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공짜 좋아해요

직장에서의 기브 앤 테이크

by Earnest

핸드폰이 없으면 오늘이 며칠인지 모르는 나에게, 기념일을 챙기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 팀엔 파티 매니저가 있다. 팀원들 생일을 내게 몰래 안내해 주는 사람이다.

어느 날 출근했는데 누군가의 생일이면, 부랴부랴 케이크를 사고 연기를 한다. 생일인 사람은 우리의 어색한 연기를 눈치채겠지만, 그래도 속아준다. 그렇게 회의실에 모여서 축하를 하고, 케이크도 먹고 커피도 마신다.


그렇지만 나는 한 번도 축하를 받아본 적이 없다.

팀원들의 생일을 관리하던 파티 매니저 친구가 우리 팀을 떠나고부터는 우리의 생일을 달력에 기재해 놓는 사람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로의 생일을 알아채는 방법은 카카오톡을 통한 방법뿐인데, 나는 카카오톡 생일 설정을 해두지 않았다. 고맙게도 팀원들은 서로의 생일을 알아채면 내게 언질을 주었다. 팀장님! 오늘 xx 생일인 것 같아요! 그럼 나는 부랴부랴 케이크를 주문하고, 어떤 서프라이즈로 놀래주지라는 신나는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을 몇 해 반복하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팀원들은 팀장도 생일이 있다는 것을 알까?

물론 내가 해주고 싶어서 한 것이다. 그러니 return은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안다. 되돌려 받으려고 한건 아니니까.


그렇지만 정말 되돌려 받지 못했을 때 실망하지 않는 게 가능한 것인가?


직장인들이 모인 앱에서 종종 이런 글을 접할 수 있다.

팀장은 수당 받으니까 당연히 팀원한테 커피 사주는 게 당연하다고. 커피를 사지 않는 팀장은 마치 수당을 횡령이라도 한 마냥 욕을 먹고 있었다. 하지만, 팀장 수당은 팀장을 맡으면서 추가로 처리하는 업무에 대한 대가다. 다른 직무 수당을 받는 사람에게는 팀에 베푸는 것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왜 리더들에겐 극도로 각박할까? 실제로는 대부분의 수당을 팀원들 생일, 커피, 선물 등의 비용으로 소비하면서도 욕을 먹는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팀장도 사람이다! 아무리 추가로 보상을 받는다 해도, 팀원들이 사주는 커피 한잔 마다할 사람 없고, 감사하지 않을 이유 없다.


그 후, 나는 팀원들이 점심시간에 사주는 커피를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가끔 오늘은 네가 사라고 부추기기도 했다. 섭섭한 감정을 마음 한편에 담아두기 싫었고, 모든 관계 (심지어 직장 상하관계)에서도 기브 앤 테이크는 존재하기 때문에.

작가의 이전글다름 극복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