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으면 짜증만 치밀어 오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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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영화에서 활발하게 자신만의 연기를 펼치는 손석구 배우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든다. 왜 사람들은 그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어쩌면 그가 다양한 역할을 통해서 보여주는 연기를 넘어선 광기와 집착이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연기를 해본 적은 없지만 그가 보여주는 연기는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 과연 나는 그가 보여주는 열정 같은 게 내 안에도 남아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한편 손석구 배우가 출연한 범죄도시2에서 강해상과 대척점에 서 있는 장이수 역할의 박지환 배우도 눈에 띈다. 박지환 배우가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는 자신이 연기하는 역할처럼 원래 거친 사람일 것 같다는 편견이 생겼나 보다. 예능 한 편으로 얼마나 편견이 사라졌을는지 모르지만, 예능을 통해 잠시나마 그가 가진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이로써 자신이 꿈꾸는 것은 꼭 달성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배우 손석구와 스스로 자신이 가진 한계를 선으로 그으면서도 그 안에서 나름의 대안을 마련했던 배우 박지환의 상반된 모습을 비교해보고 싶었다. 과연 나는 어느 쪽에 속한 사람인지 생각해보고, 어떤 방식으로 삶을 설계해 나가야 할지 고민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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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범죄도시 투의 강해상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
코로나19 이후로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2를 보셨나요? 혹시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꼭 보시길 추천드려봅니다. 범죄도시1을 이미 보신 분들 입장에서는 이거 경찰 마동석이 나쁜 놈 때려잡는 액션 영화 아닌가 싶으실 겁니다.
네, 맞습니다. 그래서 범죄도시2는 어떤 식으로 결말을 맺게 될지 이미 충분히 예상이 되는 영화죠. 그런데 이 영화가 천만을 넘겼습니다. 이미 어떤 스토리로 흘러갈지 뻔히 알지만, 본 사람들은 모두 입소문을 내는 영화가 된 것이죠. 물론 스크린이 특정 영화에 과도하게 쏠리는 문제는 여전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꽤나 잘 만든 영화이기도 합니다.
에스콰이어 잡지 2022년 7월호에 배우 손석구 특집이 실렸습니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구씨, 영화 [범죄도시2]에서 강해상은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에서 연결고리가 꽤나 많이 보이는데요. 두 작품에서 연기한 두 가지의 캐릭터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구씨는 나쁜 짓을 해도 뭔가 사연이 있는 것 같은데 반해, 강해상은 순수한 악인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 역시 각각 PD와 감독이 연출하는 방향성을 따라갔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는데요.
이전 시리즈의 캐릭터를 그대로 계승한 다른 배우와 달리, 강해상은 홀로 새롭게 등장한 악역이었기에 혼자서 전작의 악당이 맡았던 역할 대부분을 소화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감독이 이미 정해놓은 악역 캐릭터를 그대로 연기했었다고 하네요. 반대로 구씨를 연기할 때에는 감독이 특별히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알아서 잘 연기해달라는 주문에 맞춰서, 손석구 배우가 스스로 캐릭터를 혼자 연구하고 해석하면서 연기했다고 합니다. 연출자 스타일이 상당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각자 방식에 맞게 연기해내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또한 이 영화는 전작을 계승하였기 때문에 스토리가 이미 결정되어 있어서, 극장을 찾은 관객에게 어떤 가치를 줘야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요. 범죄자 진영을 철저히 공포스럽게 만들고, 경찰 진영을 코믹하게 연출하는 대조 기법을 사용해서 관객이 마치 안전한 마동석 뒤에서 보호받으면서 영화를 관람하는 느낌을 연출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신 분들의 평가는 어떨지 궁금합니다만, 저는 이 연출이 실제로 많이 느껴졌었기 때문에 공감을 많이 했네요. 해당 내용에 좀 더 관심이 있는 분은 손석구 배우의 인터뷰인 1편과 2편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1.
햄릿이 되어보고 싶던
박지환 배우의 깨달음
전작에 이어 영화 [범죄도시2]에 등장하는 인물 중 반가운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장이수 역할을 맡았던 박지환 배우인데요. "내 아임다. 우리 아가 시키지도 않은 짓 한검다." 이 대사를 기억하시나요. 이 대사만 들어도 박지환 배우가 연기했던 장이수가 눈에 선한데요. 전작에서도 매우 잘 소화했던 감초 역할을 이번 후속작에서도 맛깔나게 해냈습니다. 영화를 직접 보시면, 배우가 얼마나 이 캐릭터를 연구했을까 느껴지시리라 생각합니다.
연기하는 배우의 마음을 제가 감히 얼마나 알겠습니까마는 저 역시 박지환 배우를 보면서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있었음을 고백해 봅니다. 박지환 배우는 주로 감초 역할의 조연이나 깡패 역할 위주로만 연기를 오랫동안 했었다 보니, 원래 성격도 거친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요. tvN 예능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에 출연한 박지환 배우의 모습을 보면서,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고, 겉바속촉의 반전 매력을 가진 박지환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능에서 꺼냈던 그의 속마음을 글로 한번 옮겨서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런데 나는 27살쯤에 희곡 같은 거,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체호프의 <갈매기>를 읽으면, 주인공의 마음에 동화가 되잖아. 근데 무대에서 한 번도 원하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거야. 그렇게 캐스팅도 되지 않고. 그리고 심지어 영화를 할 때도, 그런 게 있었어. 사람들이 깡패만 하겠지, 악역만 하겠지. 그런데 어느 순간 내 청춘이, 배우로서 좀 불쌍했었어. 그때, 스물일곱 때, 인정했었어. "아, 나는 햄릿을 할 수 없는 배우구나."라는 걸 인정했었어. 그때 통쾌하면서도 되게 우울했었어. 그런데 지금은 장군 역할도 하고, 삼촌도 하고, 선생님도 하는 걸 보면서, 또 꿈을 꾸게 하고 또 설레게 하잖아.
_ tvN 예능,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에서 박지환 배우의 속마음 이야기 中
이 장면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박지환 배우에게 갖고 있던 선입견과 편견이 깨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이 주연이 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청년 박지환]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다양한 매력을 뽐내면서 실감 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죠.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맛깔난 연기를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언젠가 박지환 배우가 연기하는 [햄릿]을 꼭 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청년 박지환 마음속에 새겨진 답답함이 언젠가 꼭 해소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2.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다 좋은 게 아니더라
장래희망, 미래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저는 문득 질문을 던져보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과연 뭐가 좋을까요? 인생의 목표를 빨리 선택하고, 거기에 집중해서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좋은 것일까요?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하고 싶은 배역이 있어도 할 수 없다는 좌절을 빨리 깨닫는다면 그것 역시 좋다고 볼 수 있는 걸까요.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될 때 비로소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겠죠. 자신의 삶에 한계를 짓게 만드는 좌절은 스스로를 강하게 만들진 몰라도, 마음 한구석에 미련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극복되지 못한 좌절은 삶의 한계를 긋게 만들 뿐이죠. 인생을 살다 보면 방해물을 마주합니다.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던 방해물이 어느 순간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되기도 하죠. 그런데 이 방해물의 크기가 커져서 나를 좌절시킨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저는 좌절이 남긴 미련을 떨쳐내는 과정이 행복을 선물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여기에서 믿는다는 표현이 중요한데, 미련을 떨쳐낸다고 해서 행복해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련을 떨쳐내는 과정을 통해 삶의 답답한 영역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나를 답답하게 만드는 방해물이 줄어들면, 미래에 찾아올 불행을 피하거나 빨리 극복하는데 반드시 도움이 될 겁니다.
3.
미련이 남았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최근 저는 연기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뒤늦은 나이에 배우로 데뷔하겠다는 건 아니고요. 그저 취미생활이라도 좋으니 한번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어렸을 때 연기를 경험해 봤으면, 아마 이런 마음이 안 생겼을 것 같은데요. 저는 [암기]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스스로 연기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규정지었기 때문입니다. 연기를 했다가 암기하지 못한 대사 때문에 함께 연기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것이 매우 두려웠죠.
그래도 나름 말재주가 있었기에, 저는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대신, MC가 되어 행사를 진행하는 걸 선택했습니다. 직업으로 MC를 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종종 취미생활로 MC를 맡을 때, 저는 혼자서 벌이는 1인극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었는데요. 확실히 선택과 집중의 효과를 봤던 탓인지 많은 사람들로부터 재미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선택과 집중, 과연 좋은 것일까요? 오히려 기회비용의 크기만 늘리는 건 아닐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들어 이런 선택과 집중이 꼭 좋지만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마음속에 남아있던 연기에 대한 미련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중간에 대사를 까먹어서 함께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민폐를 끼쳐도 좋으니, 한 번만이라도 무대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호흡하는 연기를 해보고 싶더군요. 아직은 벌여놓은 일이 좀 있어서 그 일을 수습부터 먼저 해야 해서 지금 당장 바로 도전할 순 없지만, 직장인 동호회를 들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꼭 한번 다른 사람과 함께 호흡하면서 연기하는 일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4.
미련에 대한 생각들을
자유롭게 나눠 주세요
글을 읽고, 함께 생각해 볼 질문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제가 준비한 질문 중 어떤 질문이든 좋으니, 읽어보시고 자유롭게 생각을 나눠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질문 1. 혹시 오늘 내가 새롭게 경험한 것이 있었다면, 어떤 점에서 새롭다고 느껴졌나요?
질문 2. 선택과 집중이라는 핑계로 스스로 한계를 지었던 경험이 있었나요?
질문 3. 절대 뛰어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좌절을 느꼈을 때,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요?
질문 4. 스스로 편견과 선입견이 있었음을 언제 깨닫는 편인가요?
질문 5.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봤던 경험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이었나요?
질문 6. 요즘 들어서 하고 싶은 게 생겼다면, 어떤 계기로 하고 싶어 졌나요?
질문 7. 혹시 하고 싶은 게 없다면, 언제 스스로 행복하다는 걸 느끼시나요?
질문 8.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이유로 도전을 포기했던 적이 있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