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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입장에서 공부는 암기예요

이해가 안 되면 그냥 외워야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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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쓰게 된 목적 : 


[가독성을 높이는 실전첨삭 클래스] 유료 상품을 드디어 오픈했다. 예전에 무료로 진행하던 클래스였는데, 이 클래스를 유료로 바꾸는데 참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나는 이 클래스를 충분히 유료화해서 할만한 상품이라고 자부하지만, 과연 누가 이 클래스를 자기 돈을 주고 구매할까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하다. 자기소개서를 첨삭 받는 일이 아닌 이상, 과연 자신의 글에 첨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상품을 출시하기 전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이제 한발씩 내디뎌 본다. 이 클래스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만족했고, 원하는 성과를 얻어갔다. 나 역시 누군가를 돕는 일이었기에 뿌듯함이 많았기도 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나는 글쓰기 첨삭에 집중하게 되었던 것일까?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기 위해 무려 네 편의 글이 필요했다. 넷 중 첫 번째 글에서는 내 인생에 맺힌 [한]이기도 한 [암기]를 한번 제대로 파고들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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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준작문


배우는 입장에서 공부는 암기예요



0.

배우는 입장에서

공부는 암기예요


오늘 저는 공부라는 주제를 갖고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공부에 대해 다들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궁금한데요. 오늘 던질 공부에 대한 첫 번째 질문은 바로 [공부는 이해인가, 암기인가]입니다. 이 질문을 놓고 많은 사람이 설왕설래하곤 하는데요. 그래서 누군가는 종지부를 찍어놔야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가 한번 종지부를 찍어보겠습니다.


학습자의 관점에서 말씀드려보자면, 공부는 [암기]입니다. 다시 말해서 무슨 수를 써도 상관없으니, 암기를 잘해오면 되는 겁니다. 일단 시험을 잘 보려면 암기를 다 해야 하잖아요? 조금 이상하게 들릴 순 있겠지만, 저는 과정이 썩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제가 던지는 이러한 이야기를 놓고 [결과지상주의]라고 비판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저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게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잘 와닿지 않습니다. 저로서는 [과정]을 평가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게 조금 어불성설 같거든요.


저는 과정을 평가한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믿습니다만, 굳이 과정을 평가한다는 것을 제 방식으로 표현해 볼까요? 학창 시절에 다들 겪었던, 중간고사/기말고사가 있을 겁니다. 한 학기에 두 번 치러서 성적을 평가하죠. 이렇게 할 게 아니라 매주 1차 고사, 2차 고사, 3차 고사 등을 치러서 매주 시험 결과를 종합하여 평가한다면 저는 과정을 평가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런 식으로 시험을 치르는 건 너무 힘들겠죠. 문제를 출제하는 것도 한계가 있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어떻게든 [암기]만 하면 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사실 암기해야 성적도 잘 나오는데, 굳이 암기하지 말라고 말할 이유도 없잖아요.


누군가 [공부]란 무엇인지를 놓고 종지부를 찍어주니, 기분이 좀 어떠신가요? 뭔가 속이 좀 뻥 뚫리십니까? 아니면 제가 제시하는 논리를 보고 잔뜩 반박할 내용으로 답글을 달고 싶으신가요. 만일 둘 중 하나라도 달성했다면 제 글은 성공입니다. 제 글의 도입은 여러분의 관심을 끄는 것에만 집중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제 얘기가 마냥 이상한 얘기만은 아닙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암기만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수] 안에 [이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면, 저는 그것까지는 용납할 수 있습니다. 즉, 이해가 먼저이고 암기가 나중이라는 [원칙], [과정]이 있어야만 [결과]도 존재한다는 [원칙]은 충분히 납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누군가]에게 그 원칙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누군가]에 집중해서 얘기를 이어가 보고자 합니다.



1.

암기를 잘하는

학습자의 유형


어떤 사람은 한번 보기만 해도 암기를 잘합니다. 중간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하나도 없이 말입니다. 과정을 서술하라는 숙제가 나오면, 그 과정마저도 한 번에 다 외워버립니다. 내용에 대해 의미를 음미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런 건 시험에 안 나오니까요.


이런 사람에게 이해가 중요한지, 암기가 중요한지 따지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사람이 그냥 들입다 암기해서 시험을 잘 치렀다고 합시다. 시험 제도가 가진 모순을 지적할 순 있어도, 과연 누가 이걸 놓고 반칙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냥 이런 사람은 시험을 잘 볼 수밖에 없는 사람인 것이고, 타고난 운이 좋은 사람일 뿐이죠.


가끔 신이 내린 능력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만나면, 인간적으로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데요. 신기하게도 이렇게 타고난 사람들은 어느 분야에 가도 언제나 존재합니다. 다만, 그 타고난 사람이 제가 아닐 뿐이죠. 저는 이런 종류의 사람들을 [암기형], [실전형], [시험형], [행운형], [결과형] 등으로 구분합니다.


한편, 어떤 사람은 한번 보기만 해도 암기를 잘하면서도, 과정이나 그 의미까지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암기를 잘하는 게 아니라 기존에 쌓아왔던 지식이 많다 보니, 지식과 지식 사이의 연결 고리를 상대적으로 쉽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물론 기존에 쌓아왔던 지식 또한 결국 [암기]를 통해 만들어낸 것이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암기]보다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내는 이해력이 좋다고 볼 수 있겠죠.


다시 말해, 이해력이 좋아서 암기의 대부분을 이해력으로 덮는 사람입니다. 공부하면서 좋은 성적과 과정이 가진 의미를 모두 챙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셈인데요. 이런 사람은 하나를 배우면, 원리를 스스로 깨우치면서 다양한 장소에 자신이 배운 내용을 응용하는데 뛰어납니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을 [이해형], [응용형], [만능형] 등으로 구분해 보겠습니다.




2.

암기를 못하는

학습자의 유형


이제 위 두 가지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들, 다시 말해서 암기를 못 하는 사람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한번 슥 보고, 암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부럽죠. 원래 사람은 자신이 갖지 못한 능력을 갖춘 사람을 부러워하는 법이니까요.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아무리 아등바등 노력해도 암기가 잘 안 됩니다. 그냥 타고나기를 암기를 못 하게 태어난 거죠. 그래서 아등바등 노력하다가 나름의 암기 방법들을 찾아냅니다. 자신만의 방법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이런 종류의 사람들을 [노력형], [극복형], [과정형]으로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타고나지도 않았고, 암기를 잘하지도 못하면서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사람들을 [포기형], [좌절형], [회피형]으로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즉, 저는 암기로 바라본 학습자의 유형을 [암기형], [이해형], [노력형], [포기형], 총 네 가지로 구분하였습니다. 이렇게 학습자의 유형을 구분하니까, 마치 제가 남 얘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서 하늘이 내린 암기 천재인 [암기형]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은 죄다 제 얘기입니다. 어떤 부분은 이해를 잘해서 부족한 암기 능력을 상쇄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노력을 추가해 극복하기도 하며, 어떤 부분은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이 안 돼서 포기하기도 했거든요.




3.

유명한 선수는 왜

명감독이 못 될까


지금까지 암기를 토대로 학습자의 유형을 한번 나눠봤는데, 앞에서 나눴던 유형의 사람들이 만일 교육자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한번 상상해 보겠습니다.


일단 [암기형]의 사람이 교육자가 되면, 자기 자신은 답답할 것 같고 배우는 학생은 선생님을 조금 재수 없어 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쉬운 것도 못 외워?"라고 당연하게 물어보는 선생님의 마음을 제자가 이해하기엔 쉽지 않겠죠.


만일 자기처럼 암기에 특화된 학생들이 자신처럼 금방금방 외우면서 수업에 따라오면 신나서 수업을 열심히 할 것 같습니다. 실전형 사람답게 학생들을 진두지휘하겠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일관된 메시지, 이렇게 쉬운 것도 못 외우냐면서 닦달하면서 밀어붙이겠죠. 확실히 성과는 드러나겠지만, 학생들이 공부하는 과정에서 의미까지 얻는 건 욕심일 듯합니다.


유명한 선수는 명감독이 못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유명한 선수가 되기 위해 그는 뼈를 깎는 노력을 했을 겁니다. 유명한 선수 중에서 자신이 했던 분야를 중간에 포기했던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또한 뛰어난 선수가 되기 위해서 과정을 생략한 채 암기하기도 바쁜데, 과정을 하나하나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쉽지 않죠. 그래서 선수 시절 암기를 잘 한 사람이 뛰어난 선수가 되었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만일 선수 시절 과정을 따져가면서 이해하지 않고 암기만 잘했을 뿐이라면, 자기 같은 천재를 가르치는 게 아닌 이상 선수를 길러내는 게 쉽지 않을 겁니다. 뛰어난 선수를 만나 감독으로서 빛을 본 경우가 될 테니, 매사에 운이 끝내주게 좋은 것이겠죠. 감독에 비유하면, 이런 감독을 [운장]이라고 부릅니다.


[이해형]의 사람이 교육자가 되면, 적당히 선을 지켜가면서 수업을 할 것 같습니다. 자신만큼 학생들이 이해 능력이 뛰어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겠죠. 쉽게 말해서, "설명은 자세히 해줄 건데, 듣고도 이해 안 되면 그냥 외워라."라고 말하는 선생님이겠죠. 상당히 시크한 스타일이지만, 오히려 이런 모습 때문에 더 열심히 하려는 학생들도 있을 겁니다. 이런 선생님이야말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것 같은데요.


이해력으로 암기력을 덮어온 사람은 자신만이 가진 많은 노하우가 있으면서도, 어차피 자기 방법대로 안 될 사람은 안 될 거라는 생각까지 갖고 있을 테죠. 그런 차원에서 명감독의 조건은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한데, 포기할 때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요. 학습자로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도 출중한 능력을 보여주는 사람은 존재하기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유명한 선수이면서도 명감독인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이해형]의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독에 비유하면, 이런 감독을 [지장]이라고 부릅니다.




4.

포기가 필요할 때

포기할 줄 알아야


[노력형]의 사람이 교육자가 되면 어떨까요? 일단 어떻게든 [과정]을 설명하려고 애를 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게 만들 거야."라는 강력한 책임감과 각오를 갖고, 수업에 임하게 되겠죠. 자기 자신이 노력으로 부족한 점을 극복해온 신화를 썼던 사람이니만큼 자신의 방법론에 강력한 자부심이 있을 겁니다. 이런 사람이 교육자가 되면, 학부모 입장에서 일단 안심이 되겠죠.


그런데 [과정] 자체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결과가 때로는 잘 나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결과가 잘 나오지 않았을 때, 이 사람은 [과정]에서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원인을 찾으려고 애를 쓸 것 같습니다. 어차피 결과가 좋고 나쁨은 [운]에 달려있을 가능성이 큰데도 말이죠.


모든 학생 입장에서 과정을 하나하나 설명을 듣는 게 어떤 느낌일까요. 일단 학생의 이해도가 높고 낮고를 떠나서, 좀 지루할 것 같습니다. 정작 학생에게 물어보면 모를 가능성이 크면서, 학생은 여러 번 들었으니 아는 척하는 경우가 많죠.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아무래도 스스로 열심히 할 생각이 줄어들겠죠. 어차피 선생님이 반복해줄 거니까요. 감독에 비유하면, 이런 감독을 [용장]이라고 부릅니다.


[포기형]의 사람이 교육자가 되는 일은 상당히 드물 겁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교육자가 되고 싶지도 않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그런데 [포기형]의 사람이 교육자가 된다면, 일단 학생들에게 엄청 인기가 클 가능성이 높습니다. "열심히 하지 말고, 잘 안되면 선생님처럼 포기해 그냥."과 같은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을 보고, 매력적이지 않게 느낄 학생은 드물 겁니다.


어쨌든 저 사람은 [포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되긴 했으니까요. 그래도 나름 선생님인데 학생이 직접 원리를 깨우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겠죠. 그걸 가르친다고 될 것 같지 않으니까, 가르치는 게 귀찮을 따름일 겁니다. 물론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무책임함에 싫어하겠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 선생님은 학생의 노력에 별로 관심이 없을 테니까요. 이런 무심한 태도가 때로는 성과를 낼 때가 있죠. 잘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독에 비유하면, 이런 감독을 [덕장]이라고 부릅니다.


정리하면, 한번 보면 바로 외워버리는 선생님은 재수 없고, 한번 말하면 알아듣는 똑똑한 사람은 거리감이 들며, 매사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지루하고, 포기를 가르치는 사람은 무책임하다고 느껴질 것 같습니다. 결국 좋은 선생님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면, 핵심을 파고들 수 있는 이해력과 응용력을 갖췄지만, 포기할 때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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