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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 Oct 24. 2021

[소설]강점기(8)

많은 의열단의 변화속에서도 항상 머리속에는 대대적인 2차 작전을 머릿속에 염두 해 두고 있었다. 국내에 잠입한 이성우와 윤세주는 지속적으로 선을대어 연락을 취해왔다. 지난번 거사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이번은 꼭 성공으로 이끌어야 했다.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것이 의열단을 더욱 뜨겁게 하는 불쏘시개가 되어 더욱 활활 타오르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부산에 눈이 밝은 한봉근이 거사를 맞게 되었다. 부산경찰서는 식민통치기관의 핵심이라고 불릴 만큼 많은 독립운동가를 잡아들였고, 투옥시켰다. 악명높은 김근안도 부산경찰서소속이었다.     


싱가포르에서 무역상을 하고 있는 한봉근을 불렀다. 평소 고서적에 관심이 많은 부산경찰서장 하시모도와 독대하기 위해서 고서적상으로 변장했다. 지난 밀양경찰서 폭파사건의 미수로 인해 많은 위험성으로 변장을했다. 곱게기르던 콧수염을 깨끗하게 밀어버리고, 머리는 포마드를 발라 머리위로 넘겼다. 깔끔하게 빠진 둥근 안경테를 쓰고 서양식 옷을 입으니 제법 딴사람으로 보였다. 해진은 나를 힐끗 보더니     


“ 이제 보니 단장님 영락없는 부잣집 도련님생김새네요” 라며 히죽거렸다.     

봉근과 국내로 잠입해, 부산으로 이동했다. 국내에 있는 윤세주와 이성우를 만나는 동안 봉근은 노모가 있는 집에서 하룻밤 묵어도 되겠느냐 청했다. 우리는 거사가 있기전 사진을 박았다. 지금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봉근이 노모를 만나기전에 사진 한 장 박아 두는게 어떻겠느냐 청했다.  

   

“의열단이 왜 검은 옷을 입는지 아느냐?”     

“잘 모르겠습니다.”     

“붉은색이 혁명의 상징이라면, 검은색은 아나키즘의 상징이지.”     

내 말이 떨어지자 서양식 옷을 잘 빼입은 윤세주가 한마디 거들었다.     

“나는 그저 검정색이 좋은데, 그게 마침 그런 뜻이라더군.”     


봉근은 겉으로 껄껄거리며 크게 웃었다. 우리도 다른 것은 잊고 다같이 껄껄 웃었다. 사진사의 하나, 둘 이라는 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퍽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의 시간은 그렇게 멈춰서 있게 되었다. 윤세주와 이성우는 뒤에서 우리를 감싸듯 서있었고, 나는 한봉근과 의자를 펴고 앉아있었다. 그리고 약속이나 한 듯 나와 세주, 성우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아무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봉근은 자신이 내일 던질 폭탄을 들고 격문을 들고는 활짝 웃어보였다. 굳은 표정도 비장감이 흐르는 표정도 아닌 웃음이었다. 검은양복으로 인해 활짝웃는 미소는 더울 맑아보였다.     

봉근은 내 손을 꽉잡으며 말했다.   

  

“언젠가 군대를 일으켜주시오 그 군대를 이끌고 진격해서 왜놈들을 부산 앞바다에 모두 쓸어넣고 나 한봉근의 이름을 한번 크게 불러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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