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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욱 Sep 02. 2020

열보존율, 열전달율에 대한 이해

 팬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

 팬(팟)을 고를 때 고려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

자주 만드는 요리와 그 종류, 팬의 디자인, 강재, 무게, 전체가 통인가 바닥 레이어인가, 사이즈, 손잡이의 각도나 마감처리방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팬의 성능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나오는 두 가지 개념이 있다. 그것은 열의 보존율과 전달율이다. 그럼 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힐까. 그건 이 두 요소가 요리의 퀄리티와 만들수 있는 요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열의 전달율이란 열에너지가 한정된 시간 안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달되는가를 나타내는 것이다. 나무, 돌 등은 금속에 비하면 전달률이 낮다. 같은 시간을 가열해도 금속보다 나무가 덜 뜨겁다. 그만큼 열전달이 늦기 때문이다.


 열의 보존율이란 특정한 물체가 열을 머금을 수 있는 용량을 이야기한다. 일반 금속에 비하면 돌이 보존율이 높다. 그리고 금속이 두꺼워지면 질수록 열의 보존력은 상승한다. 흔히 음식점에서 경험해봤겠지만 돌솥 비빔밥이나 뚝배기 등은 조리가 끝나고 서빙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열의 보존력이 높기에 눈앞에서 몇 분 정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열 보존율이 높은 돌솥은 조리가 끝났음에도 부글부글 끓는 장면을 연출해준다.   열 전달률이 더 낮은 나무는 뜨거운 돌솥을 문제없이 받칠 수 있게 도와준다.



 일반적으로 두 가지가 다 좋으면 좋은 팬이라고 불린다. 기물 광고를 보다 보면 항상 ‘최고의 보존율과 전달율’ 이라는 표현으로 무조건 둘 다 좋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긴 하지만 그런 이상적인 팬은 현실에 없고 일반적으로 한쪽의 능력이 좋으면 다른 한쪽이 낮다.



대부분의 광고는 열 보존율과 전도율이 높다고 한다. 그런 기물은 단연컨대 없다. 둘 다 높다고 무조건 좋지도 않다.




두 가지 수치가 높으면 무조건 좋은 기물인가?


  무조건 두 가지 수치가 높다고 모든 요리에 어울리는 것도 아니다. 각각 요리에 맞는 이상적인 보존율과 전달율이 있다. 일반적으로 전달율이 가장 좋은 팬은 구리팬이다. 조금만 열을 가해도 열이 확확 올라온다. 그리고 보존율이 좋은 기물은 돌솥이다. 이 세상에 그런 금속은 없지만 구리의 전도율과 돌솥의 보존율이 있는 팬이 발명되었다고 가정해보자. 상당히 극단적이고 말이 안 되는 예시긴 하지만 이 정도 예시를 들어야 이해가 쉽다.


 이 기물로 만든 파스타는 처음에 끓일 때는 높은 열전달율로 수분이 순식간에 날아가서 퍼지지 않는 알덴테 상태의 맛있는 파스타가 나오겠지만 너무나 강한 잔열에 의하여 마지막에 가스불에 내린 후 소스와 유화시킨 올리브 오일의 결합이 쉽사리 깨질 수가 있으며 파스타를 접시 위에 이쁘게 돌돌 말 동안 팬 위에 남은 한두 가닥의 파스타는 오버쿡 될 것이다. 그리고 파스타를 접시에 담는 사람의 시간 소요에 따라 소스가 부글부글 끓고 있어서 농도가 천차만별이 될 것이다. 파스타에 필요한 기물은 전도율은 높지만 보존율은 상대적으로 적은 능력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금태 같은 매우 섬세한 생선을 구우면 어떻게 될까. 1인분의 요리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4인분을 조리했다는 가정하에 첫 1-2인분은 최고의 상태겠지만 3-4인째 생선은 1-2명의 생선을 팬에서 꺼내는 동안 강렬한 여열이 들어가서 오버쿡 될 확률이 높아진다. 금태 같은 생선은 익힘 정도의 스트라이크 존이 매우 좁고 살도 쉽게 깨진다. 살이 섬세하기에 막 다룰 수는 없고 조심조심 옮기다 보면 팬에 남아 있는 여분의 금태의 최상의 익힘 상태는 사라진다. 이런 식재료의 경우 전도율이나 보존율이 둘 다 높으면 좋은 결과가 나오기 힘들다.


 스테이크를 시어링을 하는 경우 보존율과 전달률이 좋으면 매우 좋을 것이다. 차가운 고기가 금속표면에 닿는 순간 필연적으로 금속 표면의 온도는 순간적으로 하락하고 마이야르(높은 열을 가했을 때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나는 일련의 화학반응) 현상을 방해한다. 하지만 열의 보존율이 높으면 기존에 보존되었던 엄청난 열기도 엄청나고 전달률이 높으니 추가적인 열이 계속 들아와서 최고의 시어링이 된 스테이크가 나올 확률이 높다.



요리마다 어울리는 전달율과 보존율이 있다.


 이렇듯 요리마다 적합한 열의 전달율과 보존율이 있으며 이러한 요리의 특성에 따라 추천 기물이 달라지게 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기물의 재질을 정리해 보자면 코팅, 스태인레스, 강철(carbon steel), 무쇠(cast iron), 알루미늄, 구리 정도가 있다. 이 기물들은 다 제각각 장단점이 있으며 단순히 상하관계가 아니다. 열 전달율과 보존율과 함께 무게, 사용의 편이성, 가격 등의 특성이 붙으면 더더욱 그렇다.


 특정 재질의 요리 기물만 강조하고 사용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 열정과 지식은 존중한다. 하지만 하나의 기물이 최고고 다른 기물을 깎아내리는 자세는 동감할 수 없다. 가정에서는 한두 가지의 팬(팟)이면 거의 충분하다. 하지만 요리사들은 본인의 요리에 맞는 최선의 재질의 조리기구를 고민해서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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