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담훈
그는
한 켤레의 낡은 구두였다
뒷굽이 닳도록
자신을 마모시키며
누군가의 길을
먼저 걸어갔다
밑창이 벌어져도
끝내 버려지지 않았고
구겨진 가죽 안에
침묵을 감췄다
해진 소매,
늘어난 티셔츠
배인 기름 냄새는
그의 하루였다
한 칸 늦은 지하철처럼
항상 뒤에서 도착했고
우산은 하나였지만
늘 남의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말보다 발이 먼저였고
화보다 숨이
더 길었다
그 모든 시간이
바닥처럼 닳아 있었다
그는 결국,
한 켤레의 삶이었다
버릴 수 없어
버리지 못한 마음으로
오늘도 내 발아래
그 걸음이
조용히
깔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