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을 보러 왔는데 정치를 봤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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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알게 된 지인이 뮤지컬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다가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 물어보고 가도 될 거라고 해서 졸지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되었지만, 처음으로 감상한 뮤지컬은 매우 신선했다. 이건 나만의 종특인진 모르겠지만,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고 나오면, 왜 꼭 그 배우의 말을 흉내 내게 되는 걸까? 연극/뮤지컬톤의 연기는 장르적 특성상 일상에 비해 과장되어 있다. 함께 연극/뮤지컬을 감상한 사람들끼리 공통의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에서 그들의 연기를 흉내 내는 모습을 통해, 일상으로 돌아온 우리에게 웃음을 자아내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끝없는 개그본능은 내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산물인지도. 뮤지컬을 보면서, 주인공들끼리 펼치는 암투를 보면서 문득 현실정치를 떠올렸다. 같은 작품을 봤지만, 어떤 사람은 로맨스물을 떠올렸을 것 같고, 나 같은 사람은 정치적인 관점으로 볼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사망한 전 부인의 그림자를 지키려는 댄버스 부인, 이제 새로운 부인은 나라면서 댄버스 부인과 대적하는 주인공. 두 사람의 숨 막히는 대결이 내겐 정치 세력의 싸움으로 보였기에 아주 일품이었다. 어쩌면 일상에서의 정치 영역은 생각보다 멀지 않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노력한다고 주어지지 않는다. 행복은 행복해질 수 있는 환경을 철저히 잘 구성한 가운데, 운을 최대한 높여도 될까 말까 한 영역의 확률 게임이다. 정치란 행복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모든 시민은 정치 부캐를 키워야 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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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주 신나는 벚꽃놀이
삼년만에 찾아온 일상
지난 토요일, 저는 오랜만에 행복한 휴식과 일상을 보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쉬는 게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밖으로 나돌아 다니면서 수다를 떠는 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자 휴식입니다. 제 입장에서 어디를 가는지 장소는 별로 중요하진 않습니다만, 그래도 요즘 가장 핫한 게 바로 벚꽃 아니겠습니까? 4월 9일 서울 양재시민의숲 역에 붙어있는 양재천에는 벚꽃이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그리고 반포한강공원을 가는 길에도 벚꽃이 엄청 많이 피었습니다. 여기에서도 사진을 찍긴 했지만, 죄다 제가 등장한 사진밖에 없어서 아쉽지만 올리지 않겠습니다. 때로는 올릴 수 있지만, 올리지 않는 것이 더 관심을 끄는 요소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일본의 추리만화로 유명한 명탐정 코난에서 이런 말이 나왔죠.
A secret makes a woman woman.
(비밀은 여자를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_ 베르무트, 명탐정 코난 42권 中
저는 이 지점에서 이렇게 한번 말해 보고 싶습니다.
"비밀은 멋준오빠를 관종으로 만든다."
_ 멋준오빠, 글쓰기보다는 패러디에 미친 남자 中
2.
지인의 뮤지컬 공연
스토리 오브 맨덜리
재미난 벚꽃놀이를 마친 후, 지인이 뮤지컬 동호회에서 공연한다고 해서 공연도 보고, 공연을 응원해주러 갔습니다. [스토리 오브 맨덜리] 라는 제목의 공연이었는데요.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뮤지컬 내용을 찾아보니, 뮤지컬 [레베카]와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고, 포스터 디자인도 [레베카]와 매우 유사해 보였는데요. 아무래도 뮤지컬 동호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동명의 이름을 쓰지 못해서 저렇게 이름이 바뀐 게 아닌가 싶네요. 어쨌든 예전에 연극/오페라는 본 적이 있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뮤지컬을 감상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감상한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맨덜리]는 뮤지컬 동호회 [라라뮤]의 19기 정기공연으로 이루어졌습니다. 4월 9일, 10일까지 [광화문아트홀]에서 전석 무료로 진행된 공연이었는데요. 배우들이 아마추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대부분 학생이나 직장인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대단한 끼를 갖춘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연습했을지 상상이 안 될 정도였네요.
[스토리 오브 맨덜리]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맨덜리 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일반인에 불과했던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인 [막심 드 윈터]와 사랑에 빠지고, [드 윈터] 가의 새로운 안주인이 되죠. 하지만 [드 윈터]가에는 2년 전 사망했던 안방마님, 레베카의 그림자가 짙게 남아있었습니다. 특히, 악역인 집사 [댄버스 부인]은 주인공을 대놓고 괴롭힐 수 없는 위치이다 보니, 간접적으로 괴롭히곤 하죠. 거의 가스라이팅 비슷한 수준으로 심리 공격을 펼치지만, 주인공은 그런 위기를 하나둘씩 밟고 일어섭니다.
주인공의 시점에서 보면 일종의 성장드라마로 볼 수 있고,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 사이의 관계를 보면 로맨스물이기도 합니다. 전 부인인 레베카의 그림자가 계속 펼쳐져 있는 장면을 보면, 한 편의 정치판이기도 합니다. 어느 관점에서 보더라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뮤지컬을 다 보고 나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알게 된 중요한 사실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뮤지컬의 원제이기도 한, [레베카]는 작중 이미 사망한 인물이기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름은 누구보다 많이 불리죠. 이 뮤지컬의 여자 주인공은 결혼 이후 [드 윈터 부인]이라고 불리지만, 실제 이름은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죽어서도 이름을 알릴 정도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여자 레베카, 살아있지만 누구에게도 불리는 이름이 없었고, 결혼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호칭이 생긴, 심지어 그 호칭마저도 레베카의 호칭을 빌려다 쓰게 된 여자 주인공의 삶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앞서 이 뮤지컬에서 한 편의 정치판이 느껴졌다고 했는데요. 왜냐하면 [레베카]의 그림자 속에 살면서, 언제나 [레베카]의 흔적을 남기려는 [댄버스 부인]은 보수세력을 상징합니다. 새롭게 [드 윈터] 가의 안방마님이 된 주인공은 개혁세력을 상징하고요. 기존의 가치인 레베카의 흔적을 지키려는 자와 이제는 내가 새로운 안방마님이라는 마음으로 점차 기존의 흔적을 지우려는 자 사이의 치열한 눈치 싸움이 아주 일품이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뮤지컬이 끝나고 출연한 배우를 축하해준 후, 함께 응원하러 간 사람들끼리 모인 식사 자리에서 톤만 연극톤으로 바꿔서 이야기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뮤지컬을 같이 보면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서 그런지 다들 빵빵 웃음이 터지더군요. 역시 어딜 가나 제 본캐의 개그 본능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3.
뮤지컬에서 만난
일상에서의 정치
우리나라 정치는 미국의 정치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요. 1990년 1월 22일 3당 합당 이후로 거대 양당제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보수정당이라고 말하는 국민의힘은 사실 [극우] 쪽에 좀더 가깝고, 진보정당이라고 말하는 더불어민주당은 [보수] 쪽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거칠게 말하면 [보수]와 [극우]가 서로 번갈아가면서 정치를 했던 셈이죠.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면 유보하는 사람과 퇴보하는 사람이 어느새 나타나서 싹을 자르고 밟기 바빴습니다. 기존에 없던 개혁세력이 등장하면, 어떻게든 짓밟는 게 일상이었죠. 왜냐하면 진보세력의 흥왕하면,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밥줄이 끊기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일상의 연장선 상에 놓여 있습니다. 두 명 밖에 없다면 절대로 정치가 발생할 수 없습니다. 둘 중 하나가 싸우다 보면 반드시 한쪽이 승리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세 명이 모인다면 어떨까요? 세 명만 모여도 1:1:1 구도에서 2:1로 만들기 위해 정치가 벌어집니다. 삼국지의 제갈량이 유비에게 제안했던 천하삼분지계는 이런 원리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원리로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내는 패가 왜 3개이겠습니까? 쉽게 말해서 [가위바위] 게임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위바위]게임을 하면 모두가 주먹만 낼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위바위보]가 되어서야 비로소 어떤 패를 내야할지 고민하면서 균형을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정치는 세 명 이상이 모이면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필요 불가결한 영역입니다. 스스로 정치질을 아무리 싫어한다고 해도 자신이 몰리는 상황이 오면, 어쩔 수 없이 정치를 해야 합니다. 정치는 사회적 자아, 다시 말해서 [사회적 부캐]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죠.
저는 멋준오빠 오리지널, [행복을 탐구하다] 시리즈를 통해 수 차례 [부캐]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내 안의 또다른 나, 부캐를 자각해야 한다는 점 , 여행의 목적은 내 안의 또다른 부캐를 만들어 내는데 있다는 점 등을 말한 바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행복]의 비결은 [부캐]에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정치는 여의도에서나 얘기할 주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개발해야 할 [사회적 부캐]인 것입니다.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행복]해지기 위한 생존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