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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사로 살어리랏다 Mar 04. 2023

나는 몸 둘 곳이 없었다

『칼의 노래』를 노래하다 _ 015

전투는 전쟁의 판도를 뒤바꾼 전투였으나,


“임금이 보낸 면사첩(免死帖)을 받았다. 도원수부의 행정관이 면사첩을 들고 왔다. ‘면사’ 두 글자뿐이었다.”


임금은 ‘너를 죽여 마땅하지만 죽이지는 않겠다’는 유시를 보내왔다.


“내가 임금의 칼에 죽으면 적은 임금에게도 갈 것이었고 내가 적이 칼에 죽어도 적은 임금에게도 갈 것이었다. 적의 칼과 임금의 칼 사이에서 바다는 아득히 넓었고 나는 몸 둘 곳이 없었다.”


정치를 모르는, 그러나 그것에 부끄럼이 없는 사내의 세상은, 가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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