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회, 목표
연말에 가까워진 요즘, 혼자 고민이 많았다. 마치 2023년을 아무것도 안 한 채로 보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왜일까.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살지 않았던가, 분명 멋진 성과도 내었는데 말이다. 도저히 알 수 없는 기분에 쉬는 동안 복잡한 마음을 떨쳐낼 수 없었다. 한참 동안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의욕이었다. 그렇게 원하던 괜찮은 직장에 들어가도 내 삶은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았다. 손목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운동도 대충 했다. 발전이 없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러한 의욕과 변화가 없는 삶이, 1년간의 발전을 부정하는 듯 한 기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재미가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와중 과거에 썼던 글을 천천히 읽어 봤다. 딱히 그곳에서 어떠한 답을 얻거나, 굉장한 의미를 얻고자 함은 아니었다. 그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나를 달래기 위한 심심풀이였다. 다행스럽게도 과거의 글을 읽는 건 꽤나 흥미로웠다. 어떠한 일이 있었을 때 당시의 내가 느꼈던 감정을 엿보는 느낌이었다. 또한, 지금의 내가 생각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지 느끼는 것도 나름의 재미로 다가왔다. 시간이 꽤나 빠르게 흘러갔다.
그렇게 점차 과거로 가던 와중 2023년의 목표를 적은 글을 보고 홀린 듯 들어가 보았다. 아 이런, 어떤 걸 목표랍시고 적어놓았을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허황된 것들을 마구 나열해 둔 것은 아닐까, 하나도 이루지 못했으면 어쩌지.'라는 불안감까지도 들었다. 나는 23년도 1월 2일 자의 나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그때의 나는 계약직이었기에, 대부분의 목표가 더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한 것들이었다. 자격증을 취득하기, 어떠한 분야에 도전하기. 그와 동시에 한 분야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강의를 열심히 보며 따라 해보고 있음을 열심히 적어 두었다. 글 말미에 '2023년 거창하지만 초라한 목표 설정 완료'라고 적어둔 것을 보고 피식 웃기도 했다. 내가 적고도 이것을 한 해 목표라고 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23년도 말에 와서 읽으니 나름 기특하게 느껴진다. 아무튼 23년의 결과를 요약해 보자면, 목표로 적어둔 세 개의 자격증 중 두 개를 취득했다. 안타깝게도 하나의 자격증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겠다는 것은 한참동안 해보다가 성과가 나지 않아 접은 상태였지만, 요즘 들어 다시 하나 둘 해보고 있던 참이었다. 변명만 늘어가는 것 같지만, 뭐라도 한 게 있는 듯하여 다행이었다. 천천히 올 한 해를 돌이켜 보니, 글에 적히지 않은 것들을 포함해 많은 걸 이룬 것 같기도 하다.
조금은 머릿속에 남아 있는 고민을 덜어보기로 했다. 과거에 대한 후회를 하기보다는, 2023년의 목표를 적은 것처럼 2024년에 대한 목표를 세워보기로 했다. 24년도 말의 나를 마주 보기 부끄럽지 않게 말이다.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좋을 것 같다.
2024년에는 조금은 다른 목표를 세워보고 싶다. 어떠한 자격증을 따겠다, 돈을 얼마 벌겠다와 같은 것 말고.
몇 년 전쯤 한국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들은 강의 속 강사님께서 해주신 독립운동가 박상진의 말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마음속 한편에 항상 남아 있다.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여야 한다.' 특정한 직업, 많은 돈 같은 것은 꿈이 아니라는 말. 그 말을 듣고 난 후에 오히려 어릴 적 아이들의 세계 평화를 지키는 대통령, 불우한 사람을 돕는 사업가 같은 꿈이 순수한 진짜 꿈처럼 느껴지곤 했다. 지금의 내가 생각한 것들이 진짜 목표, 꿈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진짜 꿈과 목표를 위해 고민해 보았다.
지금 당장은 너무나도 막연할 수 있겠지만, 내년에는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 사람이라도 좋다. 어떠한 분야여도 좋다. 그저 나라는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 방식, 노력이 다른 사람에게 영감이 되고,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올해에도 여러 글을 쓰고, 많은 질문을 받았다. 이에 내 경험을 담아 정성스레 답변했고, 감사하다는 말을 듣곤 했다. 내년엔 더더욱 그러한 일을 하고 싶다. 정리하자면, 2024년의 목표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된다. 어떠한 방식으로든.'이 되겠다.
재작년 12월, 앞으로 있을 나의 삶에 행운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회사에서 쓸 닉네임을 'Laki'로 지었다. 행운을 뜻하는 'Lucky'를 하와이안 스타일로 말하는 방식이었다. 덕분에 23년 나의 삶에 행운이 가득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도 너무나 감사한 한 해였다.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내 주위의 모든 사람이 'Laki'하기를 바라며 23년도 마지막 글을 정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