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정말 알아듣기 힘든거야?

내 말의 속뜻을 알아줘

by Earnest

나조차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말의 톤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는가?

예를 들어 이런 경우이다.


▷팀원: 현재 벤더는 이걸 A로 처리하고 있는데요…

▶팀장: A로? A로 처리하는 게 맞아?

여기서 '그렇게 처리하는 게 맞냐?'라는 질문은, 벤더의 절차가 궁금하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 이상하니 한번 재고해 보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그런 과정 없이 현 절차를 읊어주는 팀원이 있다.


▷팀원: 네, 맞습니다. A로 분류하는 절차는 벤더의 내부 절차인데요, 문서 xx를 참고해서 한다고 하고요…


그럼 나는 항상 질문을 바꿔서 다시 한번 묻는다.

"아니, 절차가 궁금한 게 아니고, 그렇게 처리하는 게 알맞지 않은 것 같아 보여서, 그렇게 처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보는 거야"라고. 그제야 그 친구는 '아 네,' 하면서 그제야 절차가 옳은지를 되짚어보곤 한다.


아주 작은 부분 같지만, 이런 식의 대화가 계속되면 언제까지, 어디까지 설명을 해줘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봉착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손발이 맞을 법도 한데, 어쩌면 "그렇게 하는 게 맞아?"라는 질문에 한결같이 "네, 그렇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지. 그나마 바쁘지 않을 때는, 가끔 웃음이 나기도 한다. 어휴. 또 이러네.


그렇지만 일이 파도처럼 밀려들 때는, 나도 모르게 저 깊은 곳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러고는 말한다. 내가 지금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나도 안다. 변하지 않는 사람과 지속적으로 부딪히지 않으려면 나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내가 말을 조금 더 정확하게 했으면 저 친구도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을 텐데'하고 미안하기도 했다가 '아니 저 정도의 소통 능력을 가지지 않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나?'라고 화도 불쑥 났다가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반복됐다. 그리고 바쁘다는 이유로, 내가 화내는 이유를 정당화했다. 나도 바쁘지 않았으면 화내지 않았어. 바쁘니까 그렇지라고.


근데 정말이지, 이런 경우는 반복적인 피드백에도 고쳐지기 힘든 부분 아닌가? 아예 말의 뉘앙스를 못 읽는 거니까. 그럼 주변 사람들이 변화하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근데 왜 맨날 주변 사람들이 변해야 하지? 왜 항상 기대를 낮춰야 하는 건 나일까? 일은 많고, 마음은 바쁘고, 팀원들과 맞지 않는 손발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피해 망상 같은 게 생겼다. 내가 노력하는 것 외에는 변할 수 있는 게 없어 보였고, 그게 항상 나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절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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