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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욱 Jan 24. 2023

블랜더로 재료를 갈아버리면 영양소가 파괴될까?

22세기에도 사라지지 않을 식품괴담

 얼마 전 집에서 전자레인지를 이용하여 요리를 하고 있는데 와이프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였다. “전자레인지를 돌린 물로 식물을 키우면 식물이 다 죽는다던데…. 문제없는 거야?’ 내가 아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차근차근 이야기하지만 믿지 않는 눈치다. 21세기가 되어서도 여전히 지겹게 사라지지 않는 식품에 관한 괴담 혹은 불량지식들은 너무도 많다. 전자레인지와 관련된 괴담은 어르신부터 아이까지 광범위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한다. 또 일할 때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기회도 많지 않아 사실 일일이 대꾸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블렌더에 대한 괴담 혹은 비과학적인 이야기에 대해서는  나름 진지하게 대처하는 편이다. 적어도 호텔, 혹은 서양식 다이닝을 하기 위해서는 블렌더는 필수적인 기물이며 자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미지:구글) 전자레인지는 식품괴담의 큰 형님 같은 존재이다. 내가 들은 괴담만 10가지가 넘는다.





블렌더는 어떻게 영양분을 파괴한다는 것일까?



 자연인, 혹은 전통문화를 홍보하는 프로그램에서 맷돌의 우수성을 이야기할 때 항상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블랜더로 재료를 갈면 영양소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하도 어릴 때부터 들은 이야기라 별 의심도 없이 들었는데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인 후 생각을 하보니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 등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천천히 읽어 보니 이런 괴담이 주장하는 요지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고속의 칼날이 영양소를 파괴한다. 두 번째는 블렌더로 갈면서 오르는 열 때문에 영양소가 파괴된다. 얼핏 들어보면 그럴듯한 소리이다. 그런데 왜 나는 황당하다는 생각을 한 것일까?  


 지방, 단백질, 탄수화물 등의 영양소가 단순한 충격과 조금의 열 정도로 마구 파괴된다는 그 생각 때문이다. 우리가 음식을 씹을 때 음식을 더 작은 조각으로 부순다. 이 행위는 블렌더가 식자재에 부수는 것과 동일하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를 한다고 영양소가 엄청나게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의 흡수를 돕는다. 음식을 많이 씹으면 섬유질이 더 많이 분해되어 영양소가 몸에 더 쉽게 흡수될 수 있다. 그리고 음식을 삼키면 위장으로 들어가 소화과정이 시작된다. 씹은 음식은 분해되어 신체가 흡수할 수 있는 더 많은 영양분을 방출한다.  

블렌더를 이용하는 것도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블렌더로 갈아낸 음식은 섬유질이 분해되고 영양분을 방출한다. 그리고 우리 몸은 영양분을 더 빨리 흡수할 수 있게 한다.  




영양소를 파괴한다는 괴담 2가지


 첫 번째, 영양소를 파괴하는 고속의 칼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주부가 일반적인 속도로 썬 고기와 한번 자를 때마다 칼질을 1분에 걸려서 심혈을 기울여 자른 고기의 영양소는 차이가 있을까? 날카로운 칼로 자른 수박과 거친 숟가락으로 퍼먹는 수박은? 생활의 달인이 미친듯한 속도로 칼로 다진 양파와 일반 주부가 자른 양파는? 정답은 다들 예상했듯이 동일하다. 단지 날카로운 칼과 솜씨 있는 실력으로 썰은 식재료의 표면은 매끄러워지며 식자재의 물성을 그대로 간직할 수 있게 도와준다. 거친 칼로 썰은 식자재는 표면이 거칠어지면서 접촉하는 표면적이 넓어진다. 산소와의 접촉이 많아지기 때문에 산화가 빨리 진행되면서 영양소가 파괴될 수는 있지만 그 비율이 많지 않다.


단순한 칼질로는 식자재의 물성등에만 관여할 수 있다


 칼날에서 나는 열에 영양소가 파괴된다는 말도 황당하다. 열로 인해 일부 영양소가 손실될 수는 있다. 하지만 블렌더에서 나오는 열은 대략 40-50도 정도이고 그것도 몇 분 이상 돌릴 때나 도달할 수 있는 온도이다. 그보다 우리가 대부분의 요리를 만들 때 발생시키는 온도가 그보다 훨씬 크다. 200도 이상의 프라이팬 위에서 소고기를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며 구운다고 소고기의 단백질이 대부분 파괴되지는 않는다.  


 개인적인 견해로 식자재의 칼로리나 영양소에 가장 민감한 사람들은 헬스 선수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과 이야기해 보면 그 지식이 정말 놀랄 때가 많다. 그런 헬스 선수들 조차 닭가슴살을 갈아 셰이크로 만들어 먹는다. 헬스 선수들의 음식 영양소에 대한 집착으로 판단하건대, 블렌더로 갈아버리는 음식이 영양소를 파괴한다면 그러한 방식으로 영양을 섭취할리가 없을 것이다. 




블렌더로 갈아낸 음식의 장단점


 그러면 블렌더로 갈아낸 음식은 전혀 문제가 없는 완결무결한 음식인 것일까?  

블렌더로 갈아낸 음식은 표면적이 넓어져  산소와 반응하여 산화가 빨리 진행되며 영양소가 파괴된다. 그래서 사과를 블랜더로 갈아버리면 바로 변색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과도로 과일을 썰던지 블렌더를 사용하든 간에 산화로 인한 영양소 손실은 피할 수 없다. 만일 이러한 산화작용이 걱정된다면 산소와의 접촉이 차단되는 진공블렌더를 사용하거나, 짧은 시간 내에 블렌딩이 가능한 고급 블랜더를 사용하고 완성된 주스등을 바로 섭취하면 된다.  


이미지:구글) 바이타믹스 블렌더. 많은 미슐랭급 레스토랑에서도 사용하는 성능 좋은 블렌더이다. 하지만 가격이...




 블렌더를 사용한 식재료의 영양소가 파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손실이 매우 적다. 그 손실은 요리를 할 때 발생하는 손실과 유사하다. 섬유질이 파괴되거나 영양소가 파괴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블렌더로 갈아낸 채소 등은 섬유질 등을 소화를 잘 시켜주고 영양소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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