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담훈 (Jung Dam-Hoon)
“도대체 왜 또 그래?”
그 말은 질문처럼 보이지만,
대답할 수 없는 말이다.
그건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던지는 말이다.
넌 틀렸어, 또 그랬어,
나는 이제 참을 만큼 참았다는 뜻.
'왜'라고 묻지만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정리하고 싶은 것이다.
대화를 끝내기 위한 질문.
상대를 반박하기 위한 인사말.
그러니까 그 말은,
상대를 대화의 시작점이 아니라
피의자석에 앉힌다.
“도대체 왜 또 그래?”라는 말 안에는
세 개의 칼날이 숨어 있다.
첫째, 왜.
이유를 말하라고 한다.
하지만 진짜 듣고 싶은 게 아니다.
설명을 시작하는 순간,
‘변명한다’는 죄목이 붙는다.
둘째, 또.
지금만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모든 실수까지
몽땅 꺼내오는 소환장이다.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건
실수가 아니라,
실수를 '늘 그랬다'라고 말하는 시선이다.
셋째, 도대체.
이제 더는 못 참겠다는 선포다.
이해는 닫히고,
기회는 사라지고,
상대는 마음속 어딘가에 벽을 세운다.
그 한마디를 듣는 순간,
사람은 속으로 무너진다.
대화는 얼어붙고,
가까웠던 거리는
‘설명해야 하는 거리’로 멀어진다.
그 순간,
입을 다문다.
억울해서가 아니라,
지쳐서.
무엇을 말해도
이미 실패한 느낌이 드는 그 공기의 무게 속에서
사람은 설명이 아닌 방어를 택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주 묻는다.
왜 또 그랬냐고.
도대체 왜 그러냐고.
하지만 정말 묻고 싶은 건,
“나는 지금 너무 힘들다”는 말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반복되는 게 무서워”
“우리 사이가 멀어질까 봐 불안해”
“제발 바뀌어줬으면 좋겠어”
그 마음을 꺼내기 어려워서,
우리는 자꾸
“도대체 왜 또 그래” 같은 말로 포장한다.
말은 때로,
감정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을 감추는 무기가 된다.
그래서 다음번,
입안까지 올라온 그 말 대신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
“나, 지금 이 상황이 좀 무서워.”
“네 마음이 궁금해서, 말 걸어보고 싶었어.”
“같이 다시 풀어볼 수 있을까?”
상대는 칼보다
손을 먼저 느낀다.
상대는 비난보다
의도를 먼저 받아들인다.
사람을 닫게 하는 말은 짧다.
하지만 사람을 열게 하는 말도,
늘 아주 짧다.
그리고 이제,
당신이 묻고 싶은 건 이거 아닐까?
“어떻게 하면, 다시 가까워질 수 있을까?”
✒️ 정담훈 (Jung Dam-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