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담훈 (Jung Dam-Hoon)
4화. 닦고 떠나라
배설은 생리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행위이며,
몸이 스스로 균형을 회복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닦는 일’은 생리가 아니다.
그건 선택이고, 태도이며, 결국은 품격이다.
살다 보면
우리는 감정을 마구 흘릴 때가 있다.
화를 내고, 상처를 주고,
관계를 놓아버리고,
때로는 조용히 등을 돌린다.
그건 어쩌면
감정의 배설이다.
말이라는 장치로 감정을 쏟아내고,
표정 없는 얼굴로 마음을 밀어내며,
“그땐 어쩔 수 없었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걸 끝내버린다.
하지만 감정은 그렇게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정리되지 않은 말은,
변기 위에 남는다.
그리고 다음 사람이 그걸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알고 있다.
닦지 않은 흔적이 얼마나 불쾌한지를.
하지만 삶 속에서는 그 사실을 자주 잊는다.
“미안해.”
“괜찮았니?”
혹은 조용히 건네는 정리의 손짓.
그 모든 게
마음속 화장실에서
‘닦는 일’이다.
예전엔 몰랐다.
감정을 흘리는 것만큼
그걸 닦는 게 중요하다는 걸.
관계도 마찬가지다.
멋지게 시작하는 것보다,
깨끗하게 정리하는 쪽이
훨씬 어렵고, 더 인간적이다.
내 친구 용석이는
대학생 때 MT에서 전설을 남겼다.
새벽 화장실에서 휴지가 없자,
편의점 영수증 두 장으로 일을 처리했는데...
결과는 참담했다.
거의 처리도 못하고 10% 정도 닦였다.
그날 이후, 그는 ‘부가세’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걸 보며 생각했다.
삶도 그렇다.
조금 모자란 정리는
오래 기억된다.
냄새는 시간이 지나도 남는다.
그의 이별은 늘 말없이 끝났고,
사과는 타이밍을 놓쳤고,
사랑은 뒤처리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누구에게도
향기로운 사람이 되지 못했다.
정리되지 않은 감정은 마음속에 썩는다.
처음엔 미련으로,
그다음엔 오해로,
나중엔 후회로 번진다.
그리고 종종
다음 사람에게 전염된다.
닦지 않은 감정은
또 다른 이의 감정을 더럽힌다.
사람은 배설하는 존재다.
그러나 닦고 떠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말로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무심히 관계를 놓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무엇을 남기고 가는지를
의식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화장실을 나서며 다짐한다.
“흔적은 남겨도 좋다.
그러나 냄새는 남기지 말자.”
그게 어른이고,
그게 사랑이고,
그게 마지막 예의다.
물은 흔적을 지워줄 수는 있지만,
향기까지 만들어주진 않는다.
그건
닦고 떠나는 사람만이
남길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
당신도 누군가의 마음에 머물다 떠날 것이다.
그때 기억하자.
무엇을 남길지 말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