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을 친목질이라고 격하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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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lookso에서 해시태그 운동이 시작되었다. 하도 글이 많으니까 사용자들끼리 서로 읽히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한 셈이다. 나는 처음부터 이런 시도를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alookso에서는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방임과 방관하는 게 기본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구책으로 이런 걸 상상해 내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일까. 그런데 최근 이 활동이 친목을 유발하는 게 될 수 있으니, 유의하자는 의견이 올라왔다. 나는 충분히 친목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가 될 거라고 봤다. 그것까지 감안해도 충분히 괜찮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친목의 본질을 생각해 보게 된다. 소위 말하는 친목질이 문제가 되는 건 친목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배타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심이 문제라고 봤다. 우리가 친구라고 생각하던 사람은 놀랍게도 사실 모르던 사람이었다. 좋은 인연이든 악연이든 어떻게든 얽히고설켜서 지금의 관계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심지어 부모 자식 관계도 태어나기 전까지는 서로 모르던 사이였다. 조금씩 가까워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목이 생기게 되는 것인데, 이러한 친목이 잘못되었다고 규정하면 안 된다고 봤다. 친목을 친목질로 격하하여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왜 커뮤니티에 남아있어야 하는지 고민해 보게 된다. 커뮤니티의 존재 목적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란 서로 자신의 의사를 주고받는 행위이다. 따라서 서로 자신의 의사를 주고받다 보면 필연적으로 친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과정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조장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우리끼리 노는 게 문제 되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 문제는 우리끼리[만] 놀 거니까 다른 사람들은 여기에서 놀지 말라고 배척하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일 거다. 조금 더 따지고 들어가면, 우리끼리만 놀아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 주면 그만이다. 사람마다 끼리끼리 문화를 놓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범위가 다를 텐데, 그것을 규정지으려고 하는 게 조금 어렵다고 판단한다. 아무쪼록 이렇게 글만 쓰는 작은 커뮤니티에서도 뭐 하나 정하려면 이렇게 시끄럽다. 인생이란 선택의 연속이고, 정치란 국가를 경영하기 위해 중요한 선택을 하는 모임이다. 우리의 일상은 기업의 경영/국가의 정치/세계의 정세와 맞닿아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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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운동을 꾸준히 지켜봐 온 입장에서 몇 마디 첨언을 하고자 합니다. 일단 저는 해시태그 운동에 상당히 지지하는 입장이에요. 물론 글을 쓰는 과정에서 해당 기능이 구현되는 게 가장 BEST이긴 합니다.
1.
토픽을 대체할
구분기준 마련
제가 해시태그 운동을 지지하는 첫 번째 이유는 토픽의 쏠림 현상이 너무 과도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라이프 토픽은 전체 게시글의 60%를 차지합니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머릿수 싸움입니다. 아무리 이상적인 취지와 의미와 목적을 담는다고 해도 다수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법이죠.
다수와 소수로 나뉠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다수가 소수자를 배려하자고는 말할 수 있지만, 소수자의 말대로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말할 때 갸웃거리게 되는 지점이 여기에서 생깁니다. 모든 사람의 말은 각각의 입장에서 모두 옳습니다. 그럼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합니까?
라이프가 6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솔직히 카테고리에 신경 써 가면서 나눠서 글을 쓰라고 말하는 게 무의미합니다. 카테고리가 안 맞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없고요. 다만, 경제 관련 토픽에서 경제와 아무런 상관없는 이야기를 써놓는다면 받게 될 좋아요 숫자가 줄어들겠죠. 개인의 입장에서 감당할 부분은 딱 그 정도. 결국 어떤 토픽으로 쓸지 고민하다가 [라이프]로 수렴하게 됩니다.
현재 추세대로 변하지 않는다면, 두 달 안에 [라이프]가 80% 정도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요? 그 어떤 주제라도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지 않는 주제는 없으니까요.
저는 새로운 토픽이 끊임없이 제안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기존의 토픽을 대체하는 것에서 머무르는 게 아니라 더욱 세분화되고, 각 분야별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현재 그런 구분이 특별히 의미가 있나 싶은 겁니다. 그냥 [라이프] 토픽에 글을 쓰는 게 좋아요 받기에도 좋고, 부담도 덜 하니 말입니다.
저는 토픽을 대체할 구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해시태그는 그런 차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구분 기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매일 올라오는 글을 다 못 읽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는데요. 요즘은 그래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죠. 아무래도 어떤 분들은 alookso에 실망하고 떠나셨을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그래도 남아서 글을 써 보겠다는 의지로 버티시기도 하겠고요. 버텨본 입장에서 말씀드려보자면, 진짜 버티고 버텨서 글쓰기에 한정해서 얻은 게 꽤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제가 최근 글쓰기에 관련하여 쓴 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길게 써보기 클래스]를 또 참고해보시면 어떨까요?
(홍보를 이렇게 갑자기 한다고?)
2.
배타적 친목이 문제지
친목 자체는 무죄라서
교회, 동호회, 동아리 등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끼리끼리 문화가 생겨납니다. 아무래도 마음 맞는 사람 만나는 게 하늘에 별따기인데, 그렇게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라고 예외가 될 순 없죠. 실제로 보상을 받는 격주 월요일이 되면, 이번에 각자 받게 되는 보상을 놓고 홍역을 치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생각도 당연히 들고요. 그럴 때마다 나타나는 전가의 보도, 소통이 되는 게 만족스럽다는 분들이 계시죠. 즉, 금전적 보상뿐만 아니라 심리적 보상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분명히 있단 겁니다. 심지어 금전적 보상을 압도하기도 하죠.
저는 친목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끼리끼리 문화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서 당연한 본능입니다. 자신과 잘 맞는 사람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다가 친구가 되는 법인데,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친목을 일삼는 행동이라고 부르거나, 친목질이라는 표현으로 격하되는 건 조금 받아들일 수 없을 듯하네요.
친목이 친목질로서 작동하게 되어 문제가 되는 건 친목이 배타적으로 이뤄졌을 때 문제가 될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 클럽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문제라는 겁니다. 끼리끼리는 문제가 안 되지만, 끼리끼리[만] 다니려고 한다면 문제가 된다고나 할까요?
사실 그것까지도 감안해서 괜찮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안 끼치면 되지 않을까요? 끼리끼리가 권력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는 건가요?
이제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올린 글을 전부 다 읽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좋아요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 삼아야 할까요? 저는 그럴 수 없다고 보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한 사람이 좋아요를 하나의 게시글에 두 개를 달 수 있다면 그건 반드시 문제삼아야겠죠. 그런데 좋아요는 모두에게 평등합니다. 설사 특정 세력이 생겨나서 상호 간 좋아요 품앗이를 한다한들 그게 어떤 이유로 문제 삼을 수 있을는지요. 그게 답답하면 또 다른 특정 세력에 들어가면 그만인 법입니다. [좋아요]는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니 말입니다.
친목에게 죄를 묻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적었던 경제적 보상이 주는 허탈감마저도 뛰어넘은 심리적 보상입니다. 친목 자체에 죄를 묻는 건 온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사람마다 친목의 관점은 다르기에 친목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요.
소수를 배려하자고 권할 수는 있지만, 소수의 말을 들어보자고 말할 수는 있지만, 소수의 말대로 하자고 말할 순 없습니다. 다수의 입장을 차지한 사람의 입장에서 그 부분은 설득논리가 부족하다고 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정치가 상당히 어려운 것이겠죠.
저는 개인으로서 여기에서 활동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말자는 차원까지만 생각해서 글을 씁니다. 제가 글을 써서 수익을 받아가는 게 다른 사람의 수익을 빼앗아가는 구조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일단 alookso의 공식 답변이 올 때까지 계속 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저만의 방식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누군가는 제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죠. 어디까지를 민폐로 볼 것인가 또한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해시태그 운동이든 뭐든 한번 해봅시다. 어차피 행동강령에 없는 내용인데, 이런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면 너무 답답할 것 같지 않나요? 지금 벌이고 있는 게 문제가 된다면, 그건 그때 가서 고민하면 되지 않을까요? 나중에 alookso에서 판단하지 않을까요? 일어나지 않은 문제를 놓고 고민하다 보면, 그냥 alookso에서 정해준 대로 살게 될 것 같아서요. 저는 적어도 남이 정해준 대로 살고 싶진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