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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욱 Sep 07. 2020

강철팬의 장단점

생각보다 친숙한 강재


강철팬(carbon steel) 일반 가정에서 쉽게 보기는 힘들지만 그것을 이용한 음식은 모든 한국사람들이 먹어보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바로 중식의 웍이 강철의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강철로 만들어진 중식 웍. 중식에서는 웍 하나로 모든 요리를 다 만들 수 있다.



강철의 특징과 무쇠와의 차이


강철과 무쇠는 같은 철로 만들어 있지만 조리기구에 사용되는 강재로는 확실히 차이를 보인다. 가장 큰 차이는 두께와 무게이다. 무쇠를 두들겨서 만든 강철은 충격에 좀 더 강하여 무쇠보다 더 얇게 제조가 가능하다. 그 덕분에 무게도 팬 돌리기가 가능할 범위로 내려온다.(화려한 중식 팬 돌리기를 생각해보자)\


강철 팬은 무쇠팬은 분명 차이가 있지만 철(fe)이라는 구성물로 이루어진 터라 기본 성격과 장단점이 비슷하다. 열 보존율이 높고 전달율이 좋지 못하다. 무쇠팬에 비해 두께가 얇으니 열보존력은 조금 낮고 열의 전달은 그보다 더 빠르다. 알아두어야 할 점은 보존력이 낮다는 것은 무쇠에 비교해서이지 절대적인 수치를 보자면 스테이크 등을 굽거나 강력한 열기가 필요한 중식에 특화되어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제대로 중식을 하기 위한 화력은 최소 5만 BTU(british thermal unit)에서 최고 25만 BTU로 가정 일반 가스레인지 수준인 6000~11000BTU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이렇게 엄청난 화력으로 불이 들어와도 강철팬은 어그러지거나 균열이 일어나지 않는 열에 특화된 모습을 자랑한다. 단 뜨거운 상태의 팬에 갑자기 찬물을 넣어서 '치이이~'하는 소리가 들린다면 저 정도의 고열을 견디는 강철팬도 휘어질 가능성이 있다. 모든 금속은 급속한 열팽창과 수축에 취약하다.

서양식 강철팬. 높은 열 보존율로 스테이크 등도 잘 해낸다.



강철팬 시즈닝 하는법


이 팬도 무쇠팬과 마찬가지로 기본 코팅이 되어있지 않아 시즈닝이 필요하다. 처음에 집에 팬이 온 그 상태로 달걀 후라이를 하면 비참한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단지 무쇠팬과 다른 점은 일반 가스불이나 인덕션으로 가능하다는 것이고 기름의 종류를 딱히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난이도도 무쇠팬에 비교하면 더욱 쉽다. 방법은 열을 충분히 3-4분 이상 강한 불로 가한 후 기름 한두 스푼을 올리고 헝겊 등으로 최대한 얇게 도포한다. 그러면 연기가 나면서 은색의 팬이 유막이 끼면서 검정색으로 서서히 변할 것이다. 팬을 상온에서 식힌 후 몇 번 반복하면 계란후라이도 가능한 시즈닝이 완성된다.

연기가 나게 열을 가한다 -> 기름을 넣어서 얇게 도포한다 ->  상온에서 식힌다. 이것만 기억하자


시즈닝이 잘 된 모습. 코팅이 번쩍거려 거울 같이 주변을 비춘다. 팬의 색이 은색에서 흑갈색으로 변한것이 확인 된다.



무쇠팬의 시즈닝과의 차이는 무쇠팬의 경우 건성유를 이용한 중합반응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강하게 달라붙어 있어서 강철팬의 시즈닝 보다 훨씬 견고하다. 한 번만 생성시켜놓으면 수세미 걱정을 안 해도 될 정도이지만 그 한 번을 제대로 생성시키는 게 만만치 않다. 오븐이 없다면 아예 불가능하기도 하다. 강철팬은 생성 자체는 간단하긴 하지만 수세미로 강하게 밀면 무쇠팬보다 더 잘 떨어진다.  





강철팬의 장점


 강철팬은 무쇠팬의 케쥬얼 버전이라고 생각된다. 관리도 무쇠에 비해 더 편한 편이다. 일반적으로 손잡이가 길기 때문에 가정에서 사용 시 열 때문에 벙어리장갑 등을 사용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재질이 철이다 보니 튼튼하여 관리만 꾸준히 하면 평생 사용이 가능하다. 포크 등에 바닥이 좀 긁혀도 문제없다. 다시 시즈닝 하면 된다.


 시즈닝이 간단히 가스불로만 단시간에 가능한 것도 큰 장점이다. 강철팬의 시즈닝은 워낙 간단해서 손에 한번만 익으면 조리하기 전 몇 분만 사용해서 사용하면 될 정도고 한 번만 검정색 유막 생성이 잘 되면 그 이후는 요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추가 생성이 되어 유지도 잘 된다.


 인덕션에 반응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철이다 보니(무쇠팬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자성이 있으며 어떤 브랜드에서 만들었든 간에 인덕션에 반응한다. 심지어 중식 웍용 전용 인덕션도 존재한다. 처음에는 인덕션이 그 특유의 중식불의 화력을 따라갈까 싶었는데 전혀 문제없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인덕션 웍은 웍이 들어갈수 있게 움푹 패어있다. 기존 가스화력에 큰 차이가 없이 조리가 가능하다.



강철팬의 단점


단점은 무쇠팬과 거의 동일하다.

 첫 번째로 무게가 무겁다는 것이다. 한번 사용해보면 중식 요리사에 대한 경외심이 일어날 것이다. 나도 양식경력이 10년이 넘지만 중식 하시는 분 팬 돌리기는 존경스럽고 여전히 놀라운 관경이다. 적어도 중식을 하시는분들은 저 무게를 감내하면서 사용한다. 손목에 건초염등의 부상등을 평생 지고 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는 음식을 하기 전 꼭 예열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열이 안 된 상태로 음식이 들어가면 무참하게 붙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무쇠팬 보다도 붙는 정도가 심한 느낌이었다. 물론 시즈닝을 시켜주면 붙는 현상이 많이 줄기는 하지만 코팅팬 같은 획기적인 느낌은 아니다. 예열을 제대로 안 하면 붙을 것은 다 달라붙는다.


세 번째는 산과 반응하는 성질로 조리 중 녹이 올라와 특유의 철 맛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즈닝이 잘 된 팬이 아니면 산미가 있는 식자재는 사용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네 번째는 관리의 어려움이다. 이 강재도 역시 물기 제거를 제대로 안 하고 찬장에 넣으면 녹이 슬어버린다. 조리 후 기름을 제거 안 한 후 방치하면 기름 떡이 진다. 사실 습관이 되면 별것 아닌데 습관이 되기까지 많은 고통을 받을 것이다.  만일 관리가 안되어서 녹이 슬거나 기름떡이 졌다면 수세미로 벅벅 밀고 다시 시즈닝하면 된다. 모든 단점과 문제가 되었을 시 개선법이 무쇠팬과 동일하다.



무쇠팬에 어울리는 요리는?


 높은 열 보존율로 인해 스테이크류의 요리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가정 화력 기준으로 실험해봤을 경우 강하게 가열했을 경우 소고기 안심 3개까진 아슬아슬한 수준의 시어링이 가능하였다. 2개부터는 안정적인 시어링이 가능하였다. 업장의 화력이나 인덕션을 사용한다면 실 사용에는 전혀 문제없다는 소리이다.


 볶음이나 튀김 등에도 강한 능력을 발휘한다. 이건 중식을 생각하면 편하게 이해가 된다. 우리가 중국음식점을 가서 먹을 수 있는 대부분의 요리를 상상하면 좋을 것이다. 단 약불로 소량으로 세밀하게 볶는 작업은 코팅팬이나 구리팬등이 더 편하고 결과물도 잘 나온다.




강철팬을 구매하면 좋은 사람


 이 팬은 위에서도 서술했듯이 무쇠팬의 캐주얼 버전이다. 일반 주부가 다루기는 무겁겠지만 그래도 무쇠팬 보다는 더 가볍고 다루기가 용이하다.  단지 시즈닝 차이로 인하여 강철팬이 조리시 음식물이 약간 더 달라붙겠지만 예열하는 요령을 알게 되면 사용할만할 것이다. 익숙해지기만 하면 중식 특유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달걀후라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강철팬에서 만드는 달걀후라이는 일반 코팅팬과 다른 특징을 가진다. 중식 달걀후라이를 좋아한다면 시도해보자

 집에 오븐이 없는데 무쇠팬을 사용하고 싶다거나 스테이크나 중식 등을 좋아해 집에서도 수준급의 음식을 만들고 싶다면, 기물 관리에도 자신이 있다면 강력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일반 한국 가정에서는 무쇠팬보다 더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기물이다.



*carbon steel은 탄소강이라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강철팬이라는 의미로 통용되므로 이 글에서는 탄소강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철팬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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