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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웃겨야만 비로소 웃게되는 사람

저는 개그맨들이 진짜 똑똑하다고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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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look.so/posts/4XteaR0



- 글을 쓰게 된 목적 : 


최근 유행하는 개그 프로그램의 역사를 한번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랜만에 alookso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본다. 내용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진 않았고, 특별하거나 심각한 사회 현안을 다루고 있지 않다. 오늘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마냥 웃고 싶었기 때문이다. 개그맨들은 상당히 똑똑하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관찰하고, 시대를 이용할 줄 안다. 사회 현안을 어떻게든 비틀어서 녹여내고야 만다. 풍자와 해학으로 그들이 만들어내는 승화의 카타르시스를 보고 있자면, 온몸에 전율이 흐를 때가 있다. 세상에 다양한 종류의 예술이 있다지만, 나는 코미디/개그를 최고의 예술 작품으로 생각한다. 재미와 웃음을 넘어서 감동과 전율을 주는 코미디를 사랑한다. 웃음은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하게 만들고, 행복해질 수 있는 계기를 선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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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웃겨야만 비로소 웃게되는 사람




프롤로그.

다른 사람을 웃겨야만

비로소 웃게되는 사람


예전에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의 변천사를 놓고 자세히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원래 가볍게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의 역사를 짚어보려고 생각했었는데, 왜 서바이벌을 좋아할까를 놓고 고민하다가, 어쩌면 [진심]을 보고 싶어 하는 한국인 특유의 성질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의 특성까지 확장하여 전개했었던 콘텐츠입니다. 불과 4개월밖에 안 된 이야기인데, 지금 다시 글을 돌아보니 정말 오래전에 쓴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저는 예능 프로그램과 코미디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을 재미있게 해주는 것을 좋아했고, 또 지금도 주변 사람을 웃기는 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제 인생에서 유머와 개그가 없다면, 너무 인생이 힘들어질 것 같다고나 할까요. 물론 제가 만나는 사람들이 저를 정말 재미있어하는지는 알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요즘 사람 만나는 것이 코로나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겨우 만나게 되더라도 사람을 웃기는 일도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요즘 들어 전국민적인 공감대를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무한도전, 개그콘서트 등 전국민적인 인기를 끌던 프로그램이 있었고, 유행어를 따라 하거나 성대모사를 하기만 해도 많이 웃던 시대가 있었는데요. 이제는 콘텐츠 소비가 모두 맞춤형으로 진행되다 보니, 어떤 소재를 꺼냈을 때 상대방이 모르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개그를 설명하게 되면, 그 개그는 실패라고 하는데요. 이젠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 경우가 태반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상대방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상대방을 관찰합니다.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있다가, 갑자기 흐름을 뒤흔드는 반전을 보여주면서 웃음을 유발하곤 합니다. 언제나 사람들의 반응을 예민하게 포착하면서 살아야 하기에 인생 참 피곤하게 산다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주변 사람들을 웃게 해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그래야 제가 웃을 수 있기 때문이죠.


1.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

끝나버린 공개 코미디


몇 년 전, 가요계에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태풍이 몰아쳤죠. 미스트롯/미스터트롯 프로그램 때문에 트로트가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덕분에 TV 채널 어디를 돌려도 트로트 얘기만 가득해서 이젠 질려버려서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까지 나오지만, 몇십 년 만에 찾아온 전성기에 TV에서 트로트 이야기는 멈출 줄 모르죠.


요즘 넷플릭스나 유튜브, 각자만이 좋아하는 스트리머들의 인터넷 방송을 보고 있기 때문에 TV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TV를 보는 시청자들이 고연령층으로 고착화되게 되고, 고연령층 인구가 좋아할 만한 트로트 프로그램만 계속 TV에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다음 세대에서는 1인 1미디어에서 1인 2~3미디어까지 확장되어, 언젠가 TV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TV에서 진행하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지난 2020년 6월 26일 개그콘서트의 폐지로 끝나고야 말았습니다. 개그콘서트의 마지막 프로그램이 끝나면 나오는 그 음악을 들으면서 한 주를 마감했었는데요. 개그콘서트가 없는 1주일의 마지막을 과연 상상이나 했었습니까? 하지만 프로그램은 끝났고, 상상할 수 없었던 일요일 저녁이 찾아왔으며,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계속 우리의 일상은 진행됩니다.


개그콘서트는 무려 20년을 지속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개그콘서트가 없어지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 가수/배우를 포함한 연예인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많이 생기지만, 공개 코미디를 지향했던 개그맨/개그우먼들에게는 유독 다른 프로그램 출연이 엄격했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 방송 경력이 충분히 쌓여야만 비로소 일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개그콘서트가 수많은 예능인과 방송인들을 만들어 낸 산실이 된 것은 맞지만, 뭔가 그들은 그들만의 리그 속에 갇혀서 살거나 그들만의 규범 속에 놓여있었던 것 같은 느낌입니다.


개그콘서트가 폐지된 원인은 간단합니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시청률이 낮으면, 그동안 쌓아왔던 공로나 의미는 모두 사라지고, 간판 프로그램이었다는 칭호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법입니다. 잘 나갈 때야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줬지만, 하락세에 접어들면 냉정한 평가가 뒤따르게 됩니다. 옛날 개그맨들은 참 재미있었는데, 왜 이렇게 요즘 개그맨들은 재미가 없냐는 비아냥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부터 조금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습니다. 왜냐하면 개그콘서트보다 먼저 문을 닫은 SBS 웃찾사 출신 개그맨들 때문이었죠.


SBS 웃찾사는 2017년 5월 31일 폐지했습니다. 개그콘서트보다 3년 정도 앞서 없어진 셈이죠. 웃찾사에 출연하던 개그맨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중 몇몇은 자신들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형식만 바꿔서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가장 성공한 유튜버 중 하나는 흔한남매입니다. 실제로 저는 책을 본 적이 없지만, 흔한남매의 책이 온오프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올라있죠. 그만큼 어린이들 사이에서 이 유튜버들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피식대학동네놈들낄낄상회 등이 개그맨 유튜버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죠. 저는 여기에서 주로 피식대학 영상들을 즐겨보곤 합니다.




2.

끊임없이 돌고도는

개그코미디의 역사


개그맨 출신 유튜버들은 초기에 몰래카메라 컨셉으로 인기몰이를 시작합니다. 아무래도 자극적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놀라게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게 가장 빠르겠죠. 그런데 언제까지나 자극적인 모델로 갈 수는 없는 법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이러한 몰래카메라 컨셉으로는 한계가 온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던 개그맨들은 자신들이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 하려고 했던 아이템들을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에서 시도하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방송국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진행하다 보니, 제약이 많았던 프로그램을 자신이 직접 PD가 되어 조금씩 만들어나가기 시작했죠. 처음부터 좋은 반응이 오진 않았지만, 서서히 사람들에게 그들의 캐릭터가 누적되기 시작하면서 반응이 폭발적으로 오게 됩니다.


2020년 피식대학이 꺼내든 B대면데이트는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끼리 서로 만날 수 없는 상황을 풍자해서 비대면으로 소개팅을 한다면 어떻게 될지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입니다. 당시 캐릭터 중 하나인 [최준]은 2021년 상반기 최고의 개그 캐릭터로 이름을 알렸고, 무명 개그맨이었던 김해준 씨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죠. 이후로도 영상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들을 보여주면서 자신들의 전문 콘텐츠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특히 공채 개그맨 출신답게 부캐의 개념이 확 와닿게 보여주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억지로 상황을 연기하면서 웃기던 2021년 상반기가 지나고, 2021년 하반기부터 공감 개그가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공채 개그맨 출신은 아니지만, 신인이지만 상당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너덜트가 그 주인공입니다. 괴짜를 의미하는 Nerd와 성인을 의미하는 Adult의 합성어로 유추되는데요. 그만큼 엉뚱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겠죠. 당시 이들이 등장해서 보여줬던 첫 영상은 엄청 충격을 주게 되었습니다. 혹시 못 보신 분들이 있다면, 그 영상을 잠깐 보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https://youtu.be/jxdQh7vs4Ls



대화와 대화 사이의 공백을 없애는 편집으로 스피디한 느낌을 더해서 참을성이 많이 없음에도 영상을 끝까지 보게 만듭니다. 물론 그 안에 숨 쉬고 있는 긴장감은 계속 유지하면서 말이죠. 이러한 상황은 마치 실제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데요. 바로 공감을 이용한 개그입니다. 억지로 상황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있을 법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형태로 웃음을 주는 방식이죠. 이러한 형태의 개그는 당시 시대상과 문화를 반영하곤 하죠.


최근 코로나를 주제로 공감을 주는 새로운 영상을 발견했는데요. 유튜버 숏박스의 [자가격리]라는 제목의 영상입니다. 이 영상을 보면, 정말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구해다 놨는지 몰라도 진짜 남매가 연기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기에 코로나 상황에서 있을 법한 일을 자연스럽게 연기해 내죠.


출연진들은 모두 개그맨 출신들이고, 공개 코미디가 있던 당시에는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 않았던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충분한 기회가 부족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들이었는데, 공개 코미디라는 틀 안에 가둬놓으려고 했으니까 말입니다. 혹시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아래 영상을 링크해 둡니다. 참고로 이런 종류의 영상을 좋아하신다면, 너덜트와 숏박스 전체 영상을 한번 쭉 훑고 오셔도 좋을 것 같네요. 왠지 1시간은 그냥 순삭 당할 느낌?


https://youtu.be/v48_kOMPe08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공감 개그는 사실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 [생활의 참견] 프로그램을 보면, 개그맨이 왜 희극 배우로 불리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당시에는 공개 코미디라는 제약에 맞게 철저히 계산된 움직임을 보이는 연기를 하고 있다면, 이제는 굳이 관객이 앞에 없기 때문에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연기하는 극사실주의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큰 차이입니다. 유튜버 숏박스처럼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그들의 능력을 보고 있다면, 참 탁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행은 돌고 도는 법입니다. 언제까지나 계속 같은 형식으로만 끌고 갈 수 없겠죠. 왜냐하면 비슷한 종류는 언젠가 지쳐 버리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공감 개그 열풍이 한바탕 지나가고 나면, 과연 다음에는 어떤 형태의 개그가 우리 일상을 차지하게 될까요? 우리는 어떤 프로그램을 보면서 울고 웃을 수 있게 될까요? 현재 가장 유행하는 형태의 개그를 보면서도 다음에 어떤 코미디 프로그램이 유행할지를 생각하고 있는 걸 보면, 저는 개그/코미디/예능 프로그램에 참 진심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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