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공기에서는 사람의 냄새가 난다.
모든 걸 소독시켜버릴 것 같이 땅으로 쏟아지는 차원이 다른 강한 태양빛을 먹고 쑥쑥 뻗어 하늘 높이 자란 야자나무엔 노란 야자가 주렁주렁 달렸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열대나무 꽃이 가꾸는 사람 없이도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다 소독되어 바짝 마른 대지엔 각자의 억양으로 변형된 영어와 생전 처음 듣는 나라 말들이 쏟아진다.
백여 년 전 식민시대의 건물과 새로운 빌딩 숲이 조화롭게 마천루를 이룬 도시에는 세계 각지에서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과 향이 강한 음식 냄새로 가득하다. 건물도 사람도 꽃도 나무도 알록달록, 형형색색인 말레이시아는 흑백사진으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렵다.
2017년 1월 파견 후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 버린 지금 좌충우돌, 허둥지둥하며 이곳 생활을 그래도 잘 버틸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이곳 날씨만큼이나 따뜻한 이곳 사람들의 마음씨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길 어느 곳에서나 눈이 마주치면 “어서 와요. 당신도 힐링이 필요해 이곳에 왔군요.”라고 말을 거는 듯 느리고 평화로운 미소로 인사한다.
“그래요. 그 정도 실수는 누구나 한 번쯤 하죠. 괜찮아요! 여긴 말레이시아잖아요”
“Okayla, Boleh! Boleh! Here is Malaysia!”
이렇게 말레이시아는 엄동설한 겨울나라에서 열대의 여름나라로 순간 이동한 내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히 아름답고 따뜻했다.
“앗살라말라이쿰 단 살람 스자트라 (Assalamualaikum dan salam sejahtera)” 아랍어로 ‘당신에게 신의 자비와 평화가 있기를...’이라는 의미의 이 인사말은 우리의 ‘안녕하세요.’와 비슷하게 사용된다.
아마 이곳에서 가장 많이 들어본 말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말레이시아의 독특한 인사 중 하나로 ‘Salam(살람)’인사가 있다. 여기 사람들은 만나거나 헤어질 때 서로 손을 잡고 얼굴을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세 번 비비며 안아주는데 이때 "Salam(살람)"하고 인사한다. '당신에게 평화가 있길 기도해요'라는 의미의 인사를 손을 맞잡고 얼굴을 부비며 매일 하는 이 인사에 처음엔 몹시 당황했었다.
"선생님, 고마워요. 뜨리마 까시 체구(Terima, Kasih cikgu)"
"응, 나도 고마워"
"Can I ~~~ 인사하고 싶은데......"
" 응??"
'안녕하세요'를 배운 첫 시간이 끝나고 정신이 안드로메다로 간 내 앞에 갑자기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긴 줄을 섰다. 살갑게 다가와 내 손을 입술 혹은 이마에 같다 데며 “뜨리마 까씨 체구(Terima kasih, cikgu)” “감사합니다, 선생님”라고 말하며 미소 지었던 그날의 기억. 매일 32~33도를 웃도는 날씨에 냉방이 잘 안 되는 교실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수업이 끝날 땐 모두 땀범벅이 되어있다. 순수하고 착한 소녀들의 낯선 외국인 교사에게 보여주는 따뜻한 배려와 사랑에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느끼며 수업의 피로감을 잊는다.
이렇게 말레이시아가 주는 평안함의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민족이 하나의 나라를 이루고 살아가며 터득한 이들만의 여유와 서로에 대한 존중이 낯선 이방인에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다는 만족감과 안도감을 주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별거 아닌 친절을 통해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 나라, 말레이계, 중국계, 인도계 세 민족이 서로 다른 종교와 풍습을 존중하며 일 년 내내 다양한 민족의 명절을 편견 없이 지키며 많은 축제를 즐기는 나라, 국도를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팜 올리브 나무숲과 열대우림이 마치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청년의 모습을 지닌 나라,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 섞여 맛깔라는 음식문화를 만들고 더불어 사는 다문화의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매력적인 나라가 말레이시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