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담훈 (Jung Dam-Hoon)
《그대는 지금, 어디쯤인가요》
사랑은 불꽃처럼 시작되었다가,
가끔은 재처럼 끝난다.
처음의 눈빛은 불씨였고,
서로를 이해하려 애썼던 시간은,
타오르려는 의지였다.
우리는 '연애'라는 이름의 예술을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는 메시지창,
괜히 웃음이 나는 통화의 끝,
손끝 하나에도 온 세상이 들어있던 나날.
그러다 그 사랑은 어느 순간,
'서로를 참는 인내심'으로 바뀌어 간다.
사랑은 자라지 않으면 줄어드는 감정이다.
그대로 멈춰 있는 사랑은 없다.
결혼은 그 사랑이 다 자랐다고 착각한 순간의 계약이지만,
사실은 새로운 성장통의 시작이었다.
결혼은 두 개의 세계관을 한 지붕 아래 끼워 맞추는 일이다.
문제는, 서로의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데 있다.
"나는 너를 위한다고 했지만,
그건 결국 나의 방식이었더라."
이런 고백은 언제나 너무 늦게 도착한다.
그러는 사이, 부부는 서로의 대화가 아닌
방음벽이 되어버린다.
더는 싸우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침묵은 어느새 감정의 무덤이 되고,
함께 사는 집은 점점 '각자의 방'이 되어간다.
이별은 드라마처럼 떠나지 않는다.
그건 천천히 식어가는 커피처럼,
점점 미지근해지는 시간 속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이다.
'안녕'이라는 말조차 생략된 채,
그저 하루하루를 건너뛰는 것처럼 살아가며
우리는 서로를 놓친다.
황혼이혼은 그렇게 시작된다.
함께한 세월보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더 소중해 보일 때.
더는 참지 않아도 된다는 감정,
내가 나를 다시 돌보겠다는 결심.
황혼의 이혼은 실패가 아니라,
뒤늦은 자유에 대한 선언이다.
별거는 이혼보다 조용하지만,
어쩌면 더 고통스러운 말이다.
마음은 이미 떠났는데,
몸은 여전히 한 지붕 아래 있다.
하루하루는 애매하고,
감정은 희미하다.
그건 이별의 실습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또 사랑한다.
버림받고, 상처받고,
때로는 나를 잃은 것 같은 시간 이후에도
다시 사랑이라는 문 앞에 선다.
사랑은 망각의 능력이 아니라,
'이해받고 싶은 본능'이다.
인간은 누구나 다시 사랑하고 싶어 한다.
그건 본능이고, 욕망이고, 희망이다.
살면서 몇 번의 사랑을 실패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실패들은 모두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이정표였다.
실패한 사랑이 아니라,
'더 진실한 나'를 향한 걸음이었던 것이다.
지금, 당신은 사랑의 어디쯤에 있나요?
막 시작된 설렘인가요,
무뎌진 관계 속의 인내인가요,
아니면 끝났지만 끝내지 못한 감정의 뒤편인가요?
누구든 사랑에서 길을 잃는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그건 모든 사람의 이야기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