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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우리는] 원작 속, 다큐멘터리 비하인드

연극/영화/드라마/예능 등 예술의 모티브는 뉴스/다큐 등 일상입니다만

- 바로가기 : https://alook.so/posts/2xtvpo



- 글을 쓰게 된 목적 :


몇 달 전 체인지 스터디라는 다큐멘터리를 볼 기회가 있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7년 전 영상이었는데, 조회수가 꽤 높았어서 많은 사람들이 해당 영상을 보았음을 알 수 있었다. 전교 꼴찌가 전교 1등과 함께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공부 습관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관찰하는 다큐멘터리였다. 요즘으로 치면 관찰예능 같은 느낌이지만, 출연자들이 연예인들도 아니고 당시에는 많은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도 아니어서, 화면을 보는 게 지금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그것은 또 그것대로 투박한 모습을 생생하게 드러나게 해주는 점이 있었다. 해당 영상을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나고, 사실 꼴찌가 아니었다는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 언론에 노출되는 게 이렇게나 왜곡되고 위험할 수 있음을 보게 된다. 이걸 계기로 두 사람이 출연했던 예능까지 보게 되었으니 한번 꽂히면 끝까지 가게 되는 나의 성격은 참 고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쪼록 두 사람을 바라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우정과 행복을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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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우리는] 원작 속, 다큐멘터리 비하인드


굳이 저만 그런 건 아니겠으나, 저는 주로 보는 것에 쉽게 잘 중독되는 편입니다. 뭘 그리거나 만드는 건 손재주가 없는 데다, 관심도 별로 없어서 그런지 좀 부담스럽고 어렵습니다. 못 하는 걸 억지로 잘하려고 노력하려고 들지도 않고, 노력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러다 보니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시청각 자료에 한번 빠지면 계속 헤어 나오기 힘들게 되더라고요.


저는 스스로 절제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급적 재미있는 드라마나 예능, 유튜버가 나오면 어떻게든 최대한 피하려고 애써봅니다. 드라마나 예능 같은 경우 한번 보기 시작하면 계속 챙겨보게 되니까요. 그래서 요즘 다들 가입해서 봤다던 넷플릭스를 포함한 각종 OTT 서비스조차도 가입하지 않았고 가입하지 않으려고 버티고 있답니다. 아마 가입하게 되면, 누구보다 열혈 시청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에 걸려 매번 속고 마네요.


작년 말에 즐겨보던 서바이벌 게임 예능 [피의 게임]이 종영되었는데요. 해당 프로그램이 시청률이 별로 높지 않았던 터라 아는 사람만 아는 프로그램이 되고 말았습니다. 해당 예능 후반부에 [나의 아저씨]스러운 연출이 나와서 나름 화제가 되곤 했었는데요. 그래서 도대체 [나의 아저씨]가 뭐길래 등장한 사람들이 저렇게 관심이 많나 싶어서 [나의 아저씨]를 유튜브에 검색해서 관련 영상을 하나 시청한 순간, 왜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좋아했었는지 알게 되었죠. 그리고 한참을 관련 영상을 찾아보다 보니, 어느새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 도착하고 말았죠. 제 머릿속엔 [나의 아저씨]의 명대사, 명장면, OST만 잔뜩 기억에 남았습니다. 흘러간 노래 가사 마냥 저는 참 기억력도 좋지 않은데, 왜 이런 건 그 사소한 추억들까지도 생각이 나는지.


https://youtu.be/m2Hxj-FyBuc


최근 전교 1등 김도윤 학생과 전교 꼴찌 엄규민 학생이 함께 공부하는 과정을 담은 EBS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는데요. 저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학습습관을 길러주는 방식으로 상당히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다큐멘터리가 강조하고자 했던 부분이 공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1등의 학습법을 꼴찌가 따라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긴 했는데요. 이런 다큐멘터리의 경우, 취지는 좋은데 자칫 김도윤 학생의 학습 시간을 뺏는 거 아닐까 하는 관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학생은 학기를 시작해서 중간고사 전까지 과정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오랫동안 붙어있었던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을 가르쳐주면서 자신의 지식을 더 잘 기억할 수 있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김도윤 학생 입장에서도 무엇인가를 얻었으면 얻었지, 손해는 없었을 거라고 봅니다. 실제로 김도윤 학생은 7년이 지나 현재 의과대학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합니다.


김도윤 씨가 유퀴즈 인터뷰에 나와서 했던 이야기를 보니, 김도윤 씨는 자신은 그저 자신의 삶을 살았을 뿐인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엄규민 씨에게 자신이 살았던 대로 맞추게 해야 하는 게 참 미안했다고 말합니다. 공부도 잘했던 학생이었는데 인성까지 바른 참 착한 학생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래서 해당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후, 많은 학부모들로부터 우리 아이도 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해 달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하네요.


시간이 7년이나 흐른 지금 두 사람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과연 어떻게 변했을지 기대가 되는데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서 유튜브 알고리즘의 추천을 받아 보게 된 한 영상이 화근이었습니다. 이 영상에서 당시 꼴찌로 나오게 되었던 엄규민 학생이 나와서 인터뷰를 했는데요. 영상을 보다 보니, 해당 다큐멘터리가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것도 전교 1등은 여자로 성별을 바꿔서 말이죠. 와, 이걸 이제야 알다니 싶은 마음에 또다시 [그 해 우리는] 관련 영상을 한참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애썼지만 이렇게 절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유혹을 이겨내는 게 참 힘들다는 걸 깨닫습니다.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은 2021년 12월 6일에 방영을 시작해서 2022년 1월 25일에 완결되었습니다. 전교 1등인 여자와 전교 꼴등인 남자가 짝이 되어 다큐멘터리를 찍게 되는 과정에서 서로가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10년이 지난 후, 다시 그들이 만나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게 되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원래 현실에는 남자와 남자가 만들었던 이야기를 성별만 바꿔서 로맨스물로 바꿔 표현한 것이죠. 드라마의 작가인 이나은 작가도 해당 다큐멘터리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이야기했었고요. 그러고 보니, 7년 전 다큐멘터리가 왜 알고리즘에 떴는지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게 드라마 때문이라고는 상상을 못 했으니까요.


다시 최근 엄규민 씨의 인터뷰 영상으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마침 두 사람이 유퀴즈에도 출연했다고 하는군요. 아마 유퀴즈에 출연해서도 비슷한 맥락의 인터뷰를 한 것 같아요. 엄규민 씨는 자신이 꼴찌라고 나갈 줄 몰랐다고 합니다. 해당 영상이 너무 화제가 되는 바람에 국민 꼴찌가 되어버렸다고 해요. 그래서 꼴찌라고 놀림받게 되다 보니, 친구와 얘기를 나누던 중 중국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다큐멘터리가 나비효과가 돼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은 셈입니다. 드라마에서도 주인공 최웅은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가 되어 성공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https://youtu.be/o0Ej36TrK-Q


유퀴즈에 해당 다큐멘터리를 연출했던 실제 PD가 출연해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처음부터 부제를 정확하게 정하고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부에 관심 없는 사람을 대표할만한 단어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꼴찌라는 단어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허가를 구하지 못하고 사용했던 게 나비효과를 일으켰던 것이죠. 엄규민 씨는 실제로 꼴찌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입학하고 코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시험을 보지 않아서 성적이 없었기 때문에 서류상으로 꼴찌였을 뿐이었죠. 이제 시간이 지나서 지금은 웃으면서 말하고 있으니 다행이지만, 꼴찌가 아닌 사람을 꼴찌로 만들어버렸으니, 한창 감수성 예민했을 시기에 얼마나 충격을 많이 받았을까 싶습니다. 다시금 미디어에 선뜻 출연하는 게 얼마나 조심해야 할 일인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한 다큐멘터리로 시작해 드라마를 지나 출연한 유튜브 영상과 예능까지 모두 섭렵해버린 지금, 화면을 뚫고 나올 정도로 드러나는 두 사람의 선함이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참 흐뭇했네요. 특히, 김도윤 씨가 해당 다큐멘터리와 다큐멘터리를 모티브로 만든 드라마가 두 사람의 과거를 예쁘게 담은 일기장이 되었다는 표현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자신의 진로를 명확하게 갖고 있는 도윤, 아직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했던 규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참 멋졌습니다. 앞으로 두 사람의 행복과 우정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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