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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로 바라본 Why와 How의 충돌

최형배가 명분이 없다 아닙니까 명분이라고 말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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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 [킹메이커]를 보았다. 제대로 연출된 심리 싸움을 얼마 만에 보나 싶었다. 일부 내용은 각색을 했다지만, 대부분은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었다고 하니, 영화의 주인공 엄창록 씨는 정말 당대 최고의 심리 전문가가 아닌가 싶다. 어쩌면 나는 이런 형태의 심리 싸움이 만들어내는 지적 유희를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연기력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국내 최정상급 배우들이 나와 실제 인물에 빙의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연기를 펼친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돈 내고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배울 수 있던 교훈 등을 정리해서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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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로 바라본 Why와 How의 충돌


22년 3월 9일에 있을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 정치사를 다루는 영화 [킹메이커]가 개봉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선거 참모로 일했던 실존인물 엄창록 씨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역사의 전반적인 흐름에 맞물려 소개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알 수 없는 내용은 영화의 재미를 위해 일부 각색되어 표현되기도 합니다. 주인공은 유권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신출귀몰한 지혜로 선거판을 뒤흔드는데요. 승리를 위해 대중을 선동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삼국지의 [가후]를 닮았습니다.


이렇게 근거 없는 사실을 조작하여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는 기술을 정치에서 마타도어 혹은 흑색선전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이 마타도어의 귀재가 어떤 방식으로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세세한 마타도어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 입장에서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이야기하진 않겠습니다. 직접 영화관에서 감상하여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다만, 연기의 구멍이 하나도 없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돈 내고 볼만하다는 걸 강조하고 싶네요.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핵심은 [대의/과정/명분/목적]이 중요하냐, [당선/결과/승리/수단]이 중요하냐입니다. 영화 속에서 이 두 가지 핵심 가치가 충돌하는 모습을 여러 사람을 통해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선거의 본질은 인기투표입니다. 인기를 어떻게 측정하느냐의 세부 규정은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어쨌든 다수의 지지를 획득하면 이깁니다. 이 지점에서 사람을 두 부류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당선하기 위해 대의가 필요한가,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당선해야 하는가? 칼로 무 자르듯 딱 자를 순 없겠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둘 중 어떤 종류에 속하시나요?


당선하기 위해 대의가 필요한 사람은 상대방보다 많은 표를 얻기 위해, 정책과 전략을 세우고, 대의와 명분을 제시할 겁니다.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쓰이고, 혁명은 성공한 쿠데타이며, 선거는 승자독식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입니다. 707 특수임무대는 행동으로 논리를 대변하고, 결과로써 과정을 입증한다는 구호를 갖고 있는데 이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실주의자입니다. Why보다 How가 중요한 사람입니다. 삼국지에서 [조조]와 유사한 모습이죠.


대의를 이루기 위해 당선해야 하는 사람은 설사 낙선하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대의를 놓치지 않습니다. 대의를 놓친 채 승리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일하는 목적이 이기심에 있지 않고, 이타심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려가면서 이겨야 진정한 승리라고 생각합니다. 겉으로 보기엔 막연한 소리를 하는 이상주의자로 보이기도 합니다. How보다 Why가 중요한 사람입니다. 삼국지에서 [유비]와 유사합니다.


정치는 하나를 잃어야 하나를 얻을 수 있는 종합예술입니다. 때로는 Why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때도 있고, 어쩔 땐 눈물을 머금고 How를 선택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시대정신에 따라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지고, 그 가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현재 두 거대 양당은 정권 심판과 재창출이라는 나름의 대의를 갖고, 그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각종 전략전술을 짜고 있습니다. 반대로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명분을 만들고 있기도 하고요. 두 거대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세력은 각자만의 추구하는 가치를 대변해줄 새로운 대안을 찾아 움직이고 있겠죠. 선거판에서 절대적으로 옳은 정의는 어디에도 없고, 오로지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는가만 놓고 따지는 상대적인 정의만 존재할 뿐이니까요.


투표는 주관식이 아니라 객관식입니다.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가 있다고 해서 투표용지에 이유를 작성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은 존재하지 않고, 이유가 있다고 해서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는데 조금의 가점을 받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특정 후보가 싫다는 이유로 얼마든지 반대 세력을 지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치 문제를 읽고 바로 정답을 찾기 어려울 땐 객관식 선지의 오답을 하나하나 제거해서 적절한 답을 고르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할 때 하더라도, 자신이 이 후보를 왜 지지하는지 딱 한 가지만이라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이유 한 가지가 있다면, 나름 세운 대의명분 한 가지 때문에라도 자신이 선택한 결정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투표는 객관식이지만, 우리에게 주어지는 정답 없는 현실 문제는 서술형 주관식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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