을 높이는 실전첨삭 클래스 (이론/실전/신청 편)

신청은 답댓글로만 받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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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look.so/posts/6MtYGk1


가독성을 높이는 실전첨삭 클래스



4. 가독성을 높이는 실전작문 클래스


앞서 소개해 드린 글쓰기 껌이지 시리즈는 잘 읽고 오셨나요? 이제 제가 그동안 사용했던 저만의 글쓰기 노하우를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입장에서 이것만큼 쉽고 강력한 도구를 본 적이 없기에 자신 있게 소개해 봅니다. 저는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연결고리에 집중하면서 글을 씁니다. 따라서 글을 쓸 때, 이 연결고리에만 초점을 맞춰서 글을 씁니다. 이 과정을 쭉 반복하다가 더는 연결될 수 없는 경지에 이르게 되면 그때서야 쪼개고 나서 문단을 나눕니다. 말로 설명하면 상당히 간단하지만 이게 노하우의 전부이죠. 잘 와닿지 않으실 것 같아서 가독성이 높은 글을 쓰는 실제 예시를 보여드리면서 글을 써보도록 할게요. 시작은 [사과는 맛있어]로 해볼게요.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면서 글쓰기 연습하는 예시] by 멋준오빠

사과는 맛있어.
ㄴ 맛있으면 바나나.
ㄴ 이런 노래가 어렸을 때, 있었던 것 같은데.
ㄴ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ㄴ 이런 노래도 있었던 것 같고.
ㄴ 사과는 왜 맛있어야 하는 걸까?
ㄴ 어렸을 때부터 사과가 맛있어야 하는 건 들어본 적도 없는데?
ㄴ 그냥 사과는 맛있어야 한다는 편견 아닌가?
ㄴ 사과는 맛있던 적이 없어.
ㄴ 솔직히 말해서 사과는 맛있다기보다는 그냥 시잖아.
ㄴ 아이 셔, 아이 셔.
ㄴ 그런데 신맛을 왜 맛있다고 느꼈을까?
ㄴ 원래 맛은 단짠단짠이 기본인데?
ㄴ 아마도 신맛을 싫어하는 아이를 속이려고 그런 게 아닐까?
ㄴ 어렸을 때, 그런 거 있잖아.
ㄴ 아이가 먹기 싫어하는 당근 먹이려고, 몰래 갈아서 주거나 단 거랑 섞어서 주는 것처럼.
ㄴ 정신적으로 속이는 거지.
ㄴ 사과 1도 맛이 없는데, 맛있다고 속이는 게 아닐까?
ㄴ 역시 인간은 뭔가를 속이는데 맛 들렸나 봐.
ㄴ 원래 사과는 맛있어라는 말은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에서부터 시작한 노래잖아?
ㄴ 그런데 이 노래도 가만 보면, 왠지 편견을 만들려고 만든 거 같지 않아?


자, 어떻습니까? 그냥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로 문장을 이어나가 보았습니다. 이렇게 문장과 문장 사이를 이어나갈 때, 주로 저는 Why? 기법을 많이 쓰곤 하죠. 예를 들어, 왜 사과는 맛있지? 같은 류의 질문을 던져보는 거예요. 이제 이렇게 제목을 다시 잡고, 방금 쓴 글을 고쳐서 쓰면 됩니다. 심지어 제목도 막 바꿔도 됩니다. 어때요? 참 쉽죠? (대충 어떻게 설명을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을 땐, 밥 아저씨를 소환!)



뭔가 퀀텀점프가 일어난 것 같을 때, 소환하면 좋은 참 쉽죠 아저씨


제가 앞에서 쓴 걸 일반적으로 [개요]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개요를 짜고, 글을 쓰라고 하니까요. 물론 저렇게 쓰는 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개요는 아닙니다. 그런데, 솔직히 전 작문법을 정통으로 배우진 않았어서 개요가 뭔지 그런 거 배워도 금방 까먹고 그렇습니다. 그냥 저는 문장을 써 놓고 어떻게 해야 다음 문장과 연결이 될지 계속 why 질문만 던질 뿐이거든요. 그러니까 제가 쓴 저만의 [개요]는 문장과 문장을 끊임없이 계속 이어나갈 수 있죠.


개요를 먼저 다 짜고 글을 써야 한다면, 솔직히 얼마나 귀찮겠어요. 그냥 쓰면 되지, 뭘 또 개요를 짜긴 개요를 짜요.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머리가 물어보는 대로 쭉 이어나가면 됩니다. 그저 문장을 이어나갈 때, why 질문만 툭툭 던질 뿐이죠. 앞 문장과 이어나갔다는 의미로 문장 맨 왼쪽에 [ㄴ]을 문장이 계속 이어질 때까지 맨 왼쪽에 붙여서 씁니다. 그럼 저 앞에서 쓴 저만의 [개요]로 글을 완성해볼까요?



[꼬리에 꼬리를 물어가면서 글쓰기 완성하는 예시] by 멋준오빠

제목 :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노래에 숨어있는 음모론

"사과는 맛있어!"라는 말을 들으면, 반사적으로 "맛있으면 바나나!"라는 말이 댓구처럼 떠오른다. 사실 이런 노래가 어렸을 때, 있었던 것 같다. 제목은 원숭이 엉덩이는 빠~알개. 여기에서 단순히 빨개가 아니라, 빠~알로 늘여부르는 부분이 참 중요하긴 하다. 아무튼 이것도 그렇고,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같은 노래도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이렇게 노래를 통해 음식 이야기를 배우게 되면, 음식을 좀 더 편안하게 느끼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앞에서 얘기했던 소재인 사과로 돌아가 보자. 사과는 왜 맛있어야 하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사과가 맛있어야 하는 건 들어본 적도 없다. 솔직히 그냥 사과는 맛있어야 한다는 편견 아닌가 싶다. 나는 사과가 맛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사과는 맛있다기보다는 그냥 시지 않나?

일반적으로 원래 맛은 단짠단짠이 기본인데 나는 신맛을 왜 맛있다고 느꼈을까? 설마 이 안에 음모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신맛을 싫어하는 아이를 속이려고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보니, 우리 엄마도 어렸을 때 나 당근 몰래 먹이려고 갈아서 줬던 것 같다. 결국 신맛을 맛있다고 느끼는 건 정신적으로 속이는 거랑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과는 조금도 맛이 없는데, 맛있다고 말함으로써 속이는 거랑 진배없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이 노래는 원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았나? 왜 원숭이 엉덩이는 빨갛다고 시작하는 걸까? 어쩌면 빨간색이 주는 강렬함 때문이 아닐까? 혹시 이 노래는 북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닐까? 싶은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음모론이 머릿속에 마구마구 샘솟는다.

"역시 음모론은 재밌어, 재밌으면 바나나?"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금방 막 지어내 봤는데, 나름 재미있으셨나 모르겠어요. 저는 좋은 제목 쓰는 법이 뭔지 잘 모릅니다. 그냥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재미있게 쓰다 보면, 제목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제목에 너무 힘을 주면, 글이 잘 안 나와요. 준비가 다 됐는데, 정작 글이 안 나오면 너무 아쉽겠죠. 그래서 저는 개요 쓰는 것같이 형식에 구애받는 건 거의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봅니다. 다양한 작법이 있겠지만, 그런 형식을 다 일일이 지키다 보면 어느새 글을 하나도 못 쓰게 되는 날이 오거든요.


일단 글은 쓰고 나서 고치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글쓰기란 어떤 특별한 형식에 놓여있어선 안 되고, 형식에 갇혀서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형식을 갖춰서 쓰면 당연히 잘 쓸 수 있게 되겠죠. 형식을 갖추지 말자는 게 아니라, 조금만 나중으로 미루자는 얘기입니다. 우리가 글을 쓰는 목적은 딱 하나뿐입니다. 글이란 상대방에게 읽히라고 쓰는 거죠. 허무하지만, 이게 바로 글쓰기의 본질입니다. 그래서 읽히지 않는 글을 쓰는 것은 참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5. 가독성을 높이는 실전첨삭 클래스


이제 [가독성을 높이는 실전첨삭 클래스] 신청방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신청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가독성을 높이는 실전첨삭 클래스 신청방법]

답댓글로 자신이 alookso에 작성했던 게시글의 URL만 남겨주세요.
ex.) https://alook.so/posts/mbtmkj


링크를 남겨주시면서 왜 첨삭이 필요한지 사연을 적어주시면 글쓴이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어서 글을 고치는데 도움이 됩니다만, 그렇다고 먼저 해 드리진 않습니다. 이 클래스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신청해주실지 몰라서 일단은 계속 OPEN 해두겠습니다. 링크를 남겨주시고 나서 너무 피드백이 늦어져서 오래 기다리시면 글 쓰신 분 입장에서도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실전첨삭 클래스는 제가 4월 한 달 동안 alookso에서 평일에 진행할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최대 20명 정도 선에서 첨삭 작업은 마무리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예전에 쓰셨던 글을 링크로 보내주셔도 좋고, 제가 위에서 설명했던 방법에 맞춰서 글을 새로 쓰셔서 올려주셔도 좋습니다. 제 예상입니다만 위에서 설명했던 방법대로 글을 새로 쓰신다면, 제가 별로 고쳐드릴 게 없어져서 신청을 안 하게 되실지도 몰라요. 그만큼 연결고리에 초점을 맞춰서 글을 쓰는 건 누구나 쓸 수 있으면서도 꽤나 가독성이 강력한 도구이죠. 글자 수에 특별히 제약을 두진 않지만, 너무 글자 수가 적으면 제 입장에서 고쳐드릴 게 없기 때문에 가급적 2,000자 전후로 작성해 주신 글이라면 가장 좋겠습니다. 혹시 2,000자가 넘는다면, 제가 임의로 2,000자 전후로 적당한 선에서 끊어서 첨삭하도록 하겠습니다.


보내주신 링크를 확인한 다음, 글을 고쳐서 제 글에 제가 답글을 달아서 글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글이 첨삭되고 고쳐지는 과정을 공개해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만 지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별도로 신청하신 분께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따로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이렇게 진행될 수밖에 없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해당 게시글을 다시 고쳐 쓰는 과정을 통해, 당사자에게는 어떻게 글을 고쳐나가는지를 보여드린다면, 글을 보시는 분들께는 당시에 유행했던 이슈가 어떤 것이 있었는지 다시 한번 상기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 큐레이션 했던 글을 제가 다시 한번 큐레이션 해 보는 느낌이 들 것 같네요.


이 봉사활동은 스스로 글을 오랫동안 써 왔고, 다른 사람의 글을 꼼꼼히 첨삭하는 것에 관심 있다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합니다. 사실 저는 제가 이런 일을 할 게 아니라, alookso에 숨어있는 글쓰기 고수님들이 이 봉사활동에 참여해 주시길 내심 바라고 있기도 합니다. 모든 글은 고치는 과정에서부터 비로소 발전하게 되는 법인데, 스스로 글을 고치는 것은 분명히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는 건 결국 미리 경험했던 사람들이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누군가 판을 깔아주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봉사활동에 나서는 게 쉬이 쉽지 않을 것을 알고 있기에 일단 저부터 한번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하루에 글을 하나씩 꾸준히 고쳐나가다 보면, 4월이 끝날 무렵에는 이 [봉사활동]이 끝나 있지 않을까요?




6. 글쓰기 교육, 민주화 운동


제가 이 봉사활동을 생각하게 된 건, 박현안 님이 말씀해주신 [글쓰기란 나만의 작은 민주화]라는 말 때문이었습니다. 박현안 님이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는지 그 포문을 열어주셨고, 저는 그 시리즈에 응답하여 이렇게 실전첨삭 시리즈를 준비해 보았습니다. 이 컨텐츠가 반응이 좋다면, 계속 글을 이어나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만의 [가독성을 높이는 실전첨삭 클래스] 시리즈도 끝나고 나면, 누군가가 제 뒤를 이어서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런 [봉사활동]을 계속 이어 나가 주길 바랍니다. 민주화란 한 명의 개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지만, 그 힘이 거기에서 끝나버리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져 나가는 운동이 되었으니까요.


단순히 주어진 글을 잘 읽게 만드는 교육은 산업혁명 시대의 노동자를 양성할 뿐입니다. 글쓰기 교육을 받아서 스스로 글을 쓰게 되면,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생각하게 되는 능력을 기르게 되니까 시민들은 깨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저는 이제 새로운 개념의 온라인 [야학]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글쓰기 교육]은 곧 [민주화 운동]입니다. 민주화 운동이 뭐 별 겁니까? 시민이 스스로 생각할 줄 알게 만드는 힘을 기르는 게 민주화 운동이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김재경 님의 정치학 껌이지(Come Easy) 시리즈 역시 alookso 사용자들을 위해 필요한 매우 바람직한 시도입니다. 저는 이런 시리즈가 정치학뿐만 아니라 삶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각자 자신이 가진 노하우를 공유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가진 지식과 노하우를 서로 나누다 보면, 어느새 alookso는 상호 간에 지식/노하우뿐만 아니라 스스로 왜 살아가는지 의미까지 주고받는 경쟁력 있는 커뮤니티로 성장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것이고,
달걀은 아무리 약해도 산 것이니,
바위는 부서져 모래가 되지만,
달걀은 깨어나 그 바위를 넘는다.

_ 영화, 변호인 (2013) 中


제가 제일 좋아하는 변호인의 대사를 다시 가져왔습니다. alookso라는 공간에서 바위에 부딪힌 달걀이 되어버린 과거의 자신의 글을 보는 것은 참 비참한 일입니다. 하지만 달걀에서 부화한 병아리가 되어, [투데이]라는 바위를 넘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가독성을 높이는 실전첨삭 클래스]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혹시 아무도 이 클래스에 참여가 없다면, 아쉽지만 제가 가진 노하우는 오로지 저만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게도 제가 가진 노하우를 여러분들께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면 좋겠네요. 그럼 첫 댓글을 달아주신 분의 게시글 교정은 4월 1일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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