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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소시오패스를 만든 계기/환경/확률

좌절감은 어렸을 때 배워야 할 꼭 필요한 감정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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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게 된 목적 :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올림픽 중계 때문에 결방돼서 이후에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한 탓에 책으로 보게 되었다. 책에서 드러난 실제 이야기는 정말 잔인했고, 살해당한 유가족들의 마음은 너무 아플 것 같았다. 과연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는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사이코패스는 태어난다고도 하고, 만들어진다고도 한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유전적인 요인을 제외한 채, 계기/환경/확률 세 가지로 나눠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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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소시오패스를 만든 계기/환경/확률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며칠 전 정주행 하다가 북경 동계올림픽 중계 때문에 3주간 방영이 늦춰지자 뒷이야기가 궁금해 드라마의 동명 원작이자 프로파일링 전기인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실제 이야기를 담아낸 책을 드라마 작가가 참 잘 각색해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만간 드라마에서 담아낼 부분이겠지만, 책을 먼저 읽게 되면서 들었던 생각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유영철보다 더 험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도 정상인으로 사는데, 어째서 그는 괴물이 되었는가.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발생한 경제적 몰락과 급격한 계층 간 격차 같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자극이 될 수 있는 걸까.

_ 도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유영철 프로파일링 내용 中


이 대목이 우리 사회에서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고 있는데요. 미국에서 일어났던 사례를 토대로 분석해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발생한 경제적/계층적 격차가 악마가 만들어지는 토양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사이코패스 악마와 자수성가해서 성공한 기업가가 가진 공통점인 [환경]과 [확률]이 떠올랐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성공했거나 자수성가한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능력 때문에 성공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자수성가한 기업가는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데요. 자신이 만들어낸 성공 방정식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공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노력은 기본이고, 시대정신과 과학기술 등이 맞아떨어져야만 겨우 나타날 수 있는 확률 게임입니다. 좀 과하게 말하면 성공은 노력보다 운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죠. 따라서 계속 성공하려면 스스로 성공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성공할 수 있는 운을 높이는데 집중하는 게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집단에 투자하는 것이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집단의 구성원 중 누가 성공할지 모르지만, 구성원 중 적어도 하나가 성공할 확률은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실리콘 밸리는 성공 확률, 다시 말해 운을 높이기 위한 조성된 환경입니다. 실리콘 밸리에서 누가 성공할지 아무도 모르지만 유니콘 기업은 끊임없이 생겨났고, 지금도 예비 유니콘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런 내용을 개인에게 적용해보면, 자신의 노력에 비례하여 자신의 성과가 인정받길 기대하면 곤란합니다. 이 세상은 불공평하니, 스스로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시대와 장소를 잘못 타고나면 성공하지 못할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대신 노력을 그저 열심히 하는 것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운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방향을 바꿔보는 겁니다. 공부든 일이든 한번 시도해서 안 되면, 두 번 시도하게 되는데요.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계속 반복해서 시도하는 이유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거나 성과가 나타나길 바라는 게 되어선 안 됩니다. 그저 여러 번 시도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반복하는 거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죠. 노력했는데 성과가 드러나지 않으면 공부든 일이든 쉽게 지칠 수 있지만, 확률을 높인다는 차원으로 접근하면 덜 지치게 됩니다.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아무리 어린 시절을 험하게 보냈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이 다 유영철이 되진 않는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유례없는 성공 기업이 연이어 계속 터져 나오는 것처럼, 어쩌면 어두운 구석에서 곰팡이가 피어나듯 험한 환경 속에 자라나는 수많은 아동들 속에서 누군가 유례없는 사이코패스로 자라나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성공한 기업가 중에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기질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는데요. 어린 시절 겪은 환경이나 자라나는 과정에서 보고 배운 것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는 경우, 공감능력이 떨어지거나 사회성이 결여되는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보고 배우는 법이고, 배운 걸 따라 하면서 성장하니까요. 학대받는 험악한 환경도 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렵겠지만,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나는 부를 누리는 것도 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겠죠. 누구는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사회성이 결여된 모습이 성공한 기업가의 역량으로 작용하는데, 누구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악마가 된다는 건 참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사물에 대한 이해가 느리고, 행동이 굼뜨며 느릿느릿한 사람임. 그러나 가지고 있는 능력에 비해 성취 및 인정 욕구가 높아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좌절감 및 자괴감이 클 수 있음.' 무차별적인 증오 감정의 뿌리에는 자괴감이 있다는 분석이다.

_ 도서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정남규 프로파일링 내용 中



최초의 무차별 연쇄살인마 유영철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프로파일링이 범인 검거나 체포에 아주 적극적인 기능을 했던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정남규 사건이었습니다. 유영철은 배우 하정우 씨가 영화 [추격자]에서 범인으로 연기하여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유영철이 자기과시욕구가 넘쳐났던 반면, 정남규는 좌절감이나 자괴감이 컸다고 합니다.


정남규는 좌절감과 자괴감이 생겨난 이유로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에 비해 성취 및 인정 욕구가 높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인간이 왜 불행해지는지 힌트를 엿볼 수 있습니다. 행복 방정식인, [행복 = 만족 - 기대]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바로 기대가 만족에 비해 컸기 때문이죠.


좌절감은 어렸을 때 배워야 할 꼭 필요한 감정입니다. 어렸을 때 내가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지 않으면 징징대는 아이에게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세상만사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주변의 눈치도 볼 줄 알게 되고, 사회성을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런 좌절감이 어렸을 때부터 계속 누적된다면 어떨까요? 뭘 해도 자신은 잘할 수 없다는 감정을 학습하게 되면, 성취 욕구는 그대로인데 해낼 능력이 부족하거나 성공 경험이 없다 보니 좌절감과 자괴감의 늪에 빠지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성공을 당연하게 생각하면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얻기 어렵고, 실패를 당연하게 생각하면 무력감을 학습하게 되는데요. 성공이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운으로 가능했다는 걸 깨달으면서 겸손을 배워야 합니다. 실패를 통해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영역과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영역을 구분할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자신감과 포기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진짜 행복은 자신에게 주어진 성공과 실패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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