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있어서 오전부터 집을 나섰다. 생리가 시작될 듯한 시점이었는데 어젯밤에 진통제를 먹고 자서 딱히 아침에는 안 먹었다. (밥을 먹어야 진통제를 먹는데 밥을 못 먹고 나가니까)
그런데 모임이 끝나갈 무렵 생리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바로 약을 먹어야 되는데 마침 진통제를 챙겨 나오지도 않았다.
아픈 배를 참고, 동행의 차 한 잔 마시고 가자는 제의도 거절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룸메가 집에 있었다. 너무너무 반가웠다.
일단 힘껏 껴안고, 손발을 씻고, 서둘러 약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웠다.
룸메는 물주머니에 뜨거운 물을 담아서 가져다 주었다.
약손이 닿은 것처럼 몸이 스르르 가라앉았다.
약 기운이 돌기를 기다리는 동안 룸메는 설거지를 하고 집안을 정리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중간중간 침대로 와서 나를 살폈다.
이럴 때 참 좋다. 아파도 조금은 행복하다.
혼자가 아니라 좋고, 돌봄받아 좋고
룸메가 회사에 가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기쁘다.
많이 아프면 연락하라는 말을 하고 룸메는 작업실로 출근했다.
그의 작업실은 집과 가까이 있다.
그래선지 아플 때 그가 나가도 서운하지 않다.
금방 돌아올 수 있으니까.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런 작은 부분들이 아주 좋다.