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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욱 Sep 12. 2020

알루미늄 팬의 장점과 단점

파스타의 절대 강자

 이태리 파스타를 전문으로 하는 업장에 가서 ‘어떤 팬을 주로 사용하세요?’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답변이 알루미늄팬이라고 나온다. 나도 예전에 이태리 레스토랑에서 일했을 때 알루미늄 팬을 사용하였다.  그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지만 다른 팬을 사용하면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아서 의아했었고, 스테인레스나 코팅팬등 다른 팬은 점점 손에서 멀어졌던 기억도 있다.



알루미늄 팬은 구리팬의 하위 팬?


 알루미늄팬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높은 열 전도율이다. 그런데 열전도율 하면 생각나는 팬이 있다. 바로 구리팬이다. 사실 단순히 열전도율만 보다면 구리팬의 압승이다. 이러한 사실 하나만 보고 ‘알루미늄 팬은 구리팬의 하위호환’이라는 어이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도 보았다. 하지만 굳이 대부분의 업장에서 구리팬이 아닌 알루미늄 팬을 사용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알루미늄팬은 겉으로 보기에 무광택인 점만 빼면 스테인레스팬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알루미늄 팬이 구리팬 보다 우월한 점



 우선 첫 번째로 알루미늄 팬의 가격이다. 알루미늄(Al)은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금속원소이다. 단지 철에 비해 광석에서 분리하는데 들어가는 공정이 복잡하여 흔함의 정도에 비해 비싸지만 구리나 스테인레스 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제조가 가능하다. 그래서 일회용 도시락 용기의 재료로도 자주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구리팬 하나가 30만 원인데 전문 파스타 업장을 하려면 50석 기준으로 최소 10개 이상은 구매해야 해야 러쉬타임을 견딜 수 있다. 그럼 300만원이라는 거금이 파스타용 팬에만 나간다. 적어도 나라면 5만원정도 알루미늄 팬 20개에 나머지 200만원은 ‘임페리아 파스타 머신’을 사서 러쉬 타임에 충분히 견딜 수 있는 팬 수량을 확보하고 파스타 생면 자체 맛을 늘리는데 집중할 것 같다.


임페리아 파스타 머신. 생면 파스타를 만들게 되면 한 번쯤은 경험해 보게 되는 제품이다.


 두번째는 보관 시 용의함이다. 알루미늄팬은 녹이 슬거나 코팅이 있거나 하지 않아서 수세미 등으로 잘 닦아서 사용만 한다면 구리팬 같이 추가적으로 어떠한 손길을 필요로 하지 않다.


 세 번째는 가벼운 무게이다. 이점이 구리팬과 알루미늄 팬의 결정적인 차이를 나눈다. 알루미늄으로 만드는 팬은 내가 다룰 그 어떤 팬보다 가볍다. 그래서 팬 제조사들은 주부들이 원하는 낮은 무게를 위해 알루미늄으로 코팅팬을 만든다.(물론 가격이 저렴한 점도 그 이유 중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팬이 가벼운 것이 장점이 되는 경우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경우 빼고는 없었는데 파스타 만드는 용도라면 이야기가 많이 틀려진다.






맛있는 파스타의 비결? 이멀젼


 일반적으로 파스타를 만들 때 마지막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소스를 이멀젼(유화: immersion)시켜야 한다. 그러면 올리브향이 가득하면서 면과 소스가 하나가 된 파스타의 맛을 느낄 수가 있다. 그 방법은 완성된 파스타의 불을 끄고 오일을 넣은 후 10-20번 정도 팬 위에서 면을 돌려주는 것이다. 그러면 그 충격으로 인해 파스타 면에서 나오는 전분과 소스, 오일이 하나가 되어 물 같은 농도의 소스가 끈적이는 상태로 변화된다. 이러한 끈적이는 소스는 접시 바닥에 흐르지 않고 면에 딱 달라붙어 소스와 면이 하나 된 음식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이러한 파스타는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엄청난 만족감을 준다. 겨우 몇 초 사이의 팬 흔들기로 맛있는 파스타가 탄생하는 것이다.

소스를 이멀젼 시키기 전의 파스타. 소스의 농도가 묽어서 바닥에 흥건하다
불을 끄고 올리브 오일을 넣은 후 팬을 마구 돌려준다. 그럼 면에  붙어 있던 전분과 소스, 오일이 하나가 되는 기적과 같은 일이 벌어진다.


올리브 오일을 넣고 이멀젼 시킨 파스타. 소스의 농도가  끈적이게 바뀌었고, 그 소스는 면에 전부 흡착되어 바닥에 남은 소스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게 맛있는 파스타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구리팬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강재 특성으로 인하여 이멀전 자체는 기가 막히게 잘 된다. 하지만 구리팬 특유의 무거운 무게로 인하여 파스타를 완벽하게 이멀젼 시키는 팬 돌리기가 부담스럽다. 10 접시 분량 정도면 마음 굳게 먹으면 완벽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보통 파스타 업장에서는 하루에 적어도 70~80 접시 이상 분량의 파스타를 이멀젼 해야 한다. 한달정도 일하면 대부분의 직원이 손목에 건초염이 생겨 병원에 들락날락 할 것이다. 게다가 파스타의 자체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 파스타 2인분만 되어도 팬 위에서 돌릴 때 손목의 과부화가 걸리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 두 손으로 돌리는 경우도 꽤나 있다. 이런 경우는 가벼운 재질로 만드는 팬이 가장 어울리는 것이다.





알루미늄 팬에 어울리는 요리


그럼 알루미늄팬에 어울리는 요리는 무엇일까? 면이 들어가는 파스타나 라면 등의 요리나 농도를 잘 맞춰야 하는 요리이다.

 알루미늄은 열 전도율이 높아서 열이 바로 전달이 되고 열 보존율이 좋지 못하다. 높은 열전도율이 있다는 것은 첫 번째로 불을 켜는 순간 소스나 국물을 다른 팬에 비해 더욱 바글바글 끓일 수 있다는 소리이다. 이것은 면이 퍼지지 않고 꼬들꼬들하게 조리가 가능하다는 의미가 된다. 두 번째로 수분을 쉽게 날릴 수 있다는 소리이고 수분 컨트롤 능력이 좋다는 의미도 된다. 그 어떤 음식보다 소스의 농도가 중요한 파스타용 팬으로는 안성맞춤인 기능이다. 소스가 묽으면 빨리 끓여서 날려버리고 반대로 너무 뻑뻑하면 물 한두수저 넣으면 된다. 리조또 등 농도에 민감한 요리들도 안성맞춤이다. 혹시라도 질게 된 리조또에 불을 강하게 올리면 순식간에 수분이 날아가서 원하는 수준의 요리가 나온다.


 적어도 파스타나 리조또에 있어서는 낮은 열보존율이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된다. 위에서 설명한 파스타 이멀젼은 오히려 높은 열이 있으면 소스와 오일이 분리되어버릴 수가 있다. 그래서 이멀젼을 할 때는 불에서 내린 후에 진행하는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여열이 거의 없어서 불을 끈 상태에서 그 이상의 열이 들어오지 않아 면이 오버쿡 될 확률이 줄어들고 맛있는 상태로 음식을 제공하기 쉬워진다. 초단위로 퀄리티가 변하는 파스타의 특성상 이점은 엄청난 장점이 된다. 양은냄비 같은 디자인이라면 라면을 끓여도 맛나게 나올 것이다. (사실 양은냄비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져있다.)

 

양은냄비로 만든 라면은 맛있다. 높은 열전달율로 순식간에 끓어 오르는 라면은 꼬들꼬들하다. 낮은 열 보존율로 불에 내린순간 면발이 과도하게 익지 않고 먹기 좋은 온도를 유지해준다.




 파스타를 코팅팬으로 만들면 안 되냐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상관없다. 본인이 원하는 기물에 하면 된다. 특히 가정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단지 코팅팬의 장점은 ‘음식물이 안 달라붙는 것’인데 파스타는 조리시 코팅이 없어도 바닥에 달라붙지 않는다. 좋은 알루미늄 팬을 사면 오래 사용할 수 있는데 굳이 몇 달 사용 후 버려야 하는 코팅팬을 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알루미늄은 특성이 구리와 상당히 비슷하기에 사실 구리팬과 비슷하게 사용 가능하다. 추천할 수 있는 요리도 사실 비슷하다. 볶음류도 소량이면 나쁘지 않게 가능하다. 실제로 만들어 먹어봐도 나오는 음식의 퀄리티는 구리와 큰 차이를 안보인다. 그래서 베이킹의 시트팬이나 몰드 틀 등의 제품은 알루미늄으로 많이 나오기도 한다. 가격적인 면만 고려해보자면 충분히 활용할 만한 기물이긴 한데 조리 기구 중에서 인기가 없고 상당히 제한적으로 이용된다. 적어도 구리팬 같이 다방면으로 활용되지는 않는다. 고기를 굽는다면 강철팬, 다른 요리를 원하면 구리팬, 그것도 아니라 그냥 편하게 사용하려면 코팅팬을 이용하지 애매한 포지션의 알루미늄 쿡웨어를 선호하지 않는다. 나만 해도 파스타를 제외한 다른 요리는 다른 강재를 선호한다.



알루미늄 팬을 구매하면 좋은 사람


 이 기물은 집에서 이탈리안 요리나 면요리를 즐겨 먹는 사람이 구매하면 좋을 것이다. 특히 올리브 오일과 육수로 이멀젼 시키는 알리오 올리오나 봉골레를 좋아한다면 더욱 추천한다. 파스타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굳이 구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사용도가 그만큼 제한적인 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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