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좀 해줄 수 있니?

by Earnest

우리 팀엔 대답을 잘하지 않는 팀원이 하나 있다- 생각해 보면 대답뿐 아니라 질문도 잘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가끔 대답을 할라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채팅창에 한참을 썼다 지웠다 반복한다. 그러다 30분 후쯤 답변이 도착하는데, 그 답변조차 동문서답인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이다. 업무에 대한 사실 확인. 말 그대로 업무의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만약 모르고 있거나 찾아봐야 하는 부분이라면 말하고 찾아보면 좋을 텐데, 대답 없이 우선 본인이 찾아보고 말해주느라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 자존심이 세거나 아니면 소통이 약간 미숙하거나로 좁혀진다.


두 번째는 본인 의견에 대한 피드백이다. 예를 들어, 팀원이 작성한 메일에 '~방면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는지'를 묻는 이메일을 보냈으나 아예 답변이 없다. 왜 답변이 없는지를 물으면, 팀장님의 의견이 맞는 것 같아서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흠. '팀장 의견이 맞는 것 같으면 그렇다고, 아니면 그 부분은 이미 고려해 보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의견이 맞다고 피력을 해야 한다'라고 101번째 이야기해 본다. 이쯤이면 소통 능력뿐 아니라 학습 능력도 부족하다고 봐야 하나?


학습 능력이 언급되어서 하는 말이지만, 이 친구는 나름 고집이 센 게, 여러 번의 피드백에도 불구하고 절대 이메일로 업무를 하지 않는다!


이메일은 소통의 흔적이자 팀 간 싸움에서 중요한 증거로 활용된다. '너네가 이렇게 말했잖아!'라고 활용 가능한 귀한 수단을, 매번 전화로, 메신저로 일하면서 기록해 두지 않는다. 거기다, 구두로 말하면 서로의 이해가 달라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서로의 이해가 달라서 업무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전화로 메신저로 일하는 그를 발견한다.


피드백을 받아들이는 그의 태도는 나름 송구스럽다. 그렇지만 지속적인 피드백이 통하지 않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를 타계하기 위한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경위서 작성. 혹시, 내가 주는 피드백의 심각성을 몰랐을 경우라면, 이번 기회를 통해 알고 고쳐나가고 싶었다. 이 부분은 일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조직의 일원으로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꼭 갖춰야 하는 소양이니까!


그런데 경위서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절차가 그의 패닉 버튼을 눌렀다. 그동안 여러 차례 피드백이 있었던 내용들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개선을 바랐던 나의 의도와는 달리, '본인은 딱히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본인의 행위에는 나름 정당성이 있었음을 피력), 팀장이 고치라고 하면 앞으로 주의하겠다'라는 내용의 경위서를 작성해 왔다.


물론 그 이후에도 그는 변치 않았다. 그래서 깨달은 내용은,


피드백을 제공했을 때 그 행위가 개선되길 원한다면, 당사자가 그 행위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만, 당사자가 그 행동이 잘못되었는지를 모른다면, 안타깝지만 그 행위의 개선은 어렵다고 보면 된다. 왜냐하면, 정확히 같은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수정이 가능하지만, 인생은 계속 변화구를 던진다. 나는 저번의 피드백과 같은 결의 상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고는 그는 그가 하던 행위를 반복한다. 왜냐면 그게 잘못되었는지 모르거든.



작가의 이전글적극적인 나와 소극적인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