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해봐요

책, 음반, 화장품, 옷, 외식

by 윤준가


식재료는 한국보다 저렴하고, 공산품은 한국보다 비싸다. 집앞 드럭스토어에서 파는 투명 매니큐어, 한국에서는 1,000원대까지 있지만 여기선 기본이 10,000원이다. 딱히 용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학원에 가서 한국에선 매니큐어가 그렇게 싸다고 했더니 모두들 놀랐다. (나도 모르게 K-뷰티를 홍보한 셈인가)


집에서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 가면 샌톤시티가 있다. 이 버스는 운전을 못하는 내가 집에만 갇혀 있는 것을 염려해 형부가 찾아준 교통수단인데, 요금이 비싸서 흑인들은 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안전하다는 뜻이다. 이런 발언 자체가 인종 차별적인데 한인 사회 내에서는 특히 길거리에서 흑인을 만나면 다 털린다는 말이 많이 돌아서, 조심조심 다니라는 신신당부를 계속 듣는다.




R1022645.JPG 버스에는 승객도 거의 없고 내부는 넓고 쾌적했다.


2012-08-17 229.JPG 샌톤시티 가는 길
R1022659.JPG 샌톤시티 쇼핑몰


R1022655.JPG 여기가 유명한 이유는 바로 저 만델라 동상 때문. 다들 저기서 사진 찍는다.



어느 날은 혼자 샌톤시티에 가서 서점도 들르고 음반가게도 가고 카페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이런 저런 구경을 했다. 샌톤시티는 근방에서 가장 큰 쇼핑몰이라 넓고 사람도 많고 다양한 가게들이 있다. 우선 서점에는 책 분류도 잘 되어 있고 분위기도 깔끔, 아늑하고 아주 좋았다. 그림책에 관심이 많아서 그림책 코너를 유심히 탐구했는데, 진열된 책들은 대부분 영국에서 만든 것이었다. 남아공은 출판 인쇄 분야가 취약한 듯했다. 형부네 회사는 명함도 현지에서 찍지 않고 다 한국에서 찍어서 가져온다고 했다. 대부분의 책이 영국 수입서적이니만큼, 책값도 비쌌다. 일반적인 크기의 일반적인 그림책들이 거의 2만 원 대 가격표를 붙이고 있었다. 나는 그 책들 속에서 아프리카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을 겨우 한 권 골랐는데 뒤표지가 찢어져 있어서 직원에게 문의했더니, "여기 우리 서점이 한 군데 더 있거든. 거기에 새 책이 있나 알아봐 줄게" 했다. 그러더니 곧 "거기도 책이 없대, 이게 마지막이야. 대신 30% 할인해 줄게!" 했다. 럭키.


음반가게에 갔다. 본래는 lp를 좀 사고 싶었는데 거기엔 하나도 없었다. 전부 cd뿐이었다. 나는 음악을 잘 모르고 딱히 좋아하는 분야도 없기 때문에 남자친구 선물로 뭘 고를지 알 수 없었다. 그냥 커버가 마음에 드는 걸 골랐다. (직원에게 제일 인기 좋은 게 뭔지 물어봤는데 2000년대 k-pop과 분위기가 유사한 어린 여성의 앨범을 추천해 줘서 그건 안 샀다.) 특이한 점은 내가 음반을 고르자 직원이 "이거 들어보고 싶어?" 묻더니 거침없이 비닐을 벗기고 청음을 시켜주었다. 그래서 나는 꼭 그 음반을 사야 하는 줄 알고 계산하려고 했더니 직원은 다시 포장을 뜯지 않은 새 음반을 갖고 와서 주었다. 들어보고 싶으면 마음껏 듣게 해주는구나. 좀 멋진데. 참, cd 가격은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과 비슷했다. 13,000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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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7 158.JPG 이런 기념품숍도 상당히 많다. 관광지의 그것들보다는 퀄리티가 좋고 가격도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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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1022721.JPG 서점 EXCLUSIVE BOOKS의 다양한 카테고리.
R1022710.JPG EXCLUSIVE BOOKS 안에 있는 시애틀커피. 서점 안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책을 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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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2 141.JPG 우리 가족이 엄청 좋아하던 멜버(말바malva) 푸딩은 26.90란드. 2,300원 정도.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을 생각해 보면, 커피 한 잔에 2,000-3,000원 정도 하고 메뉴에 따라 무한정 리필이 되는 것도 있다. 동네 쇼핑몰의 레스토랑에서 점심 메뉴로 요리를 시키면 (스테이크나 깔라마리나 생선구이 등을 구운 것과 가니시) 8,000원 정도에 먹을 수 있다. 식재료는 신선하고 조리법도 단순하다. 이곳에 와서 생각한 건데, 어쩌면 갖은 양념을 하는 한국의 음식은 덜 신선한 식재료의 단점을 가리려는 조리법이 아닌가 싶다. 좋은 재료는 최소한의 양념으로도 재료 고유의 맛이 살아나고, 조리 방법 또한 그냥 굽거나 볶는 등 간단하다. 역시 땅이 좋아야 돼. 외식이나 장바구니 물가를 생각해 보면, 인건비가 낮고 식재료도 늘 풍부하게 공급되니 가능하지 않나 싶다. 반면에 공산품은 거의 수입품이거나 열악한 인프라로 제작해야 하니 가격이 높고.






pic424.jpg 케이프타운 롱스트리트의 작은 서점. 여기서 만델라와 축구에 대한 책을 한 권 샀다.
요하네스버그 벤모어가든의 이동 중고서점. 5란드면 500원 정도. 정말 많이 낡은 책들이었다. 봉사단체에서 나온 것 같았다.
pic391.jpg 집에 일상적으로 쓰이는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상점. 주로 집 수리와 보수, 인테리어 재료가 있다.
pic386.jpg 여기 있는 것들로 집을 한 채 지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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