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지만 다른 강재
요리 도구로 사용되는 강재중에 강철(carbon steel)과 무쇠(cast iron)이 있다. 쉽게 예를 들어보자면 가마솥에 사용되는 무쇠와 중식 웍에 사용되는 강철이다. 무쇠의 경우 주물(틀)에다 녹인 쇳물을 넣고 모양을 찍어내는 것이 일반적이라 손잡이까지 통으로 나온다. 그래서 가마솥을 보면 손잡이 부분까지 일체형으로 나와 있으며, 롯지의 무쇠팬도 손잡이까지 일체형이다. 강철의 경우는 대장장이가 망치를 두들기듯 단조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것으로 본체와 손잡이를 따로 만들어 연결하여 붙인다.
그런데 무쇠(cast iron) 무엇이고 강철(carbon steel) 무엇인가? 어떤 사람은 무쇠는 강철의 순수 한국말이라고 한다. 강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그냥 둘 다 똑같은 쇠의 일종으로 본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강철팬을 무쇠팬이라고 적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유명한 쇼핑몰에서 조차 그러하다.
겉으로 보면 무쇠가 약간 우둘투둘하고 강철은 맨질맨질해서 빛이 반사된다. 확실한 사실은 무쇠와 강철은 같은 철(fe)의 카테고리 안에만 있을 뿐이지 두강재의 특성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두 강재의 분류는 철에 들어가 있는 탄소(carbon) 함량으로 분류가 정해진다.
여기서 탄소 함량이 1.7% 이하면 강철, 1.7% 이상이면 무쇠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탄소 함량이 높아지면 더 단단해진다. 단순히 이 수치만 보면 무쇠가 더 단단하고 좋아 보인다.
하지만 너무 단단해질수록 취성(견디다가 깨지는 힘)이 증가하고 인성(탄성 등 충격에 견디는 힘)이 부족하여 더 쉽게 부서진다. 더 강한 재질인데 더 잘 부서진다고 하면 이해가 잘 안 된다. 어떤 물질이던지 충격에 원 모양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내구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치를 넘은 충격이 올 때 못 견디고 부서지느냐 아니면 휘거나 구부러지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강철의 경우는 구부러 지는 경우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박살은 쉽게 안 난다. 내 경험상 아예 깨져버린 중식웍은 본 적이 없지만 군데군데 충격에 의해 휘거나 푹 패어 버린 웍은 자주 볼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아예 박살난 주물팬을 본 적은 있어도 휘어진 주물팬을 본 적은 없다.
그래도 이해가 안 된다면 과자류 중에 마쉬멜로우와 크래커를 비교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둘 다 일정 이상의 충격을 주지 않으면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러다 견딜 수 있는 이상의 충격을 주는 순간부터 두 음식의 모양이 달라진다. 마쉬멜로우는 푹 파이고 찌그러지지만 박살 나지 않는다. 크래커는 찌그러짐은 없지만 한 번에 쪼개지고 박살이 난다.
단순히 팬뿐만 아니라 금속을 사용해서 만드는 칼도 마찬가지다. 경도(단단함)가 높아지면 절삭력은 좋아지지만 이가 잘 나가거나 칼 코가 잘 깨지는 경향이 생긴다. 경도가 낮은 저렴한 칼들은 절삭력은 낮고 칼날이 휘거나 앞코가 구부러지는 경우는 많아도 깨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서 뼈 등을 자르는 소위 막 칼은 오히려 저렴하여 경도가 낮은 강재를 사용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여담이지만 이러한 사실을 보았을 때 마징가 제트의 무쇠팔은 다 거짓말이다. 저 정도로 주먹을 휘두르면 결국 무쇠주먹은 산산조각 나면서 깨져버리기 마련이니 강철주먹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이언맨(iron man)도 마찬가지로 무쇠사람이 아닌 강철사람이라는 의미의 스틸맨(steel man)이 되어야 한다.
공식 설정에서는 마징가 z는 초합금 z를 사용하고 아이언맨의 갑주는 티타늄에 금을 섞는다고 하니 진지 먹어보자면 둘 다 철이 아닌 합금이다. 웃자고 하는 소리에 혹시라도 팩트 폭력 당할까 봐 사실 확인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