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지만 청춘이다

by 정담훈

중년이라는 말에는 이상한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이미 많은 것을 지나왔고,

이제는 내려놓을 차례라는 식의 분위기.

하지만 그 말이 꼭

나의 속도를 대신 정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내 삶을 천천히 채워가는 중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처음엔 그 시간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말소리도 줄고,

약속도 뜸해지면서 하루가 길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고요가 불편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마음이 정리되는 소리가 들렸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길을 걷고,

혼자 생각을 마무리하는 일들이

점점 자연스러워졌다.

누군가에게 맞추지 않아도 되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여백을 남겨준다.

언젠가는 혼자 여행도 가보고 싶다.

굳이 특별한 곳이 아니어도 좋다.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되고,

누군가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

그저 걷다가 마음이 멈추는 곳에서

잠시 앉아 있어도 괜찮은 그런 시간.

예전에는 ‘함께’라는 말이

삶의 정답처럼 느껴지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함께하기 전에,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게

먼저라는 걸.

중년이라는 나이는

무언가를 증명하기엔 늦은 나이일지 모르지만,

나를 이해하기엔 가장 적당한 나이다.

좋아하는 것과

굳이 붙잡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청춘은 젊음이 아니라 방향이라고 믿는다.

앞으로 가고 싶은 마음,

아직 해보지 않은 것들을

궁금해하는 감정,

그리고 나를 위해

하루를 조금씩 채워가려는 태도.

그게 남아 있다면,

아직은 충분히 청춘이다.

나는 이제

비워내는 삶보다

채워가는 쪽을 택하고 싶다.

속도를 줄이되 멈추지는 않고,

요란하지 않되

진심을 잃지 않는 방향으로.

중년이지만 청춘이다.

이 말은 스스로에게 건네는

확인에 가깝다.

아직 끝내지 않았고,

아직 선택할 수 있으며,

아직 나를 위해 살아볼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으로.

오늘도 조용히,

나에게 맞는 하루를 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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