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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근호 Mar 20. 2017

코드프리 헤드폰, 히어러블의 시대가 온다

오늘은 새소식 소개 없음.

3월 20일 월요일입니다. 주말에도 여러 새로운 소식들이 나오긴 했으나, 딱히 제 맘에 드는 기사는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에 말씀드린 것처럼 애플의 에어팟 특허와 관련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이는 ATLAS가 1월에 작성해 릴리즈한 '무선 헤드폰, 새로운 웨어러블 단말로 급부상' 보고서를 기반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이 보고서를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보려면 ATLAS에 회원 가입해주세요~~


1. 히어러블(Hearable) 시대가 열리다.


요즘 웨어러블이 아닌 '히어러블(hearable)'이라는 단어가 여러 매체에 종종 등장합니다. MP3 플레이어나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단말에서 소리를 듣기 위해 이용하는 헤드폰이 이제 형태뿐 아니라 단순한 '소리 청취'의 기능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웨어러블 단말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 엄밀히 말하면 조금씩 정의는 다르지만, 헤드폰, 헤드셋, 이어폰 의 단어가 혼합되어 이용됩니다. 이 글에서는 헤드폰으로 통일합니다


이미 헤드폰 시장은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유선이 아닌 무선 헤드폰의 확산입니다. NPD Group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해 상반기에 미국에서 판매된 헤드폰 중 유선 헤드폰은 판매량 측면에서는 83%를 차지했지만, 매출 측면에서 본다면 무선(블루투스 방식) 헤드폰이 54%를 차지했습니다. 즉, 유선 헤드폰은 고가 제품과 저가 상품으로 이원화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무선 헤드폰이 평균적인 가격대를 높이면서 판매량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무선 헤드폰 시장이 커지면서, 형태 측면의 변화도 시작됩니다. 가장 큰 변화가 3.5mm 잭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죠. 애플이 아이폰7에서 이 같은 시도를 하면서 많은 찬반의견이 있었습니다. 사실 애플이 최초는 아니지요. 그 전에 LeEco, 모토로라 등이 USB-C로 소리를 전달하는 시도를 했고, 이후에도 HTC도 따라갔습니다. 삼성도 3.5mm 잭을 제거한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이번 갤럭시S8에는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3.5mm 잭이 없어지는 것은 이용자들이 이미 보유한 기존 유선 방식의 헤드폰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많은 반발이 있었습니다. 물론 젠더를 이용하면 기존 헤드폰을 쓸 수는 있지만, 소지하고 다니기 귀찮고 분실 가능성도 있지요. 또한 음악청위와 충전을 동시에 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러나 무선 방식이 대세화되면서 3.5mm 잭, USB-C, 라이트닝 등을 논하는 것 자체가 살짝 의미를 잃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애플은 3.5mm 잭을 제거하고 젠더까지 제공하지만, 실상 에어팟을 강조하고 있지요. 


알리바바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음악청취-충전 동시 지원 젠더


즉,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제 무선 헤드폰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애플이 본격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히어러블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히어러블이 반드시 무선 방식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게 인식합니다.) 


2. 코드프리(cord-free) 헤드폰의 부상과 기능 세분화


히어러블 시장이 관심을 받으면서 헤드폰이 여러 변화를 겪고 있는데, 외형 측면에서 최근 주목받는 것은 코드프리 방식입니다. 기존의 무선 헤드폰은 귀 부분에 착용하는 이어버드(earbud) 두 개가 선으로 연결되어 있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코드프리 헤드폰은 2개의 이어버드조차도 무선으로 연결됩니다. 걸리적거리는 선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에어팟을 떠올리면 됩니다.


사실, 애플이 코드프리 헤드폰을 도입한 최초의 업체는 아닙니다. 다만, 코드프리 헤드폰에 대한 인지도를 확 높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는 아이폰이 최초의 스마트폰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개화시킨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파악하기로 최초의 코드프리 헤드폰은 2008년 젠하이저가 선보인 'MX W1'입니다. 이 제품은 좌우가 분리된 무선 이어버드와 이를 수납하고 충전까지 할 수 있는 케이스 등 현재의 코드프리 제품들이 제공하는 기본 형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8년 등장한 젠하이저의 코드프리 헤드폰 'MX W1'


이후 2010년대 중반이 되면서 여러 스타트업과 음향 전문업체들이 코드프리 제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특히 스타트업들이 신제품을 선보일 때 자금 조달 및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는 Kickstarter나 Indiegogo와 같은 크라우드펀딩의 등장과 활성화는 코드프리 제품들이 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Bragi의 'Dash', Doppler Labs의 'Hear One', Earin의 'Earin', Erato의 'Apollo' 등의 제품이 연달아 공개되고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삼성전자와 애플뿐 아니라 모토로라, 소니와 같은 단말업체들과 자브라(Jabra)와 같은 업체들도 이 시장에 뛰어듭니다. LG전자도 곧 출시할 예정입니다. LG전자는 다른 업체들과 다르게 넥밴드에 결합시키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모든 제품들이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며, 약간의 전략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1) 피트니스 트래킹, 2) 개인비서 결합, 3) 음악감상 강조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각 전략과 이에 따른 제품들의 경계가 명확한 것은 아니며, 가장 큰 특징을 제가 구분한 것입니다. ^^


1) 피트니스 트래킹


운동을 할 때, 특히 조깅 시 음악을 들으면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다른 운동 시에도 마찬가지이지요. 이런 사람들을 겨냥한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들고 별도의 무선 헤드폰까지 착용하지 말고 간단하게 코드프리 제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라는 것이지요. (물론, 일부 제품은 여전히 음악 청취를 위해서 스마트폰 연동이 필요합니다.)


이 영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제품은 삼성전자의 '아이콘X'입니다. 그리고 Jabra의 'Sports Elite Wireless'도 유명합니다. 이들은 스마트폰에 설치 가능한 모바일앱을 통해 코드프리 헤드폰에서 기록된 운동 정보를 분석해줍니다. 운동 시에는 운동시간과 페이스 등의 정보를 음성으로 제공하지요. 애플이 에어팟과 관련해 새롭게 출원한 특허도 바로 에어팟에 탑재된 여러 센서를 통해 피트니스 트래킹을 하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아이콘 X


Jabra의 Sport Elite Wireless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다양한 센서를 넣고 여러 생체정보를 측정하다보면 배터리 문제로 이용시간이 줄어듭니다. 코드프리 제품은 무게를 줄이고 착용감을 높이기 위해 큰 용량의 배터리를 넣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아이콘X도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호평을 받았지만, 이를 잘 모르고 단순한 코드프리 제품으로 인식한 구매자들은 2시간 정도에 불과한 이용시간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센서를 넣는다는 것은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 


2) 개인비서 결합


Siri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애플의 에어팟이 잘 보여줍니다. 귀에 착용하고 그냥 음성으로 개인비서를 호출하여 여러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소니의 'Xeria Ear' 역시 개인비서라 할 수 있는 'Sony Agent'가 탑재되어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개인비서인 Bixby를 개발 중인데, 향후 코드프리 제품과 연동시킬 수 있겠지요?


소니의 Xperia Ear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아직 개인비서를 사용하지 않으며, 사람 많은 곳에서 혼자 중얼중얼거리며 흡사 꽃을 머리에 꽂은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 별로라서.. ^^; 


암튼, 인공지능 기반의 개인비서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아마존의 에코나 SKT의 누구와 같은 홈단말을 넘어 여러 단말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헤드폰과의 결합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3) 음악청취에 집중


복잡한 기능 다 필요없다. 소리만 충실히 전달하고 배터리 오래 쓸 수 있으면 그게 좋은거다.. 이런 전략입니다. 많은 코드프리 제품들이 이 같은 흐름을 따르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배터리 한계로 인한 이용시간은 기존의 블루투스 헤드폰에 비해 제한적입니다.


Bragi라는 업체의 경우 첫 번째 제품이었던 'Dash'에서는 심박수 측정이나 만보계 기능 등 피트니스 트래킹 기능을 제공했었지만, 최근 발표된 2번째 제품인 'The Headphone'에서는 이 같은 기능을 제거하고 배터리 수명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었습니다. 삼성전자도 배터리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는 점으로 인해 향후 피트니스 트래킹 기능을 빼고 단순한 기능의 새로운 아이콘X를 선보일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이 영역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저가를 무기로 엄청난 공세를 시작한 상황입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업체들이 코드프리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기술력의 차이인지 음질, 그리고 소리 끊김 등의 문제가 있는 업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름을 알만한 주요 업체들의 제품이 최소 10만원, 웬만하면 20만원 이상에 판매되는 데 비해 5만원 이하의 가격에 구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 됩니다. 


저도 국내의 '착한텔레콤'이 유통하는 '커넥팅팟'이라는 제품을 이용 중입니다. 제귀가 막귀라서 음질에 엄청 민감한 편이 아니라 큰 부담없이 이용하는 중입니다. ^^ (지인 광고입니다. 하하)


착한텔레콤의 '커넷팅팟'



4) 3D 사운드 헤드폰


아직은 일반화되지 않았지만, 향후 뜰 가능성이 있는 분야입니다. 지금의 헤드폰은 좌우 스테레오 사운드를 제공합니다. 그런데, VR이 활성화되고 360도 영상을 보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화면은 입체인데, 소리는 좌우라는 한계가 있게 됩니다.


이에 헤드폰 자체에도 모션 센서를 넣고 방향에 따라 더욱 입체감 있는 소리를 전달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바로 3D 사운드이죠. 몇몇 제품이 이미 등장한 상황입니다. (물론 이 제품들은 아직은 코드프리 제품은 아닙니다.) 


1월의 CES에서 젠하이저는 3D 사운드를 쉽게 녹음하고 들을 수 있게 하는 기술인 'Ambeo Smart Surround' 기능이 탑재된 헤드폰을 선보였고, OSSIC이라는 업체는 3D 사운드 청취가 가능한 헤드폰 'OSSIC X'를 킥스타터를 통해 공개하고 자금 조달에 나선바 있습니다. 10만달러 목표였는데, 270만달러 자금조달에 성공했습니다.



3. 헤드폰은 액세서리가 아니다!


이처럼 소리 전달이라는 기능의 헤드폰은 이제 여러 변화를 통해 당당한 웨어러블 단말, 즉 히어러블 단말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음질 자체가 중요하기에 기존처럼 이를 강조하는 제품들은 여전히 등장할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노이즈캔슬링 기능도 중요하지요.


그러나, 새롭고 더 추가적인 부가기능을 원하는 이용자들도 충분히 존재할 것이며, 이들을 위한 제품들은 계속해서 등장할 것입니다. 이에 단말업체들도 스마트폰 등의 번들 제품으로 제공되는 헤드폰 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력 상품으로서 헤드폰 사업을 추진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LG전자는 블루투스 헤드폰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헤드폰이 어떻게 변화해갈지를 지켜보는 것 역시 상당히 재미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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