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hon Maaf zahir dan batin.
나의 모든 잘못을 용서해 주세요.
Mohon Maaf zahir dan batin.(모혼 마아프 자히르 단 바틴)
한 나라의 인사말은 어느 정도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어의 ‘안녕하세요’ 이 다섯 글자에 서로 밤새 안녕했는지는 묻는 따뜻함이 묻어있고, ‘곤니찌와(こんいちは)’같은 일본어 인사에는 워낙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땅에서 ‘오늘은(今日は)......’ 즉, 오늘 하루 너와 내가 죽을지 모르지만 오늘을 살아가겠다는 일본인들의 결기와 짠함이 느껴진다.
이곳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공식 인사는 ‘너의 평안을 빌어’라는 ‘살람 스자트라(salam sejahtera)’이다. 그리고 라마단이 끝나고 하리라야 명절이 돌아오면 ‘내 모든 잘못을 용서해 주세요’라는 ‘Mohon Maaf zahir dan batin(모혼 마아프 자히르 단 바틴)’이라는 인사를 서로 나눈다.
한 달 간의 금식기간 동안 금식과 함께 철저히 종교적 규례를 지키고 가난한 사람들의 사정을 돌보는 이들의 문화와 그 이면에 숨겨있는 의미에 나는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금식을 하는 이유는 서로의 고통을 느껴보기 위해서 라고 당연한 듯 말하는 이곳 친구들의 말에 한 끼도 굶기가 어려운, 그래서 금식은 여간 해서 실천하지 못하는 나는 그저 놀랍고 ‘이 사람들 뭐지?’ 하며 나의 무슬림 친구들을 칭찬했다.
내가 가르치는 13살 꼬맹이들도 라마단이 시작된 첫 주는 어떻게 버티는가 하지만 마지막 주가 되면 입술이 다 타고 눈 밑은 다크서클로 어두워지는데도 어릴 때부터 계속하던 거라 괜찮다고만 했다.
그냥 가르침에서 멈추지 않고 직접 굶어가며 상대의 아픔을 경험하는 것, 그 경험을 통해 배우고 느끼는 종교와 문화를 이들 안에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 한 절대 이해 못하겠다 싶었다. 그나마 몇 해 동안 이 라마단을 함께 보내며 내가 느낀 건 지독하리만큼 탄탄한 이들의 연대의식이다. 마치 라탄 바구니의 얼개처럼 촘촘하게 얽혀있는 공동체는 서로를 견제하고 경쟁하는 단위가 아니라 서로 위하고 돕고 살게 하고 있었다. 라마단이 끝나고 시작되는 하리라야 명절 기간에는 오픈하우스를 열어 친구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누고, 가족단위로 같은 색의 바주쿠롱을 맞춰 입고 사진을 찍는 귀여운 문화를 가진 사람들.
올해도 긴긴 라마단이 5월 23일로 끝나고 24일부터 3일간 하리 라야 명절이 시작되었다. 예년 같았으면 하리라야 명절을 축하해라는 의미의 ‘슬라맛 하리라야’ 노래가 도시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라마단 명절 특수를 노리는 사람들로 도시 이곳저곳이 북적거렸겠지만 올해는 외로운 폭죽 소리만 밤새 시끄럽다.
서로의 평화를 기도하고 용서를 구하는 세상 러블리 한 인사말을 주고받는 말레이시아 사람들.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 그리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지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한 사람들.
잘 먹고, 잘 입고, 서로 돕고 잘 살자.
살아가는데 이 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까 싶다.
친구들이 말레이시아 어때?라고 물어보면 난 한참 뜸을 들이다가
‘음... 마치 3년 동안 안 자른 머리카락 같아’라고 곧잘 대답한다. 이 원초적이고 뭔가 정돈 되어있지 않고 엉망진창인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생명력과 ‘사는 재미’를 아는 사람들이 있어 마음에 평안함이 생기는 나라, 그야말로 ‘뭣이 중헌 지’를 알고 있는 나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