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 심장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by 정담훈

그 밤, 심장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 정담훈 (Jung Dam-Hoon)


2025년 7월 15일 새벽 1시 30분, 심장이 내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건 단순한 고동이 아니었다.

몸 전체를 울리는 경고음,

깊은 뿌리에서부터 번져 나온 심연의 진동이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그날,

나는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단어를 내 이름처럼 느꼈다.

그건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내 심장이 보내온 실제의 경고였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가슴을 누르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고,

양팔은 저릿한 전류처럼 뻗어왔다.

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내 안의 심장은 미친 듯이 흔들리며 나를 일으켰다.


“지금 아니면 늦는다.”

심장은 말하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박자였다.

그건 분명히 죽음을 앞둔 박동이었다.


그 순간, 나는 생애 처음으로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감정을 느꼈다.

이게 끝일지도 모른다는 공포.

너무 조용해서 더 선명했던 두려움.

내 몸 안에서 나를 향해 무너져오는 공포였다.


무서웠다.

누군가를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 아니라,

나를 잃을까 두려운 마음.

그 감정은 내 생의 어떤 순간보다 날카롭고 낯설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차가운 물 한 잔조차 삼킬 수 없었다.

나는 그제야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받아들였다.

몸이 먼저 말하고 있었고,

마음은 그제야 따라가고 있었다.


119.

구급차는 몇 분도 안 되어 도착했지만,

기다리는 동안의 시간은 한 생의 마지막처럼 길었다.

삐- 소리를 내며 달려오는 사이렌은

그 어떤 말보다 나를 위로했다.

그건 내 존재가 아직,

누군가에겐 구조될 수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응급실.

형광등 아래, 나는 침대에 눕자마자

한 명의 인간이 아닌, 하나의 상태로 분류되었다.

간호사 여섯, 의사 둘.

누구도 이름을 묻지 않았다.

누구도 설명하지 않았다.


윗옷은 순식간에 걷혔고,

양팔과 가슴, 다리에 기기들이 잇달아 붙었다.

삑삑 울리는 기계음들 사이에서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기계가 대신 말해주고 있는 걸 지켜보았다.


그 순간, 존엄은 한낱 사치였고

살아남는 것이 유일한 윤리였다.

아무 말 없이 움직이던 의료진들 속에서,

나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살고 싶다는 감정을 느꼈다.


살고 싶었다.

단순히 하루를 더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느끼며 살고 싶었다.

그날 이후, 나는 달라지기로 했다.

심장이 다시 그렇게 울리기 전에,

내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기로.

나는 오늘도 살아 있다.


그리고 오늘만큼은,

그 사실 하나로 충분하다.

심장내과에는 예약을 해두었다.

아직은 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제발 큰일이 아니길 바란다.


나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세상엔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죽음이 스쳤던 그 밤,

나는 알게 되었다.

살아간다는 건

심장이 뛰는 것만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로 남는 것이라는 걸.




※ 작가의 말

이 글을 읽는 모든 작가님, 그리고 독자님들께 말씀드립니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쓰고, 만들고, 전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과 시간과 건강을 소모하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모든 열정도,

심장이 멈추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숨이 가쁜 날엔 조금 쉬어도 괜찮습니다.

가슴이 조여 오는 날엔 병원에 가는 걸 미루지 마세요.

몸이 보낸 신호는 결코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 밤, 죽음을 처음 실감했고

그날 이후,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이

이전보다 더 소중해졌습니다.

우리는 살아야 합니다.

쓰는 사람이 되기 전에, 살아 있는 사람이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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