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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 Oct 24. 2021

[소설]강점기 (7)

 여인의 몸으로 그것도 조선인의 몸으로 중국까지 건너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죽음의 위험도 있었고, 몸을 탐하는 더러운 이들도 있었다. 중국으로 건너가는 것은 아비와 함께했던 뱃사람의 도움으로 어영부영 왔지만 지금부터가 문제였다. 조선인이라는 것이 조선에서는 약자가 되고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었지만, 상해에서 활동중인 독립운동가에게는 조선인이라는 이유하나만으로 환대받았고 소중히 여겨졌다. 이상익이라는 독립운동가의 집에 기거하면서 허드렛일을 하고 의열단의 소식을 점점 접해갔다. 하지만 이상익이라는 자의 집에서 기거한지 3달이 채 안되던 해에 체포당했다. 이상익은 애국단에서 소속되어 무장투쟁을 하던 독립운동가였다.


 해진은 뛰쳐나와 의열단을 필사적으로 수소문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 번의 실패로 의열단을 수습해 나가는 차에 해진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해진이 상해로 오는 동안 접했던 독립운동가들은 해진의 생각을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아버지의 항거를 자랑스러워했고, 의열단을 찾아 설득하기보다는 억울하게 잡혀간 아버지를 자신의 힘으로 꺼내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으로 돌아섰다. 길고 긴 우여곡절을 듣고 나니 내가 마치 상해를 건너온 것처럼 고통스럽고 아팠다. 고통받는 약자의 설움을 공유하는 것은 역시나 약자이던가.    

 

“이 남자들 우글거리는 이곳에서, 잘 지낼 수 있겠느냐?”     

“단장님 저는 저만 특별히 무언가 받지 않겠어요. 제가 이곳에 온 이상 저도 의열단이 무얼하는 곳이지 어떤 곳인지 알고 있어요. 절대 누가 되지 않도록 할게요.”     


“내 너에게 포부를 듣고자 함도 아니오, 책망하고자 하는 것 또한 아니다. 이제 너도 한 가족이니 의열단에 맞게 행동하도록 하거라.”     

“저는 지금부터 소녀도 아니고 여인네도 아니고 그냥 의열단원일 뿐입니다. 저를 다른 단원들과 마찬가지로 대해주세요.”     

“너의 소원이 정 그러하며 너에게 의열단원과 똑같은 훈련과 똑같은 행동강령을 부여하고 더불어 허드렛일도 시킬것인데 할 수 있겠느냐?”     

“뭐든지 하겠습니다.”     


해진은 그렇게 의열단에 들어왔다. 싹싹한 성격은 의열단 내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여자라는 것을 떠나 친동생처럼 의열단원은 해진을 아끼고 돌봐 주었다.     


해진을 가장 먼저 데리고 간 곳은 의열단의 안전가옥이었다. 총과 칼, 그리고 많은 폭약들을 실제 눈으로 바라본 해진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같이 따라온 종암은 먼발치에서 과녁을 향해 칼을 던져보였다. 중국칼잡이 노인에게 배운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칼은 그대로 날아가 과녁의 가운데에 꽂혀 ‘뎅’ 하는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처음 보는 장면에, 그리고 진짜 의열단의 본 모습에 해진의 얼굴은 창백하기 까지 했지만. 당황한 모습 이라기보다는 뭔가 의지가 불타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해진의 적극적인 모습에 다른 의열단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나는 그때 해진을 받아준 선택을 후회하지 않음에 크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행여나 내 행동하나가 어떤 불행의 시발점은 되지나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나오는 걱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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