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나를 때린 날
오늘 병원에서 들은 병명은 조금 생소했다.
PSVT.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
의사 선생님은 차분하게 설명했다.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
(Paroxysmal Supraventricular Tachycardia)
이라는 심장 리듬 질환입니다.
"심장 위쪽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발생해 갑자기 맥박이 빨라지는 현상입니다.
심장은 사실, 전기로 뛰는 장기거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심장을 작은 발전소처럼 상상했다.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계속 전기를 만들어내던 그곳에서
어느 날 갑자기, 전압이 폭주해 회로가 타버린 것.
내 몸 안의 심장은 아무 말 없이
나에게 경고를 보냈던 것인데,
나는 늘 그렇듯, 읽지 않은 편지함처럼 무심히 지나쳐왔다.
나는 가끔,
내 감정을 ‘못 본 척’하는 습관이 있다.
배가 고파도 참는 법을 먼저 배웠고
슬퍼도 울지 않도록 입술을 꽉 깨무는 버릇이 생겼다.
심장이 아프다 말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그걸 ‘스트레스’라는 재떨이에 대충 털어 넣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병원 침대에 누워 심전도를 붙이고 있을 때,
나는 마치 고장 난 라디오가 된 기분이었다.
주파수가 맞지 않아 심장이 제멋대로 신호를 보내고,
나는 그저 가만히 소리를 듣는 수신기가 되어버렸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여기 있어.”
심장은 그렇게 말을 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나는 약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 심장은 참을성이 많았다.
많이 쥐어짜고, 눌러 담고,
그러다 결국 넘쳤다.
이쯤 되니, 이제는 나에게 솔직해지고 싶다.
숨이 가쁘면 한 템포 늦춰도 괜찮다고.
빨리 살아야 성공한다는 착각은,
이젠 내 심장에게 사과할 시간이라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순하다.
‘기억해두고 싶어서’다.
이날, 이 병명, 이 느낌,
그리고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 변명인지 기록해두고 싶었다.
앞으로 나는,
심장이 보낸 편지를 미루지 않을 것이다.
감정이라는 편지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것이고,
가슴이 뛰면 왜 뛰는지 들여다보겠다.
누군가 내게
"요즘 어떻게 지내요?"라고 묻는다면
이젠 이렇게 답하고 싶다.
“심장 말 잘 들으면서 지내요.”
✒️ 정담훈 (Jung Dam-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