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버리지 못한 나를 쥐고 있다〉
글. 정담훈
❝
물건은 기억을 안고 있다.
그걸 버린다는 건,
어떤 감정의 사망신고를 내는 일이다.
❞
언젠가부터,
집 안이 좁아졌다.
물건 때문이 아니었다.
물건에 남아 있는 ‘나’ 때문이었다.
한참 전 유행했던 셔츠,
꺼내 쓰지 않는 카메라,
무선이 고장 난 리모컨,
왜인지 버리지 못하고 몇 번이나 손만 대던 머그컵.
그 안엔 기능보다
기억이 남아 있었고,
감정이 눌어붙어 있었다.
그래서 난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를 잘 버리지 못한다.
누군가는 잘 버린다.
“필요 없어졌잖아.”
그들에게 정리는 그냥 정리일 뿐이다.
그 말은 맞다.
그 물건은 필요 없다.
하지만
그걸 샀던 내가,
그걸 꺼내 들고 웃었던 내가,
그걸 바라보며 애써 버텼던 내가
지금 이 순간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아
쓰레기봉투에 넣는 게
이상하게도 아프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판다.
가격을 매기면
어느 정도 거리가 생긴다.
가치는 남기고, 감정은 덜어낸다.
실용이 감정을 눌러줄 때
우리는 덜 흔들린다.
그건 거래가 아니라
합리적인 이별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나눈다.
“누군가에게는 쓸모 있을 거야.”
사실 그 말은,
"나는 아직 이 물건이 완전히 쓸모없다고 믿고 싶지 않아."
라는 고백일지도 모른다.
물건은 버리는 게 아니라
서서히 보내는 것이다.
거기엔 시간도 필요하고,
약간의 거짓말도 필요하다.
나는 아직
버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물건을 버리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나를 놓아주는 연습을.
비워내는 건
결국 ‘공간’을 위한 일이 아니라
새로운 ‘나’를 수용하기 위한 의식이다.
다만 우리는,
그 빈자리를 채우기 전에
한 번쯤은 마주해야 한다.
그토록 버리지 못했던
내 안의 미련
무의식 속 감정의 파편들,
그리고
아직도 ‘무언가를 붙잡고 있는 나’ 말이다.
✒️ Written by 정담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