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곱고 신선한 식재료들은 얼마?
남아공을 다녀와서 나는 곧 독립을 했다. 결혼을 하고 내 살림을 차리게 됐다. 그러자 냉장고 사정을 걱정하고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요리를 하는 일이 하루 중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최근에 SNS를 통해 일급 혹은 시급으로 살 수 있는 식료품을 다른 나라와 한국의 경우를 비교해 놓은 사진이 많이 돌았다. 실제로 그 지역에 거주하는 분들이 직접 장을 봐서 찍어 올린 사진들이었다. 이를 테면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에서 쌀 1kg은 1,688원이고 한국에서는 3,852원, 소고기 1kg에 영국은 13,503원이고 한국은 21,667원이라든지. 최저임금과 맞물려 생각하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더 못 벌면서 더 비싼 음식을 사먹고 있는 한국이다.
남아공과 한국의 물가 비교는 어떤가 하면,
식료품은 남아공이 싸고,
공산품은 한국이 싸다.
아프리카의 기름진 땅은 마트에서도 티가 났다. 처음보는 채소들도 익숙한 채소들도 많았다. 호박, 양파, 감자, 고추, 마늘 등등 전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채소들은 응당 있었고 이름을 잘 모르는 채소도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나물로 만드는 채소들은 대부분 spinach(시금치)라는 이름에 이런저런 단어들이 덧붙여 있었다. 엄마랑 같이 가면 근대 같은, 엄마만 알아볼 수 있는 잎채소들을 사와서 요리할 수 있었다. 또 중국 사람들이 꽤 살고 있기 때문인지 곳곳에 중국 마트가 있고 일반 마트에서도 중국에서 먹는 재료들을 가끔 살 수 있다.
이곳 마트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호박이나 당근 같은 단단하고 다듬기 힘든 채소들을 깨끗하게 씻고 다듬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판다는 점이었다. 한국에도 마트에 가면 그렇게 다듬어서 팩에 넣은 채소들이 있지만 보통은 신선한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오래되어 시든 채소를 티 안 나게 팔려는 꼼수일 때가 많다. 샐러드 재료도 다 씻어서 다듬어져 있기 때문에 그냥 포장을 뜯어 토핑과 드레싱을 얹어 먹기만 하면 된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참 편한 점이다. 그런 마트가 가까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
한번은 Vege and fruits이라는 야채 청과 마트에 갔는데 한국에서는 자주 볼 수 없는 아보카도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여기선 이걸 많이 먹는구나. 아보카도가 몸에 아주 좋다고 해서 몇 알 사와서 샐러드에 넣거나 갈아서 먹기도 했는데 나는 이제 아보카도를 좋아하지 않는 걸로 결정했다. (다들 그렇게 맛있다고 하니, 앞으로 다른 계기로 좋아하게 될 일이 있었으면.)
특히 과일은 싸고 맛있는 게 많았다. 사과, 포도, 수박, 자몽, 파파야, 패션프루츠, 망고, 키위 등등 흔히 보던 과일도 흔히 볼 수 없던 과일도 많았다. 특히 귤 종류가 다양했는데 맛도 각양각색이었다. 때마다 나오는 품종이 다르다. 그 중 한라봉과 감귤의 중간쯤 되는 맛의 과일이 있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순식간에 다 해치워버렸다.
이번에는 고기 쪽을 살펴보자. 남아공의 소고기는 한국의 그것보다 약간 더 질기다. 모두 방목해 키운 소들이라 근육이 잘 붙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만큼 건강하고 사육 환경도 윤리적이고 고기 질이 좋다. 게다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하다. 스테이크용 고기를 1kg에 80~90란드(7,700~8,700원)면 살 수 있다. 돼지고기는 저렴한 부위는 40란드대, 비싼 부위는 100란드대도 있다. 전체적으로 많이 쓰이는 부분은 소고기와 비슷한 가격대. 당연하지만 모두 서양요리에 맞추어져 있으니 한국 음식을 하려면 비슷한 부위를 가늠해 사서 썼다. 특히 삼겹살은 자르는 방식이 아예 다르기 때문에 근방에서 한인 식당을 운영하시는 분께 따로 주문해 먹어야 했다.
언니의 아기가 날이 다 차도록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병원에서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는데 분만일을 앞두고 우리는 소고기와 양갈비를 구워서 열심히 먹었다. 고기를 먹고 기운 내서 아기를 낳으라는 뜻으로. 참, 남아공에서는 바비큐barbecue라는 말을 쓰지 않고 브라이braai라고 부른다.
이곳에서도 물고기를 먹는다. 하지만 내가 머무는 동안 요리에 쓰는 생선은 참치, 연어, 대구 등의 생선만 볼 수 있었다. 다양한 생선을 먹지는 않는 것 같다. 시장 같은 곳에서 생선을 구매하면 먼저 통째로 들어서 보여주고, 껍질과 가시를 다 분리한 뒤 살만 요리하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준다. 마트에서 파는 냉동 생선도 가시와 껍질을 제거하고 생선살만 토막내 얼린 상태였다. 자연 재료지만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제공한다. 해조류는 먹지 않는다고 한다. 새우나 랍스터는 많이 먹었다. 깔라마리calamari라고 부르는 한치나 주꾸미 종류를 조리한 음식도 종종 식당에서 먹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먹은 깔라마리 요리가 참 맛있어서 한국에 돌아와 몇 번 시도해봤지만 통 그 맛이 안 난다. 시즈닝을 해서 오븐에 구운 것 같은데. 누가 레시피 좀 알려주세요.
장보는 이야기를 시작했더니 글이 길어진다. 다음 글에는 각종 공산품과 간식거리, 위에서 다루지 않은 식재료 들을 이야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