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았던 건, 내가 강해서가 아니라
무너질 틈조차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넌 참 강하다, 멘탈이 단단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은 하루하루를 버티느라
울 틈도, 주저앉을 틈도 없었다는 걸
차마 말하지 못했다.
나는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버텨야 했을 뿐이다.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15년 넘게 했다.
사람들이 잠들 때 나는 일을 시작했고,
아침이 밝아오면 비로소 몸을 눕혔다.
어둠 속에서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안의 감정도 서서히 닳아갔다.
버텨야 했던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사람보다 그림자에 더 익숙해졌다.
감정이 밀려올 틈을 주면 모든 게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는 듯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피곤은 쌓여도 감정은 꺼내지 못한 채,
한숨조차 낭비처럼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돌아보면 그 시절의 나는
살기 위해 서 있던 사람에 불과했다.
남들은 그걸 ‘단단함’이라 불렀지만
나에게는 그저 ‘버팀’이었다.
강하다는 말은 오히려 두려웠다.
그 말이 나를 묶어두는 족쇄처럼 느껴졌다.
혹시라도 주저앉으면 사람들이 말할까 봐.
“예전엔 강했는데, 이제는 아니구나.”
이제는 안다.
무너지는 것도 용기라는 걸.
흔들릴 수 있다는 건
아직 살아 있다는 뜻이라는 걸.
그때의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살기 급해서, 흔들릴 여유조차 없어서
감정의 무게를 외면하며 하루를 버텼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그때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는 강한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아.
무너져도 괜찮아.
그게 너를 약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조금 더 인간답게 만들어줄 뿐이야.”
그 말 한마디가
지난 시간의 나를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길 바란다.
억지로 버텨온 모든 날들이
이젠 ‘강함’이 아니라
‘살아 있음’으로 기억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