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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 Jun 06. 2021

[영화, 보고 / 8마일]

인종차별에 대한 또 다른 보고서

2003년 에미넴의 자서전과 같은 영화를 10년이 다 지나서야 봤다.


시간이 흘렀지만, 영화가 주는 울림은 크다. 영화는 단순히 에미넴이라는 초대형 힙합가수의 성공과 음악을 담았을  아니라 과거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계속될 인종차별과 주류 비주류에 대해 고찰하게 한다.


영화는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공식을 따른다. 스타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는 주인공, 능력을 출중하지만 그만큼 주목받지 못한다.


영화는 백인, 하층민이라는 소재가 역경 시련이 되며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관객을 끌어당긴다.


영화는 과하지 않다. 만약 에미넴이 실제 앨범을 낸다거나 스타가 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오락영화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화제가 됐던 OST 또한 마찬가지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부제에 있다.

인종차별에 대한 또 다른 보고서라는 부제목은 영화의 '주류'가 바로 인종에 있으며 이를 극복하는 과정은 인종이 아닌 서로의 공감이다.

주인공(레빗)은 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힙합계에서 무시받으며 편견의 대상이 된다. 힙합의 문지기 또한 그에게 적대감을 보이며 클럽의 많은 사람도 기대보다는 "어떻게 하나 보자,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더 비난해 주겠다"라는 감정으로 래빗을 대한다.


또한 '남자, 백인'이라는 미국 주류사회의 키워드는 디트로이트, 313 구역의 하층민의 래빗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다. 단순노동으로 하루를 살고 때때로 시동이 꺼지는 자동차를 탄다. 잠시 눈이 맞은 여인은 흑인 동료에게 빼앗기기도 한다. 백인, 남자를 철저하게 뭉게 뜨리는 요소다.


반면 악역 또는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흑인이지만 주류다. 힙합계에서 주류에 위치하고 있으며 좋은 차를 타고 자기만의 크루를 이끌며 여자를 항상 대동한다.


영화는 이러한 아이러니함을 극적으로 활용해 래빗에게 투영시킨다. 백미는 마지막 랩 배틀이다.

래빗은 자신이 살아왔던 시간, 하층민의 삶을 그대로 표출한다. 인종이 아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얘기를 랩으로 풀어낸다. 여자를 빼앗긴 얘기, 트레일러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얘기는 거침이 없다.

이 서사에는 인종이 끼어들 틈이 없다. 그저 현실을 살아가는 한 명의 래퍼만 있을 뿐이다.


평점 5점 (5점 만점)

영화 8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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