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타운

관광을 하자

by 윤준가


허둥지둥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조금 지나 일상이 될 무렵 언니는 엄마와 나를 케이프타운에 보내주었다. 남아공으로 가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언니 부부는 우리를 며칠 동안 관광 보내주겠다고 했다. 여기까지 시간을 들여 왔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나보다. 크루거 국립공원 사파리와 케이프타운 중 고르라고 했는데 우리는 케이프타운을 골랐다. 아프리카의 사파리도 가보고는 싶었지만 사파리의 오두막에서 자는 건 좀 무섭다는 말을 들었다. 거긴 정말 그냥 벌판이라서 주변에 등도 없고, 샤워하다 보면 기린이 막 보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지금와서 회상하면서 쓰자니 멋진데?) 일단 남아공의 다른 도시를 가보고 싶었고 사파리는 사파리가 끝이지만 케이프타운은 갈 곳도 볼 곳도 다양했다. 사파리는 다음을 기약해 본다. (아마 평생 다시 남아공에 올 일 없을 것도 같은데)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케이프타운으로 이동했다. 항공사는 1time. 내 옆에는 큰 아주머니가 타시고, 엄마 옆 통로 건너편에는 귀여운 꼬맹이 둘을 데리고 있는 여성이 탔다. 그런데 더 어린 아이가 이륙 전부터 계속 울고 보챘다. 엄마가(우리 엄마) 초콜릿을 주었더니 울음을 딱 그치고 입가에 범벅을 해가며 먹었다. (너무 귀여워!) 먹고 또 울길래 쿠키를 주었더니 이번에는 우리를 보고 방긋 웃었다. 아이 엄마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했다. 아기는 한참 칭얼거리다가 엄마 품에 안겨서 잠들었다. 아기 엄마가 얼굴이 빨개진 채 쩔쩔매는 모습이 너무 힘들어보였다. 어디나 어린 아기를 데리고 있는 엄마들은 항상 힘들다.


저가 항공이라 그런지 한국처럼 음료를 팔고 있었다. 커피 한 잔에 10R.



2012-10-02 049.JPG 엄청 보채던 옆 자리 꼬맹이


2012-10-02 058.JPG 커피는 사먹어라


슬슬 내려갑니다. 케이프타운이 보이네요. 날씨가 좋습니다.



공항에서 나오니 엄마와 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여행사에서 보낸 가이드 환이었다. 덩치가 아주 크고 머리를 밝은 갈색으로 염색한 한국 청년이고, 나보다 8살 어렸다. 그는 케이프타운에 온 지 1년 정도 되었다고 했다. 아는 분이 있어서 놀러왔다가 이곳이 너무 좋아 그대로 가이드로 일하며 살게 되었다고. 아직은 한국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언니가 예약해준 여행은 엄마와 나, 가이드만 다니는 프라이빗 패키지였다.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하얀 승합차에 올라탔다.

(이런 거 처음이야. 럭셔리해. 그런데 여행 중간에 잠깐 다른 팀과 합류하게 되어서 언니가 나중에 알고 화를 냈다. 여행사와 가이드의 사정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데 뭐 사실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케이프타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이자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기도 한 테이블마운틴이다. 이 지형은 남아공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남아메리카에도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서 오래 전 두 대륙이 붙어 있었다는 설을 뒷받침한다. 왜 테이블마운틴이냐면 식탁처럼 꼭대기가 넓고 평평하기 때문이다. 멀리서 보면 산자락은 마치 식탁보의 주름 같다. 가이드 환에 따르면 이곳은 무척 안개가 잘 끼는 곳이라서 올라갈 수 없는 날도 있고, 올라가더라도 조망이 안 좋은 날이 많다고 한다. 우리가 간 날은 매우 맑게 개어 구름도 별로 없었는데, 큰 행운이라고 했다. (보통은 테이블마운틴에 잔뜩 낀 구름을 '식탁보'라고 부른다고.) 과연 테이블마운틴 기슭에 도착하니 유명 관광지답게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케이블카 매표도 한참을 줄 서야 했다.




IMG_1613.JPG 해발 300m 지점인 산기슭에 도착. 사람 많고 차도 많다.


IMG_1652.JPG 케이프타운의 유명 스팟을 도는 버스다. 다음에 오면 이거 타야지. 언젠가...



IMG_1608.JPG 테이블마운틴 옆의 라이온스헤드라는 봉우리. 사자 머리 닮았다고.


테이블마운틴2.jpg 매표 기다리면서 찍은 파노라마 사진. 산기슭 뷰도 이렇게 좋다.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테이블마운틴의 케이블카는 좀 유명한데, 올라가면서 360도 회전하기 때문에 어느 곳에 서 있어도 사방의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을 엄청 꽉꽉 채워서 올라간다. 최대 65명을 태울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무사고 80년 경력이라고. 뭐, 튼튼하니까 그렇겠지. 이때 한 가지 놀란 일은, 케이블카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동양인이었다. 알고보니 다 중국인들이었는데 중국의 휴일과 겹쳐서 중국인 관광객이 엄청 많이 왔다고 한다. 남아공이 한국에서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관광지이지만 중국에서는 많이들 오고, 직항도 있다고 한다.


환은 테이블마운틴에 여러 번 와도 늘 너무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자연유산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요? 한국의 제주도는 너무 볼 게 없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나는 "제주도 많이 안 가보셨나 봐요. 제주도도 얼마나 좋은데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여행 초반부터 말씨름하면 앞으로 일정이 괴로워질까봐 그냥 입을 다물었다.

한참을 기다려 케이블카를 타고, 더러운 유리창으로 보이는 테이블마운틴의 360도 풍광을 감상하면서 올라갔다. 케이블카의 창문 하나가 열려 있어서(창문 열린 케이블카는 처음 타봤다) 그 창문 부분이 돌아오면 엄청난 바람을 맞아야 했다. 몇 분 후 마침내 그 유명한 테이블마운틴 꼭대기에 내렸다.


(계속)



2012-10-02 103.JPG 케이블카가 내려옵니다. 가까이서 보면 엄청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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