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파리의 환상
많은 사람들은
파리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있다.
예술가의 도시,
아름다운 파리지앵,
황홀한 베이커리 등
파리를 나타내는
수식어구는 수도 없이 많다.
처음 파리를
방문할 당시의 나도
그러했다.
샤를 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 생각은 바뀌었다.
당시는 2010년이었고,
동네의 흔한 뒷골목보다
유흥가가 즐비한 거리보다
더 지저분하고 더러웠다.
매체와 책에서 소개되는
파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속여왔을까
그 이후
몇 번을 더 프랑스를 찾았다.
프랑스를 갈 때마다
다짐했던 것이 딱 하나 있다.
이번에는 파리를 가지 않겠다.
샤를 드 공항에 착륙해서
나가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 다짐으로
항상 샤를드공항에서
바로 보르도, 리옹 등으로 경유하여
여행을 시작하곤 했다.
그럼에도
여행 일정 중에 항상
시간을 내어 파리를 들르곤 했다.
내 환상을
산산조각 낸 파리였지만
나는 처음 가는 관광객처럼
에펠탑 잔디에 앉아
와인과 맥주를 마시고
개선문 위에 올라가
샹들리제 거리를 구경한다.
비록 예전보다 많이
깨끗해졌지만
길거리에는 코를 찌르는
악취들은 여전했다.
그럼에도
나는 또 다시 파리를 찾는다.
가장 최근의 프랑스 여행에선
마지막 일정에 파리를 방문했다.
이번엔 결코 도심에 있지 않으리
다짐하고
파리 외곽의 코르메유 지역에 짐을 풀었다.
에펠탑 기준
기차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또 다른 이색적 경험이었다.
파리에 위치해 있지만, 파리가 아니었다.
상쾌한 공기와
여유로움은 마치
작은 소마을을 방문한 느낌을 주었다.
그럼에도
나는 한 시간 기차를 타며
파리의 중심가로 향했다.
바쁜 것이 싫어
여유를 찾아 소도시를 돌아다닌다.
다짐이 무색하게도
그 바쁜 곳을 굳이
방문한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 바쁜 삶 와중에 찾는 여유만큼
값진 것이 없었다.
여행 또한 그렇다.
바쁜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사회적 가면을 잠시 벗어놓고
나 그대로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
파리를 찾는 내 이유 같다.
지금까지의 프랑스 여행동안
나는 단 하나의 에스카르고 가게만
방문했다.
길고 많은 여행은 아니었지만
그 시간 동안 그 자리 그대로
위치한 에스카르고 가게는
내 또 다른 이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