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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근호 Dec 16. 2016

T-Mobile, AT&T의 OTT에도 제로레이팅 적용

파격인가 꼼수인가..

12월 16일 금요일입니다. 오늘도 외신들을 살펴보다가 눈에 확 들어온 기사가 있었습니다. 미국 3위 이통사인 T-Mobile이 2위 이통사이자 미국 최대 유료방송 사업자인 AT&T가 야심차게 선보인 OTT 서비스인 'DirecTV Now'에 대해 데이터무과금(제로레이팅, zero-rating)을 적용하고, AT&T에서 T-Mobile로 번호이동으로 오는 가입자에게는 1년 이용료를 지원해준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오늘은 미국의 T-Mobile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언캐리어(uncarrier) 전략 통해 만년 4위에서 3위로 급부상


T-Mobile은 정확하게는 T-Mobile US라고 표현을 해야 합니다. 모기업은 독일의 거대 통신사업자인 DT인데, DT는 전세계 곳곳에서 T-Mobile이라는 브랜드로 이동통신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Verizon Wireless, AT&T Mobility, Sprint에 밀리는 만년 4위였습니다. 가입자와 매출 모두 상위 업체에 크게 밀리면서 반격의 실마리도 못잡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2013년부터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바로, 2012년 9월 신임 CEO로 부임한 John Legere가 2013년부터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언캐리어(uncarrier)' 전략을 발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캐리어'는 이동통신사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언캐리어는 이통사 같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기존의 이통사들이 취해왔던 BM을 흔들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무약정 요금제, 단말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등은 국내 이통사들이 이를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언캐리어 전략은 1년에 3~4개씩 발표되면서 현재 공식적으로 밝힌 것만 13개 이상입니다. 이를 ATLAS에서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정리했으며, 아래의 그림과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보고서를 참고하세요. (유료고객만 볼 수 있습니다. ^^; )

출처: ATLAS


언캐리어 전략의 핵심은 박리다매(薄利多賣)입니다. 가입자당 수익은 떨어져도 전체 가입자 규모를 늘리고 전체 매출을 확대시키는 것이지요. 이 같은 전략을 통해 T-Mobile은 급성장을 이루게 되는데, 마침내 지난 해 Sprint를 제치고 매출과 가입자 모든 측면에서 3위로 올라섰고, 그 격차를 더욱 벌이는 중입니다. 미국 이통4사의 매출  추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2분기까지 정리한 그림입니다. 3분기를 추가하자니 시간이 부족하고 귀차니즘이.. ^^;;) 


미국 메이저 이통4사 매출 추이 (단위: 백만달러)


T-Mobile이 이렇게 치고 올라오자 상위권인 Verizon과 AT&T 역시 언캐리어 전략 중 일부를 모방해서 유사하게 도입하는 등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T-Mobile이 취약한 자동차 등 IoT 영역과 OTT 사업을 대폭 강화해 차이를 늘리려 하는 중입니다.


그 상황에서 Sprint를 인수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은 T-Mobile을 인수하여 상위권 업체와 3강 구도를 형성하려 하지만, 미국 정부가 허가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꿈을 접어야 했습니다. 이 후 Sprint는 그야말로 실적이 악화만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로레이팅에서도 차별화... 고객이 원하는 모든 서비스에 적용


최근 스트리밍 음악과 OTT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T-Mobile도 고민을 하게 됩니다. AT&T와 Verizon은 각각 주요 업체와의 제휴를 벗어나 직접 서비스를 런칭하고 있지만, T-Mobile은 자체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투자 여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지요. 이미 IPTV 서비스를 통해 미디어 업체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위 업체와 달리 이 부문에서의 노하우와 서비스 자산, 인적 네트워크도 부족할 수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T-Mobile은 언캐리어 전략의 일환으로 'Music Freedom'과 'Binge On'을 발표합니다. 이는 제로레이팅이지만, 타 사의 제로레이팅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제로레이팅은 이통사가 자신의 서비스 또는 특정 제휴 업체 서비스의 데이터 트래픽을 무료화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Music Freedom과 Binge On은 미국인이 즐겨 이용하는 대부분의 스트리밍 음악과 동영상 서비스 전체에 대해 데이터 트래픽을 무료화합니다. 각각 DirecTV Now와 Go90이라는 자체 OTT 서비스에 대해 제로레이팅을 적용하는 AT&T 및 Verizon과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Binge On을 통해 제공하는 데이터 트래픽 무료 서비스 사례


제로레이팅은 망중립성을 위배한 것인가 여부를 두고 최근 전세계에서 상당히 시끄러운 상황입니다. 아직 글로벌한 공통의 인식은 없고, 각 국가마다 입장이 다릅니다. 유럽과 남미의 몇몇 국가는 제로레이팅을 망중립성 위배로 보고 규제하고 있지만, 국내와 미국을 포함해 아직 상당 수의 국가는 명확한 규정이 없습니다. 시민단체 등은 이통사가 낙점한 서비스 외의 다른 업체들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기에 망중립성 위배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특정 서비스를 막는 것이 아니며, 일부 서비스에서 오히려 고객의 혜택을 늘리는 것이기에 망중립성 위배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도 이에 대한 논란이 뜨거우며, FCC가 곧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집니다.


그런데, T-Mobile은 몇몇 서비스만 선택적으로 제로레이팅을 적용한 것이 아니라 고객이 즐겨 이용하는 모든 서비스에 대해 제로레이팅을 적용한 것이기에 고객의 혜택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망중립성 위배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단,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Binge On의 경우 해상도가 제한됩니다. 사실 이통사 입장에서 트래픽은 곧 비용으로 직결되기에 이용자들의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을 적절히 통제해야 합니다. 따라서 480p 정도로 해상도를 낮추어 제공합니다.


경쟁사 OTT에도 제로레이팅 적용하고 번호이동 유인... 혁신인가 꼼수인가?


이 상황에서 T-Mobile이 AT&T가 야심차게 출시한 OTT 서비스인 DirecTV Now의 1년 이용료인 420달러까지 대납하면서 번호이동을 하라고 소리치고 있습니다. 이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사실, 이번 프로모션은 T-Mobile이 자사의 Binge On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한 꼼수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우선, AT&T 고객이 T-Mobile로 이동하고 해당 혜택을 받으려면 'T-Mobile One'이라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에 2회선을 가입해야 합니다(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이기에 제로레이팅도 큰 의미가 없습니다). 해당 요금제는 첫 회선은 월 70달러, 두 번째 회선은 월 50달러, 그리고 추가의 회선에 대해서는 회선당 월 20달러입니다. 즉, T-Mobile은 번호이동을 하는 AT&T 고객이 가족이나 지인 또는 세컨단말 등을 동시에 가입시켜야 혜택을 줍니다. 여기서만 월 120달러이지요(2개 회선 가정).


그리고, T-Mobile One 요금제는 동영상의 경우 스트리밍 품질을 480p로 제한합니다. 테더링은 2G 속도입니다. 이를 1080p 등 고해상도로 보기 위해서는 'One Plus'라는 옵션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는 회선당 월 25달러입니다. 또한, Auto Pay라는 자동이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단말(회선) 당 월 5달러가 추가로 부과됩니다.


결론적으로, AT&T 이용자 한명이 T-Mobile의 이번 프로모션에 가입하려면 자동이체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세컨 회선 이용료 50달러를 빼더라도 월 100달러를 지불해야 합니다(2번째 회선 이용료는 실 이용자가 직접 지불한다고 할 때). T-Mobile 입장에서는 번호이동 고객 한명당 최소 150달러를 받을 수 있으니 DirecTV Now 이용료 월 35달러의 크레딧을 제공해도 월 115달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손해를 보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2회선 기본 가입이니 가입자 유입 효과는 더 커집니다. 고객 당 수익은 줄어들 수 있지만, 가입자 증가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T-Mobile은 왜 이런 프로모션을 발표한 것일까요? 


제 생각에는 AT&T가 DirecTV Now의 출시와 함께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마케팅 활동에 슬쩍 숟가락 하나 얹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AT&T는 자사 모바일 서비스 가입자를 늘리고 OTT 대세화에 동참하기 위해 DirecTV Now의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제로레이팅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T-Mobile이 "이봐~~ DirecTV Now 정말 좋지 않아? 그런데 굳이 AT&T에 있으면서 쓸 필요는 없어. 우리 서비스에 가입하면 니가 원하는 DirecTV Now를 1년간 무료로 제공해줄께~ 그리고 AT&T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데이터 트래픽 걱정하지마~ 게다가 DirecTV Now 말고도 수 많은 동영상 서비스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데이터 걱정없이 이용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것이지요. AT&T의 상품을 자사의 언캐리어 전략 홍보에 활용하는 모습입니다.


파격적인 혜택이라고 볼 수 없지만, 상당히 영민한 전략인 것입니다.


T-Mobile의 향후 모습은? 그리고 우리나라에 주는 영향은?


T-Mobile은 2013년 이후 언캐리어 전략이 큰 효과를 보면서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성장이 계속될 수 있을까요? 거기에 대해서는 물론 아무도 장담할 수만은 없습니다. 


T-Mobile의 매출 추이 (출처: ATLAS 보고서)
T-Mobile의 가입자 추이 (출처: ATLAS 보고서)


많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1위와 2위인 Verizon 및 AT&T와는 격차가 아직도 너무나 큽니다. 그리고 T-Mobile은 IoT와 같은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는 눈에 보이는 대규모의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이 멈춘다면 T-Mobile이 위기를 겪을 수도 있는 것이지요. 이미 AT&T는 신규가입자 측면에서 스마트폰 고객보다 차량용 M2M 회선이 더 많은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T-Mobile의 가입자기반이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T-Mobile이 다른 업체를 인수하거나 반대로 피인수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과거 Sprint에의 피인수가 무산된 이후에도 모기업인 DT는 T-Mobile US의 매각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최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소프트뱅크가 또 다시 Sprint를 통해 T-Mobile의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모바일 사업부문이 절실한 케이블TV 업체 컴캐스트는 MVNO(국내 명칭으로는 알뜰폰)를 추진하고 있지만, T-Mobile의 인수 역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T-Mobile, 그리고 DT 입장에서는 가입자를 최대한 늘려놓는 것이 매각 시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좋은 방안이기에 향후에도 새로운 언캐리어 전략을 발표하면서 몸집 불리기에 적극 나설 것입니다. 당장 엄청난 규모의 이익을 보지 못하더라도 가입자 자체를 늘려놓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요. 그러나 이러한 기대로 주가가 너무 오른다면? 이건 몸값이 지나치게 올라가는 것이기에 협상에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향후 T-Mobile의 행방이 어떻게 될까요? 이 업체가 인수되고 안되는 것은 국내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수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 상당히 재미있게, 그리고 주의깊게 봐야할 이슈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T-Mobile이 계속해서 발표할 언캐리어 전략이 국내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T-Mobile의 언캐리어 전략을 따라하는 국내 업체가 있습니다. 바로 알뜰폰 업체인 CJ헬로모바일입니다. 물론, T-Mobile은 자체 망을 직접 운영하는 MNO(Mobile Network Operator)이고, CJ헬로모바일은 SKT와 KT의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입니다. 


그런나 최근 CJ헬로비전은 착한텔레콤이라는 중고폰 전문 업체와 협력하여 '0원 렌탈폰' 사업을 진행 중이며, 3만3천원의 무제한 요금제, 그리고 국내 최저가 iPhone 유통 등 '와이낫(Why Not?)' 프로모션을 진행 중입니다. 향후 더 많은 와이낫 프로모션이 등장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습니다. 국내 전체 이동통신 시장에서 본다면SKT, KT, LG유플러스에 한참 뒤에 있는 후발 사업자이지만, 이들이 흉내내기 어려운 창의적인 전략과 서비스로 시장을 뒤흔든다는 전략인 것입니다.


미국에서 T-Mobile이 불러일으킨 바람이 국내에 상륙해서 CJ헬로모바일을 통해 국내에서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역시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CJ헬로모바일의 시도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다면 기존의 이통3사도 대응차원에서 뭔가 내놓을 수 밖에 없을 것이고요... 결국은 소비자들이 이익을 보게 됩니다. 제가 기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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