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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욱 Nov 04. 2020

모비엘 구리 소테팬

팬: 조리 도구 리뷰


구리팬 계의 명품 모비엘




명품이라는 것이란?


 사무실에서 일했던 시절에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들었던 말 중에 기억이 나는 것이 있다. 그 직원은 여자들의 물건에(향수, 신발, 기타 등등 여러 가지) 깜깜이인 나에게 유명한 제품을 설명할 때  ‘이건 ~~계의 샤넬이에요’라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이다. 솔직히 그 물건이 기능적으로는 좋은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그 물건에 대한 지식이 너무나도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그 물건이 ‘고급스럽고 브랜드 파워로 유명한 제품이겠구나’라는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샤넬은 아무리 요리를 제외한 나머지 것에 대한 관심이 전무한 나라도 매우 비싸고 유명한 브랜드인 것 정도는 알았기 때문이다.

(출처: 샤넬 홈페이지) 샤넬은 패션에 관심 없는 나 조차도 매우 유명하다는 것을 안다. 브랜드 구축이 잘 되어있다는 의미이다.


 다른 분야는 잘 몰라도 내가 그나마 조금 안다고 생각하는 칼이나 냄비류의 샤넬은 어디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웨스턴 나이프 중에서는 네녹스 컬러본(가격이 3 자릿수이다), 냄비류는 모비엘 구리팬인듯 싶다. 단순하게 능력뿐만이 아니라 심미적인 느낌, 그 제품을 가지고 있다는 충족감, 남들에게 ‘나 이 제품 쓰는 사람이야’라고 자랑할 수 있는 브랜드의 힘, 더불어 사악하게 비싸서 금액 대비 효율을 생각하면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점까지 말이다.  




모비엘 구리팬의 특징


 모비엘은 1830년에 시작한 프랑스 쿡웨어 브랜드이다. 특히 구리제품에 대한 명성으로 이름이 높다.  

특징을 살펴보자면 우선 유선형의 손잡이가 눈에 띈다. 손잡이 뒷면은 ‘mauviel’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손잡이 끝은 유선형으로 엄지 손가락이 들어가기 좋게 인체 공학적으로 제조를 하였다.  

디자인은 심플하다. '나 모비엘이야' 하는 느낌.


 특히 특유의 각도로 휘어져 있는 손잡이는 사용하다 보면 놀랄 때가 있다. 손잡이의 두께나 각도가 서로 잘 겹치지 않게 제작되어 한 손으로도 3개의 작은 팟을 동시에 들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이점은 바쁜 서비스 타임에 엄청난 장점이 된다.  프렌치 요리는 메뉴 하나 만들때 2-3가지의 소스류를 기본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왼쪽은 일반 팟 손잡이,  오른쪽은 모비엘 손잡이.  절묘한 각도 덕분에 한번에 최대 3개씩 들을 수 있다.


 모비엘의 구리팬의 경우 손잡이를 황동, 무쇠, 스테인레스재질 세가지 종류로 판매한다. 열전달률이 가장 낮고 내부식성이 좋은 스테인레스가 관리나 실 사용에는 가장 좋을 것이고, 무쇠도 낮은 열 전달률과 특유의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사용 시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황동은 열전달률이 높아서 제대로 요리가 힘들 정도이지만 구리와 색이 가장 비슷하여 구리의 감성적인 부분을 원하는 사람은 사용한다.   

(출처: 모비엘 홈페이지) 각각 황동, 무쇠, 스테인레스 손잡이. 손잡이까지 구분해서 파는 메이커는 흔치 않다.



 내가 일하는 업장에서는 구리팬을 조리하는 데 사용하기보다는 고객에게 보여주는 용도로 더 많이 사용한다. 그래서 손잡이를 황동 재질로 사용하는데 보기에는 이쁘지만 열이 금방 올라와서 실사용에 엄청나게 불편하다. 보여주는 요소를 제외하면 실사용에는 좋지 못하니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면 참고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모비엘의 구리팬은 쉽게 파손되지 않는다. 3년 이상 업장에서 사용하였지만 파손된 팬이 없는 것만 봐도 그 내구성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무겁지만 고집스럽게 두꺼운 구리의 두께와 정교하게 마감이 돼서 붙은 팬 안쪽의 스테인레스 클레드 부분을 보면 가끔씩 감탄을 하게 된다.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거기에 찍힌 모비엘 마크가 멋스러움을 더해준다. 이게 브랜드의 힘일 것이다.  

구리: 스테인레스 = 9:1의 비율. 정교하게 제작되어 있다.


 구매시 거의 유일한 고민거리는 구리팬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타 브랜드 대비 여전히 비싼 가격이라는 것이다. 타 브랜드의 구리팬를 사용해본 경험으로는 '기능적으로만' 고려해보자면 해보자면 굳이 모비엘 구리팬을 구매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비엘 팬을 구매한다. 왜 그럴까?


 예전에 탑기어라는 자동차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거기서 슈퍼카라는 주제로 스포츠카의 최고 브랜드인 포르쉐와 독일의 아우디 브랜드의 차를 비교하였다. 심사위원들이 거의 모든 기능적이나 디자인적인 점수와 저렴한 가격등 아우디의 차를 높게 평가하였다. 재미있는 점은 막상 '어떤 차를 구매하시겠습니까?' 이러니 모든 심사위원들이 ‘포르쉐요~포르쉐요’ 이러는 것 아닌가. 그들이 하는 말은 한 가지였다. ‘이 정도 가격의 슈퍼카를 산다면 당연히 포르쉐를 사야죠’. 순간 머리가 띵하고 울리면서 브랜드 파워에 대해 강렬하게 인식하게 된 날이 되었다.  



 모비엘의 구리로 만든 기물은 위의 포르쉐와 비슷한 느낌이다. 분명히 비싸다. 비싼 만큼 성능이 좋으냐 라고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다. 하지만 누군가 구리팬을 산다고 하면 나조차도 모비엘의 팬부터 추천을 한다. 구리팬은 강재의 희소성때문에 비싸다. 나름 저렴한 브랜드의 제품을 골라도 어차피 20만원 대이다. 그럴 바에는 아예 30만원대의 모비엘 팬을 사고 최고의 명품을 샀다고 즐거워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이 정도로 다각도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는 팬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냥 단순한 스테이크이지만 모비엘 위에 있는 스테이크는 무엇인가 달라보인다.




모비엘 구리팬을 구입하면 좋은 사람


 만일 구리팬을 구매하고 싶고 그 이유가 단순한 조리가 아닌 심미적인 이유나 만족감에도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 브랜드를 강력 추천한다. 만일 ‘난 실사용만 중요해’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저렴한 브랜드의 구리팬을 알아보고 남은 금액으로 다른 기물을 사는 것이 더 즐거운 요리 생활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게 가능한 사람은 아마 기존에 구리팬을 많이 사용해봐서 기능적인 차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거나 혹은 다른 구리팬이 있는 경우일 것이다. 구리팬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모비엘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적어도 그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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