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배차
배달 콜의 배차는 ‘일반배차’와 ‘AI추천배차’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일반배차는 ‘전투콜’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노출된 주문을 기사들이 선택하여 잡는 방식이고, AI추천배차는 특정 주문을 특정 기사의 앱에 추천 배정해 주는 차이가 있다. 어느 방식을 택하느냐는 입장에 따라 기사가 택하면 된다.
어느 방식을 택하든 ‘내가 갈 곳을 내가 모른다’는 공통점이 있다. 얼핏 일반배차는 ‘내가 갈 곳을 내가 결정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착각이다. 주어지는 콜에 의한, 타율적이고 유한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어떤 배차방식이든 내가 원하는 계획과 모양대로 이루어지질 않는다.
일을 마치고 나면, 처음 시작한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일 수도 있고 – 맴맴 돈 것이다 – 너무 멀리까지 와 버려 낭패인 경우도 있다.
아무것도 알 수 없다 – ‘오늘은 이럴 것이다 어제 생각한 일도 오늘 대부분 바뀌는 것이 세상일 임’을, 그것이 사람 일임을 매일매일 일깨워 준다.
2500년 전 어느 누군가의 기쁨이 혹은 슬픔이, 혹은 서해를 건너온 차가운 겨울바람이 중중무진(重重無盡) 얽히고설켜 나의 갈 곳을 일러주고, 나는 ‘생각대로’라는 오만을 버리고 오직 갈 뿐.
오직 모를 뿐, 오직 신비로울 뿐, 오직 감사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