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과일의 천국 말레이시아
수업 중에 한국의 계절을 가르치며 학생들에게
"한국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어요."
"말레이시아에는 더운 여름 하나만 있죠?"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갸우뚱하며
"아니에요, 선생님. 우리도 계절이 있어요!" "두리안 시즌, 람부탄 시즌, 망고스틴 시즌, 그리고 두쿠 시즌이 있어요!"라고 까르르 웃으면서 대답한다.
"아! 그래요. 말레이시아는 계절을 과일로 나누는구나!", "두리안 시즌이 끝나면 망고스틴, 람부탄 시즌이 오고 또 람부탄이 끝나면 두쿠 시즌이 오죠?" "맞아요, 맞아요"
학생들과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며 일 년 내내 뜨거운 태양 빛을 감내하는 대신 선물처럼 주어진 이 나라의 열대과일들에게 감사하게 된다. 열대과일 중 그래도 반장은 망고가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황도복숭아와 비슷한 맛이지만 좀 더 부드럽고 달콤한 망고는 나름 여러 종류가 있다. 한국의 사과가 아오리, 부사 등 일본 품종의 이름을 따서 여러 가지 이름을 갖고 있는 것처럼, 망고 역시 사과처럼 붉은 빛을띤 애플망고, 겉은 푸른색이지만 안은 노란색인 그린 망고도 있고, 일반적인 노란색 망고도 모양에 따라 그리고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야시장에 가면 직접 자기 집 마당에서 땄다는 노란 망고를 삼천 원에 열개 정도 구매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나를 놀라게 한 과일은 잭 푸룻이다. 잘 자란 잭 푸릇은 크기가 큰 수박 두 개를 합쳐도 될 만큼 어마어마하고 과일의 표면 역시 이걸 먹어도 될까 싶게 나 열대과일임을 과시하는 듯, 그다지 예쁘지 않다. 육각형 모양의 벌집이 과일의 표면을 덮고 있다고 하면 될까? 하지만 이 과일 역시 반전의 아이콘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노란색의 과육이 켜켜이 쌓여있고 그 안에 우리나라 밤 같은 씨앗이 있다. 지난해 한국어 교실 앞에 있던 잭 푸룻을 수확하고 선생님들이 씨를 꼭 삶아 먹어보라며 주셨던 기억이 난다. 반신반의하며 유기농을 안증이라도 하듯 작은 애벌레가 우굴데던, 신문지에 둘둘 말아 쌓인 잭 푸룻에서 겨우겨우 과육을 발라내고 씨앗을 냄비에 소금을 조금 넣고 삶아 보았다. 그런데 반전, 씨앗의 맛은 강낭콩이나 밤을 삶았을 때의 맛과 비슷했고 마치 잘 삶아진 감자 같기도 했다. 여기에서는 즘뿌다라는 잭푸룻 사촌과인 과일도 유명한데, 특히 두리안 철이 끝나는 7-9월 정도에 달콤하고 향 좋은 잭 푸룻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두리안, 처음 먹어보고 " 아, 나는 왜 이과 일을 이제야 먹었단 말인가" 무릎을 쳤던 바로 그 과일
마치 그 느낌은 스캔들에 휩싸인 어떤 여배우를 대면한 느낌이랄까. 냄새 스캔들로 이미 명성이 자자 한 탓에 선뜻 손이 가진 않지만 한 번 먹어본 사람은 이 과일의 여왕과 쉽게 헤어지지 못한다.
맛은 한 마디로 부드럽고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코코넛 밀크에 팜슈가를 두리안 과육과 버무려 식빵 등을 찍어먹는다. 5월이 시작되면 "아, 두리안 이 나오는 군, 흠흠"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룰루랄라 쵸킷 마켓으로 향한다. 두리안 역시 무상킹, 바왕 메라 등 다양한 종이 있고 그중 으뜸은 무상킹이라고 하는데 속살이 노랗고 단맛이 강한 순으로 맛을 평가한다.
냄새 때문에 말레이시아에서는 지하철이나 호텔에 'No durian'이라고 적힌 금지 푯말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떻단 말이냐, 두리안을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수많은 과실수와 흐드러진 꽃나무가 “살람스자트라(당신의 평안을 빌어요)”라고 말하는 이 곳의 인사말처럼 오늘도 향긋하고 달콤한 위로의 인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