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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 Jun 12. 2021

[영화, 보고 / 조커]

시대가 만들어낸 악역

조커는 개봉일을 기다렸던 영화다. 그러나 결국 2년이 다 지나서야 보게 됐다.

2019년 10월은 결혼을 앞두고 있던 터라 정신이 없었을 뿐 아니라 결혼 전후로 어두운 영화는 피하고 싶었기도 했다.


미뤄둔 숙제를 떠올리듯 조커는 "봐야지, 봐야지"하면서 선뜻 그렇게 선택하지 못한 영화다.

토요일 백신 접종으로 생긴 뜻밖의 휴가는 종일 스케줄을 집에 묶어뒀고, 자연스럽게 TV와 가까워지게 했다.

영화채널은 쏟아지는 광고로 영화의 맥을 끊어놓기에 좋아하진 않지만, '조커'이기에 TV 앞을 지켰다.


영화는 우리가 모두아는 그 '조커'의 탄생을 그렸다. 다만 조커를 현실세계로 끌어내려 그를 만들어 냈다. 배트맨 시리즈의 악역은 사실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다. 물음표 폭탄을 던지거나 펭귄맨처럼 말이다. 하지만 놀란 감독이 조커를 재탄생시켰고 토트 필립스 감독은 아예 조커라는 인물을 '시대'에 적용해 현실로 데려와 버렸다. 고담시, 웨인이라는 고유명사가 나오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조커'라는 영화는 그 자체로 수작으로 충분하다.


조커를 현실로 데려왔다고 표현한 것은 '조커'라는 인물이 탄생하는 과정에 영화적 설정은 있을지언정 판타지는 없기 때문이다. 어릴 적 학대로 생긴 틱장애, 정신병을 가진 양부모가 만든 현실 앞에서 주인공 아서(조커)는  '코미디언'이라는 꿈을 꾸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한 곳은 아니다. '이상한 사람'취급당하는 아서에게 놓인 현실은 그를 철저하게 밀어낸다. 결국 그는 현재를 극복하는 대신 미쳐버리기를 택했고, 미친 아서에게 세상은 오히려 손을 내밀었다.


'정신병자에게 가장 어려운  가운데 하나는 정상인 인척 하는 '이라는 아서의 메모는 처음부터 미친놈이 되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현저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정상인이(정상인이라는 기준또한 자의적이긴 하지만) 아니라 미친놈이 되기로 결심한 이후 방송에 나가 사자후를 내뿜는 그에게  이상의 브레이크는 없었다.  순간 아서가 아니라 '조커'라는 인물은 만들어졌다.


무엇보다 '조커'라는 영화가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를 꼽는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같기 때문이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나뉜 사회를 새롭게 그린다. 자산가이자 시장 출마를 준비하는 토마스 웨인은 자산가를 대변한다. 토마스 웨인은 부를 가진 사람이며 능력주의를 신봉한다. 부의 축적은 자수성가라고 표현하며, 돈 없는 시민은 광대라고 비하한다. 국민을 개돼지라고 표현하거나, 상식과 벗어난 판결을 내리는 판사, 매값을 주고 몽둥이를 휘두르는 자본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대편에 선 주인공 아서, 광대 시위대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고 외쳤던 99%를 떠올린다. 1%에 집중된 사회 시스템에 분노했던 OWS와 광대 시위대는 현실의 시스템에 분노한다는 데 그 맥을 같이한다.


물론 영화는 메시지뿐 아니라 볼거리도 무궁무진하다. 현실에 적응을 위해 힘들게 살아가는 '아서'는 계단을 오르고 미친놈이 되기로 결정한 뒤의 '조커'는 계단을 내려오는 식의 표현 등등...


평점 5점 (5점 만점)

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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