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감정 100도

by 정담훈

✒️ 정담훈 (Jung Dam-Hoon)


기록의 100도, 감정의 끓는점


감정이 언어가 되는 그 지점까지, 나는 써 내려갔다.
오늘까지 브런치에 글을 총 100편 올렸다.
처음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고 여겼지만
그러나 지금, 나에게 이 숫자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100번의 마음이 움직였고,
100번의 감정이 나를 통과했으며,

이제야 끓기 시작했다.
그 흔적이 문장이 되어 세상 어딘가에 조용히 놓였다는 증거다.

글을 쓰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때로는 아직 덜 아문 상처를 건드려야 했고,
형체조차 불분명한 마음을 언어로 정돈해야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는 시작했다.
눈을 감은 채 지난 기억을 되새기며,
감정을 손바닥에 올려놓듯 조심스럽게 펼치며,
단지 감정이 ‘살아 있다’는 것을 기록하고 싶어서.

문장은 언제나 감정을 통과한 흔적이었다.
기쁨은 쉼표가 되었고,
슬픔은 문장의 굴곡을 만들었으며,
두려움은 언제나 조용히 문장 끝에 숨어 있었다.
글을 쓴다는 건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에 자리를 내어주는 일이었다.

브런치는 내게 무대가 아니라,
고요한 서랍이었다.
그 안엔 누구에게도 꺼내 보이지 못했던 마음의 조각들,
내 안에만 머물던 진심의 파편들,
그리고 매일 조금씩 성장하거나 후퇴하던
나라는 사람의 시간이 겹겹이 포개져 있었다.

100이라는 숫자 온도는
물을 끓이는 임계점이기도 하다.
아마 나는 지금,
감정의 끓는점에 이르러 있는지도 모른다.
잊혔다고 여겼던 마음들이
문장의 가장자리에서 다시 뜨겁게 솟아오르고,
언어라는 도구로 나를 구성하는 재료들이
비로소 하나의 서사로 정리되기 시작했다.

감정은 이제 순간의 불씨가 아니라
존재의 증거가 되었다.
나는 그 증거들을 글이라는 형태로 남겨왔고,
그 기록은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조용하고도 강한 여정이었다.

100개의 글은 100개의 감정 지도였고,
그 지도는 나를 향한 길이었다.
그 여정을 따라가다 보니,
나는 다시 나 자신에게 도착했다.

완성되지 않아도 좋았다.
세련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중요한 건,
남기는 것,
그리고 멈추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를 고치는 문장을 한 줄 더 꺼내어 본다.
누군가에겐 그저 흘러가는 단어일지 몰라도,
내게는 그것이 회복이었고,
기록이었으며,
때론 사랑이었다.

나는 아직, 나를 고치는 중이다.


그리고 이 문장이
그 고침의 일부가 되기를 바란다.
아무도 몰라도 괜찮다.
단 한 사람,
나 자신이 알아보면 되니까.

그러니 그냥 올려라.
감정을 억누르지 마라.

세상에 완벽한 글이 있을까?
표출하는 곳이 있다면, 나에겐 브런치가 그곳이다.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다.
때로는 덜 익은 문장이 더 진하다.
감정이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감이란
‘잘 쓰는 능력’이 아니라
‘계속 쓰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나를 보여주는 기록.
그것이 곧 나의 역사다.


글이 내 안에서 움츠러들지 않도록,
감정이 스쳐 지나가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써 내려간다.
그리고 그 문장 속에서
나는 매일,
조금씩 나를 다시 살아가고 있다.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이 여정은 이제 막 진심으로 시작되었다.

누군가에게 최고의 휴가는 바다일지도, 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깊은 휴가는
브런치 스토리 안에서,

다른 작가들과 나를 마주한 시간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감정을 해방했고,
나를 이해했고,
무엇보다도 나를 놓아주었다.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기록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여정은,
계속 써 내려가는 자만이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향하고 있으니까.


이 글은 나의 고백이자 일기다.


혹시 당신도
무언가를 붙잡고 싶어 글을 읽고 쓰고 있다면,
그 마음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멋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기록이란 건,
'잘 쓰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멈추지 않는 사람'의 것이니까요.


작가라는 단어가 무겁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작가는 ‘자격’이 아니라 ‘태도’입니다.
작가는 ‘직업’이 아니라 ‘방식’입니다.
작가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지금 이 순간,
조금 지쳐 있다면
당신은 쉬어도 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당신만의 속도로, 당신만의 문장으로
다시 시작하길 바랍니다.


이 글이 그 ‘시작’의 끝자락에서
당신에게 작은 불씨 하나라도 되었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감정도, 당신의 이야기도
분명히, 아주 멋지게 살아 있을 테니까요.

힘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의 이야기를 절대 놓지 마세요.



✒️ 정담훈 (Jung Dam-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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