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 직장에 들어가면 상사들에게 매일 5번 이상 이런 질문을 한다. " 이거는 왜 이렇게 하는 거예요?" 그럼 대부분의 상사들은 "네가 굳이 지금 알 필요 없어 나중에 알려줄게" 라든가 "바쁘니까 나중에~!"라고 내 질문을 거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상사의 일을 관찰하며 마치 진상고객이 된 것 마냥 행동 하나하나에 질문을 이어간다. 게다가 무슨 일을 하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즉각 상사에게 달려가 어떤 일을 하다 이렇게 막혔는데 해결 방법을 모르겠다고 질문한다. 이렇게 말하면 상사들이 정말 나를 싫어할 것 같지만 의외로 나를 다른 동기들 보다 더 좋아한다. 뒤에서는 "00이 일 열심히 하네", " 00 이가 일을 열심히 배우네" 등의 칭찬이 이어진다. 그리고 정말로 나는 다른 동기들 보다 일을 더 빠르게 배우고 처리한다.
가끔 동기나 주변 사람들이 너는 어떻게 상사에게 아무렇지 않게 질문을 할 수 있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의 대답은 항상 똑같았다. "질문을 안 하면 달라지는 게 없잖아."
물론 나도 처음부터 이런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는 수업 중에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말을 못 해 수업이 끝날 때까지 소변을 참은 적도 있을 정도로 소심했다. 중-고-대학을 다니면 좀 나아질 것 같았지만 수업시간에 모르는 것이 있어도 선생님에게 질문조차 할 엄두를 못 냈고, 대학 때는 교수님과의 진로 상담시간에 물어볼 것이 없냐는 교수님 질문을 그냥 "네" 한마디로 끝냈다.
그렇게 10 몇 년을 살아오다 첫 직장을 그만두고 혼자 원룸에서 컵라면을 먹다가 문득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책, 인터넷, 등등 각종 정보를 수집해 결론을 내렸는데 그것은 바로 "질문하지 않아서"였다.
학교 다닐 때 모르는 문제에 대한 것을 질문해 해결했다면, 대학교 때 교수님께 나의 진로와 이 전공에 대한 미래를 질문했다면, 첫 직장 기획서 작성 때 애매한 부분을 질문했다면 어땠을까. 아니하다 못해 나 스스로 내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 조금 더 일찍 질문했다면 아마 나는 지금처럼 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내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것에 질문하기 시작했다. 나는 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며, 그럼 뭘로 돈을 벌 것이며, 직장에서는 왜 저렇게 일 처리를 하는 것인지 등등 그러자 점점
열대우림 같았던 내 삶에 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관없다. 나는 길을 다 찾아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하니까.)
만약 당신이 엄청 뛰어난 재능과 지능으로 하는 족족 성공을 거두고 남들에게 궁금하거나 나 스스로 궁금한 점이 한 개도 없다면 내 말을 무시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내가 이런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면 그리고 직장 생활에서 조금은 더 나은 이미지를 갖고 싶다면 한번 질문해 보길 바란다. 하루에 한 가지 질문이어도 좋고 답을 굳이 듣지 못해도 좋다.(그리고 대부분의 상사들은 처음에 답해주지 않아도 나중에 따로 답해준다 츤데레처럼)
질문을 두려워하지 마라 질문하지 않으면 인생에 그 무엇도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