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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로 살어리랏다
Feb 15. 2023
세상이 베어지기를 바랐다
『칼의 노래』를 노래하다 _ 006
비 온 다음날 아침에 받은 임금의 교서는,
‘왕은 이르노라… 의지할 바는 오직 수군뿐인데… 너의 벼슬을 빼앗고 백의종군케 하여 오늘 이 같은 패전의 욕됨은 임금인 내가 어질지 못함이니… 내 너를 다시 전라 좌수사 겸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하노니, 즉각 일어나 그대의 위엄으로 조선을 구하라…’
장려한 수사들로 넘친다.
저녁 무렵까지 ‘통제할 수군이 없는 수군통제사’는 혼자 앉아 ‘사각사각사각’ 환청을 떨쳐낸다. 그리고 마침내 붓을 들며,
“나는 그 한 문장이 임금을 향한, 그리고 이 세상 전체를 겨누는 칼이기를 바랐다. 그 한 문장에 세상이 베어지기를 바랐다.”
마지막 한 문장을 적는다.
“신의 몸이 살아 있는 한 적들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