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격살》 1화. 성격은 겉보다 속이 늦게 익는다
✒️ 글: 정담훈
오늘 구워볼 부위: 삼겹살
삼겹살을 불판에 올려본 사람은 안다.
가장 먼저 타는 건 고기가 아니다.
사람의 성격이다.
불판 위는 언제나 전쟁터다.
누군가는 고기를 먼저 올리고,
누군가는 집게를 움켜쥐며 주도권을 잡는다.
또 누군가는 익기도 전에 한 점 집어 들고,
혀를 데면서도 성격 급하게 웃는다.
삼겹살 앞에서는 누구도 평온하지 않다.
그래서 고기는 늘, 사람 이야기를 불러낸다.
오늘은 고기 말고, 성격을 한번 구워보려 한다.
삼겹살은 겉은 금방 익는다.
노릇노릇해 보인다.
하지만 속은 오래 버텨야 제맛이 난다.
겹겹이 쌓인 기름과 살이
뜨거운 불 앞에서 천천히 어우러져야
비로소 깊은 맛이 드러난다.
사람도 똑같다.
겉은 환하게 웃고 있지만,
속은 여전히 덜 익은 채 남아 있다.
유쾌해 보이는 사람 속에
예민함과 두려움이 숨어 있는 것처럼.
그래서 성격은 굽는 방식이 중요하다.
불을 너무 세게 올리면 쉽게 타고,
뒤집는 타이밍을 놓치면 반쪽짜리로 남는다.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쟤는 성격이 왜 저래?”
사실은 이렇게 바꿔야 맞다.
“나는 저 사람을 어떻게 익혀야 할지 모른다.”
성격은 고기와 닮았다.
너무 서둘러 익히면 날 것 같다 하고,
너무 오래 두면 질기다며 뱉어버린다.
중요한 건 익힘의 기술이다.
어떤 사람은 약불로 오래 지켜봐야 하고,
어떤 사람은 센 불에 확 불붙여야
속마음이 터져 나온다.
또 어떤 사람은
속까지 다 익기 전엔
절대로 뒤집으면 안 된다.
성격 급한 사람은 늘 묻는다.
“익었어?”
“먹어도 돼?”
“아직이야?”
겉만 보고 판단하고,
빨리 굽고, 빨리 먹고, 금세 잊는다.
그리고 우리는 묻는다.
그 성급한 대사 속에
정말 당신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회식 자리에서 늘 보이는 사람이 있다.
판을 흔드는 사람.
타지 않게 굽는다며,
결국 고기도, 분위기도 태워버리는 사람.
사람도 똑같다.
자기 입맛에 맞춰주길 서두르고,
상대가 어떤 온도에 있는지는 돌아보지 않는다.
반대로, 묵묵히 굽는 사람도 있다.
말 한마디 없지만
타이밍을 알고,
제때 고기를 내어주고,
쌈을 싸서 조용히 옆 사람 접시에 놓아주는 사람.
그땐 몰랐다.
그게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자기만의 열로 익어가는 방식이었다는 것을.
요즘 사람들은 MBTI로 성격을 쉽게 단정한다.
“쟤는 INFP라 예민해.”
“걘 T라 감정 몰라.”
몇 글자 알파벳으로 사람을 단숨에 규정한다.
하지만 고기 앞에서는 다르다.
“이건 삼겹살이니까 느끼해.”
“저건 항정살이니까 고소해.”
정작 먹어 보면,
삼겹살도 담백할 수 있고,
항정살도 질길 수 있다.
결국 맛을 결정하는 건 이름이 아니라
불의 세기와 굽는 손길이다.
사람도 그렇다.
INFP든 ESTJ든,
한 사람의 성격은 알파벳 몇 개로 끝나지 않는다.
그가 어떤 불판 위에서 구워져 왔는가,
어떤 불을 견디며 살아왔는가,
그게 진짜 맛을 만든다.
어떤 성격은 항정살처럼 고소하지만 잘 타고,
어떤 성격은 목살처럼 두툼해
한쪽만 익히면 질기다.
어떤 성격은 껍데기처럼 질겨도
씹을수록 정이 붙고,
어떤 성격은 두 점이면 족하다.
그리고 꼭 있다.
옆에서 불쑥 불을 올리며
“지금이야, 뒤집어야지!”
훈수만 두다가
결국 고기도, 관계도 태워버리는 사람.
그렇다고 무작정 가위질하면?
그건 예의도 없고, 맛도 없다.
고기도 성격도, 자를 땐 맥을 보고 잘라야 한다.
가장 무서운 건,
겉은 번지르르하게 익어 보이는데
속은 덜 익은 채 차갑게 남아 있는 성격이다.
겉만 보고 섣불리 물면
마음도, 입안도 덴다.
그래서 기다려야 한다.
겉보다 속이 늦게 익는 사람.
덜 익은 마음일 뿐,
나쁜 마음은 아닐지도 모른다.
오늘도 누군가의 성격을 태워먹은 당신에게,
이 말을 전한다.
고기는 불 조절이 생명이고,
사람은 감정 조절이 생존이다.
그리고 가장 오래 남는 건,
겉이 아니라 속이다.
씹을수록 맛이 나는 사람처럼,
알고 보면 결국,
시간이 만든 성격이 제일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